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함정 증가로 관련 사업 수요가 늘고 있어 MRO가 국내 조선사들의 새로운 수익원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전 세계 MRO 시장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미국 시장이 개화를 앞두고 있어 국내 조선사들이 사업 수주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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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함정 시장 지속 성장… 韓 조선사에 기회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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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미국 함정 MRO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미국은 자국의 조선업이 후퇴하면서 숙련공 이탈로 함정 건조 지연, 품질 저하, 비용 증가 등의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이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 해군은 자국의 함정 MRO 물량 일부를 해외로 돌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미국이 우방국이자 뛰어난 함정 기술을 자랑하는 한국과 협력을 강화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유엔 무역개발회의(UNCTAD) 집계에 따르면 세계 상업용 조선시장 점유율은 중국(46.59%)에 이어 한국이 29.24%로 2위다. 미국의 순위는 19위에 그쳤다.
한국 조선사들은 수주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미국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2월엔 카를로스 델 토로 미국 해군성 장관이 방한해 국내 조선소를 방문했다. 정기선 HD현대 부회장과 권혁웅 한화오션 부회장은 직접 함정 건조 역량과 MRO 기술력을 설명하며 사업 수주 가능성을 높였다.
현재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한 제반 사항을 마련하고 있다. 미국에서 조선 사업을 하기 위해선 현지에 조선소를 확보해야 한다. 미국은 1차 세계대전 직후인 1920년 제정한 연안무역법(Jones Act)을 통해 자국에서 건조한 선박만 미국 내 운항을 허용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미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필리 조선소를 인수했다. 필리 조선소는 1997년 미 해군 필라델피아 국영 조선소 부지에 설립된 이후 미국에서 건조된 석유화학제품운반선(PC선), 컨테이너선 등 대형 상선의 약 50%를 공급해오고 있다. 미 교통부 해사청(MARAD)의 대형 다목적 훈련함 건조 등 상선뿐만 아니라 해양풍력설치선, 관공선 등 다양한 분야의 선박 건조 실적도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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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먹거리 MRO 주도권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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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함정 MRO 사업은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모도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글로벌 해군 함정 MRO 시장 규모는 올해 577억6000만달러(약 80조원)에서 2029년 636억2000만달러(약 88조원)로 커질 전망이다.MRO 시장 확대에 따라 국내 조선사들도 경쟁력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함정 MRO 사업의 핵심인 정비 전문업체 및 중견 조선소, 정비 인프라 구축 전문업체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역량을 갖춘 업체들과 협력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건조 중심의 함정 사업을 엔지니어링·서비스 사업으로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HD현대중공업은 미국 함정 MRO 수출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미국선급협회(ABS)과 업무협약(MOU)도 체결했다. 검사·인증 협력 체계를 강화함으로써 대규모 함대를 운영하는 미국 해군 함정 MRO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목표다.
한화오션은 국내 업계 최초로 MRO 전담 조직을 꾸리고 시장 공략에 나섰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 기술이전 및 근접지원센터 등을 포함한 ‘토탈 MRO 솔루션’을 제공해 수출 가능성을 높일 방침이다.
한화오션은 폴란드 잠수함 수주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MRO 역량을 활용할 방침이다. 기술이전과 현지화가 사업 수주에 핵심이기 때문에 폴란드가 필요한 MRO 기술을 전수해 경쟁국과 차별성을 확보한다는 것이다. 폴란드 현지 업체와의 협력도 확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속적인 미래 수입원을 창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함정 MRO는 국내 조선사들에게 중요하다”며 “우리 조선사들의 미국 MRO 시장 진출이 신조 함정 수주로 이어져 K-방산의 위상을 알리는 교두보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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