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DX 사업은 방위사업청이 2030년까지 7조8000억원을 들여 6000톤급의 미니 이지스함 6척을 발주하는 사업이다. 개념설계→기본설계→상세설계 및 초도함 건조→후속함 건조 순으로 진행되며 현재 상세설계와 초도함 건조가 예정돼 있다. 앞서 개념설계는 한화오션, 기본설계는 HD현대중공업이 수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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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오션, KDDX 사업 참가 자격 얻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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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통상자원부는 KDDX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방산업체 지정 절차를 진행 중이다. 앞서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방산업체 지정을 신청했고 산업부는 이들의 사업 수행 능력을 평가하고 있다. 방산업체 지정은 ▲사전협의 ▲타당성 검토 ▲생산능력판단 기준서 작성 ▲현장 실사 등으로 이뤄진다.
산업부가 HD현대중공업을 방산업체로 단독 지정할 경우 한화오션은 KDDX 사업에 참여할 수 없다. 방산업체에 지정돼야 방사청 입찰 참여 자격을 갖기 때문이다. 이 경우 HD현대중공업은 방사청과 수의계약을 체결하고 상세설계와 초도함을 건조한다.
산업부가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을 방산업체로 지정할 경우 공은 방사청에게 넘어간다. 방사청은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 방식을 수의계약 또는 경쟁입찰로 선택할 수 있다. 방사청이 사업추진기본전략을 마련해 사업분과위원회에 올리면 국방부 장관이 위원장인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사업 방식이 최종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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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重 “수의계약” vs 한화오션 “경쟁입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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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중공업은 관행에 따라 KDDX 사업이 수의계약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방위사업관리규정 89조에 따르면 기본설계 결과(기본설계 시험평가 결과 잠정 전투용 적합 판정 시) 기본설계 주관기관이 계속해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를 수행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위원회 또는 분과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기본설계 참여업체가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를 계속 수행하게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사업의 적시성을 위해 수의계약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기본설계는 통상 36개월이 걸리기 때문에 한화오션이 개념설계에 나설 경우 건조 일정에 차질이 생길 것이란 분석이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방위사업법 시행령은 무기체계의 효율적인 연구개발과 전력화 시기 충족을 위해 기본설계를 수행한 업체가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의 수의계약으로 체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화오션은 수의계약이 아닌 경쟁입찰로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해당 관행이 2019년 방위사업관리규정 개정에 따라 예외조항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특히 HD현대중공업이 군사기밀을 불법 탈취해 후속 기본설계 사업을 낙찰받아 공정하게 경쟁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앞서 HD현대중공업 직원 9명은 2014년 전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의 KDDX 개념설계도 등을 빼돌린 혐의로 지난해 11월 유죄가 확정됐다. KDDX 개념설계도는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이 해군에 납품한 자료이며 3급 군사기밀로 취급된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HD현대중공업이 군사기밀 불법 탈취 및 유출로 유죄 판결을 확정받은 특별한 상황이 발생했기에 법이 정한 바에 따라 경쟁입찰 방식으로 공정하게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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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내 KDDX 사업 계약해야 하는데… 방산업체 지정 지연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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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갈등이 첨예하게 맞서면서 사업 자체가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KDDX 선도함이 2030년 10월 현장에 투입될 예정인데 이를 위해선 늦어도 2029년에는 함정이 인도돼야 한다. 건조 기간을 감안하면 연내 선도함 건조 업체 선정이 완료될 필요가 있다.
방산업계는 산업부의 방산업체 지정이 늦어질 것을 염려하고 있다. 산업부는 방산업체 지정 신청 접수 후 최대 6개월 안에 방산업체를 지정하면 된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지난달 산업부에 신청서를 낸 것을 감안하면 11월까지 방산업체 선정 절차가 이어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큰 이슈가 없을 때는 산업부가 빠른 시일 내에 방사청의 의견을 수렴해 발표하는데 현재 KDDX 사업이 화제가 되고 있어 산업부가 섣불리 발표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어느 쪽이든 빨리 결과가 나야 기업들도 다음 계획을 세울 수 있어 정부의 발표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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