[데일리임팩트 김현일 기자] 대한민국은 ‘자동차 문화’가 뿌리내리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는 국가 중 하나다. 애초에 국토가 넓지 않아 도로가 짧고 좁은 편인 만큼 주행 인프라가 부족하며, 여기에 경제 규모의 급성장, 부드럽고 편안한 주행감을 가진 차량 선호 현상 등이 겹치며 달리는 재미를 추구하는 ‘펀 카’ 성격을 띈 차들이 힘을 발휘하기 어려운 탓이다. ‘모터스포츠의 불모지’라는 오명을 그저 납득할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상황인 것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도 자동차를 그저 ‘운송수단’이 아닌 ‘재미를 추구할 수 있는 대상’으로 받아들이는 운전자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오늘 소개할 BMW 드라이빙 센터가 있다. 최근 기자가 방문한 드라이빙 센터는 BMW의 슬로건인 ‘순수한 운전의 즐거움(Sheer Driving Pleasure)’을 만끽할 수 있는 공간임은 물론, 그들의 역사와 미래가 될 차들의 전시장, 그리고 미래의 자동차 업계 인재를 길러내는 교실로서 다양한 역할을 하나도 빠짐없이 제대로 해내고 있었다.
지난 20일 BMW 코리아는 인천광역시 중구 BMW 드라이빙 센터에서 건립 10주년 기념식 및 프레스 투어를 진행했다.
지난 2014년 7월 총 770억원의 투자를 통해 축구장 33개 크기로 만들어진 이곳에서는 국제자동차연맹 규격에 맞는 여섯 가지 코스(다목적·가속 및 제동·다이나믹·핸들링·원 선회·오프로드) 코스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난이도의 드라이빙 프로그램을 통해 운전자의 실력향상을 꾀할 수 있다. 2019년에는 130억원 규모의 확장 공사를 통해 현재의 모습에 이르렀다.
교육·전시·판매·수령 모두 가능한 ‘복합 문화 공간’
드라이빙 센터는 BMW 그룹 브랜드의 차량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시 공간이기도 했다. 흰 건물 내부로 들어서니 BMW의 대표 라인업인 1~7시리즈를 비롯해 △소형 스포츠 유틸리티 차(SUV) 브랜드 ‘미니(MINI)’ △플래그십 세단 ‘롤스로이스’ △오토바이 브랜드 ‘모토라드’ 등 다양한 모델들이 손님을 맞았다.
이외에도 직접 내 차를 튜닝할 수 있는 부품이나 다양한 차량 관련 소품도 구매할 수 있으니, 자동차 마니아들에게는 그야말로 ‘눈이 돌아가는’ 곳이 아닐 수 없다.
사전 구매한 차량을 실내의 소파에 앉아 편안하게 받아볼 수 있는 ‘핸드오버 익스피리언스’도 인상적이었다. 자리에 앉으면 정면의 차단막이 열리면서 멋진 음악·조명 연출과 함께 차량이 등장하는데, 차주의 입장이 돼 바라보니 오랜 기다림이 환희로 바뀌는 것이 느껴질 정도로 황홀한 경험이었다.
여기에 차량을 인도받는 공간이 트랙 옆에 위치해 있어 바로 테스트 드라이브를 하러 빠져나갈 수 있는 구조 역시 멋졌다. 비록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 들어가는 비용이 적진 않지만, 멋진 차량 인도식을 비롯해 △실내 투어 및 이벤트 스케치 촬영 사진 제공 △차량 유종 별 풀 주유 서비스(고급유) △탁송 서비스 및 쇼퍼(셔틀버스) 서비스 제공 등 프리미엄한 경험을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그 값어치를 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글로벌 3번째, 亞 최초라는 점도 큰 의미
BMW 드라이빙 센터는 완성차 업계에서 생각보다 큰 의미를 갖는 공간이다. 우선 국내 최초로 설립된 드라이빙 센터라는 점이 그렇고, 그 주체가 국내 수입차 제조사인 BMW라는 점에서도 더더욱 그렇다.
또한 BMW의 고향인 독일,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 미국에 이어 글로벌 3번째로 건립된 시설이라는 점과, 교육·전시·판매 등 모든 것이 한 자리에서 가능하게끔 꾸며진 복합 문화공간적 성격을 띈 유일한 센터라는 점도 눈여겨 볼 부분이다. 단순 시장 규모만 따지자면 중국이 훨씬 압도적임에도 한국 시장에 아시아 최초로 드라이빙 센터를 구축한 것인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당시에 BMW 그룹이 했던 선택이 의아할 정도다. 그도 그럴 것이 중국은 지난해 BMW 글로벌 판매량 255만5300여대 중 32.28%(82만5000여대)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핵심 시장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인구 대비 판매 밀도 면에서 한국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점 등이 BMW 그룹의 투자 근거가 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이러한 국내 시장에서의 인기를 바탕으로 BMW 드라이빙 센터는 지난 5월 31일 기준 △총 주행거리 737만1933km(지구 184바퀴) △방문객 152만8536명(드라이빙 프로그램 이용자 약 24만명, 아동 10만4705명) △드라이빙 프로그램 도입 차량 1343대(BMW·MINI 모델) △핸드 오버(자동차 출고 행사) 2569명 등의 기록을 세웠다. 사용된 타이어만 무려 1만7783개라고.
이렇듯 드라이빙 센터가 한국에 성공적으로 정착함에 따라 국내는 물론 수입차 업체들 역시 이를 벤치마킹하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현대자동차그룹은 2016년 영암 서킷 등지에서 ‘드라이빙 아카데미’를 시범 운영한 것을 시작으로 이를 HMG 익스피리언스(2019년, 인제 스피디움 서킷 임대), HMG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태안 한국테크노링에 드라이빙 센터 확장 건설) 등으로 확대하고 있다. 벤츠는 2018년 삼성물산 리조트 부문과의 제휴 협력을 통해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 서킷을 ‘AMG 스피드웨이’로 바꿔 드라이빙 아카데미 등을 운영하고 있다.
BMW가 한국에 진심인 이유, 대체 뭘까
그렇다면 BMW는 왜 한국에 이런 투자를 진행하는 것일까. 드라이빙 센터 건립 이외에도 BMW는 수입차 브랜드치고는 국내 시장에 큰 규모의 투자를 진행하는 것으로 익히 알려져 있다.
앞서 언급했듯 인구수 대비 판매 비중이 높다는 점도 작용했겠지만, 일각에서는 지난 2018년 부품 결함에서 비롯된 차량 연쇄 화재 사고로 인한 이미지 실추를 만회하고자 하는 의도라는 해석도 존재한다. 하지만 해당 사건 이후 시일이 꽤 지났음에도 BMW가 여전히 5시리즈·6시리즈 등 핵심 모델들의 글로벌 첫 공개인 ‘월드 프리미어’ 행사를 한국에서 진행하는 등 ‘한국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 고무적이다. 세간에서 ‘한국에 진심인 BMW’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할 정도.
현장에서 만난 관계자는 다른 수입차 업체들 대비 한국인 사장 체제가 굳건한 것이 한국 친화적인 정책을 내놓을 수 있는 토양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본적으로 독일 본사에서도 한국 시장을 높게 평가하고 있긴 하지만, 여기에 한국 지사 사장의 어필이 더해지며 판매, 영업, 인프라 확충 등 모든 면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발생하고 있는 것 같다고.
실제로 지난 1995년 출범 이후 BMW 코리아는 2000년부터 김효준 사장(2000년~2018년)과 한상윤 사장(2018년~현재)까지 20여년 이상 한국인 사장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현재 국내 수입차 업체 한국 지사 중 한국인 사장 혹은 대표를 둔 곳 자체가 적기도 하지만(BMW 코리아·볼보자동차코리아), 한국인 사장 체제가 이 정도로 장기간 유지되고 있는 것은 현 시점에서는 BMW 코리아뿐이다.
BMW 관계자는 “이번 부산모빌리티쇼의 경우도 수입차 업체 중에서는 BMW만 참석하게 됐는데, 이 부분도 한상윤 사장의 의지가 굉장히 컸다”라며 “처음에 실무자들은 비용 면에서 부담이 커 가지 않는 방향을 생각했는데, 한 사장은 ‘우리가 언제 수익을 내려고 모터쇼를 갔느냐. 부산·경남도 큰 시장이고 거기도 우리 딜러들이 있는데 우리가 가서 모터쇼를 해야지 그들도 더 어깨에 힘이 들어가지 않겠느냐’라며 밀어붙였다”라고 전했다.
또한 BMW는 국내 전기차 충전 인프라인 ‘BMW 차징 스테이션’ 확대 등 장기적 투자에도 꾸준히 힘쓰고 있다. 올해 안으로 전국에 전기차 충전기 2100대를 설치하는 것이 이들의 목표인데, 일부 브랜드들이 해당 브랜드의 전기차만 충전할 수 있게 해놓는 것과 달리 대부분의 차량이 사용할 수 있는 형태로 설치되고 있다고 한다. 좀 더 큰 그림을 보고, 비록 당장의 수익으로는 연결이 안 될지는 몰라도 브랜드의 이미지가 제고될 경우 추후에 세일즈로도 분명히 연결될 거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는 이들의 철학이라고.
만족 없는 BMW… ‘10주년 기념 재정비’ 돌입
BMW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10주년을 맞은 드라이빙 센터의 ‘환골탈태’를 예고했다. 새롭게 재정비되는 시설은 일방적으로 차량을 전시하고 ‘보세요’ 하는 식이 아닌, 방문객들이 하나의 여정 속에서 브랜드에 동화되고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변할 예정이다. 단 한번의 방문으로도 BMW 그룹의 과거·현재·미래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이들의 목표.
이를 위해 BMW 코리아는 새로운 자동차 문화를 주도하는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기조하에 새롭게 수립한 ‘조이 넥스트(Joy Next)’ 전략을 바탕으로 △전시 공간 △드라이빙 프로그램 △모빌리티 인재 육성 등 크게 3가지 부문에서의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공사는 오는 8월 중 시작해 빠르면 10월, 혹은 11월 중순 경에 마무리될 예정이다.
우선 차량 전시 플랫폼을 고객 동선과 전시 모델의 특성을 고려한 디자인으로 재구성할 예정이다. 기둥을 과감히 허물어 물리적 장벽을 최소화하고, BMW와 미니의 100여년 간의 유구한 역사, 그리고 미래의 전략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채울 계획이다. 입구에는 일반적인 리셉션 대신 건축물에 예술성을 더한 대형 미디어 파사드를, 기존의 물품 보관함 자리에는 BMW 그룹 역사가 담긴 ‘헤리티지 존’을 설치해 다양한 영상 컨텐츠와 올드카들을 전시할 예정이다.
여기에 전기차 브랜드 ‘BMW i’의 고성능 전기차 모델의 체험 프로그램을 신설하는 한편, 초등학생 대상 자동차 교육 프로그램인 ‘주니어 캠퍼스’도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친환경 자동차 △자율주행 △수소차 등 미래 모빌리티적 요소를 강화해 자동차를 넘어 모빌리티 인재를 육성할 예정이다. 주니어캠퍼스는 수도권 지역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자동차 장치·교육용 앱 등 다양한 체험 도구를 통해 자동차 기초과학 원리를 배우는 동시에 창의적 사고력과 문제 해결력 등을 기를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주양예 BMW 코리아 마케팅 총괄 본부장은 이날 기념식 환영사를 통해 “BMW는 단순히 차를 파는 기업이 아니라 항상 한국 시장을 위하고, 한국 고객을 만족시키고, 특히 한국 사회에 기여하는 것을 가장 큰 가치로 삼아왔다”라며 “그 중심에는 항상 BMW 드라이빙 센터가 있었고, 앞으로도 그러기를 희망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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