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내 정치와 지정학 갈등에 아프리카에 소홀
9월 니제르서 미군 전면 철수 예정
중국은 금융, 러시아는 안보 지원으로 입지 확장
전 나토 총사령관, 아프리카 입지 회복 방안 제시
지구상 경작지 60%, 광물 매장량 30%를 차지하고 인구 15억 명에 육박하는 아프리카가 세계 안보에서 점점 더 중요한 위치에 서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자국 정치와 주변국의 지정학적 갈등을 챙기느라 아프리카에 소홀하면서 최근에는 중국과 러시아에 입지를 내줬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러시아는 현지 안보 강화, 중국은 금융 지원 등으로 아프리카를 구워삶고 있지만, 미국은 9월까지 니제르에서 미군을 철수하기로 하는 등 후퇴하는 모양새다.
이에 관해 전직 미 해군 제독이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총사령관을 지낸 제임스 스타브리디스는 최근 블룸버그통신 칼럼을 통해 미국을 비롯한 서구 국가들이 아프리카 대륙에서 입지를 넓히기 위한 6가지 전략을 제시했다.
스타브리디스는 우선 아프리카가 가진 엄청난 다양성을 이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에티오피아의 오랜 독립 문화와 남아프리카의 식민지 시대를 비교해 보라. 또 프랑스어권 아프리카는 포르투갈 식민지였던 아프리카와는 매우 다르다”며 “모든 국가는 각자의 특성을 형성하는 오랜 역사적 경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1994년 르완다 대학살 당시 미국은 마비돼 대응하지 못했다”며 “미국은 벨기에 식민 통치 이후 끓어오른 민족 간 긴장감을 이해하지 못했고 엄청난 비극에 개입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둘째로는 지리적으로 네 개의 영역을 대표하는 국가들에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동부 천연자원 핵심지인 케냐 △최대 인구와 천연자원을 자랑하는 서부 나이지리아 △글로벌사우스를 대표하고 아프리카 유일 주요 20개국(G20)인 남아프리카공화국 △인구가 둘째로 많은 북부 에티오피아를 지목했다.
스타브리디스는 “이들은 각 지역과 때에 따라선 대륙 전체에 영향을 주는 국가”라며 “이들을 위한 인센티브에는 주요 인프라에 대한 자금 지원과 4세대 전투기, 대테러 훈련 등이 포함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셋째로는 아프리카 내 글로벌 기관들과의 관계 개선이다. 그는 “가장 중요한 것은 에티오피아에 본부를 둔 아프리카연합”이라며 “그러나 이곳의 미국 대사 자리는 1년 넘게 공석”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무부는 대륙 전체에 신뢰를 주기 위해 아프리카 경험이 많은 외교관을 임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 밖에도 △글로벌 동맹국들과의 긴밀한 협력 △더 많은 안보 지원 △중국 일대일로에 비견될 지원 등을 주요 전략으로 제시했다.
특히 중국 일대일로는 아프리카 국가들이 미국에서 중국으로 돌아선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현재 아프리카 54개국 중 40개국 이상이 일대일로에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국제통화기금(IMF)이나 세계은행(WB)처럼 미국에 기반을 둔 금융기관이 제공하는 대출보다 중국이 제공하는 조건 없는 대출에 더 흥미를 느끼는 상황이다. 다만 일대일로 중 일부 건설 프로젝트는 부실한 것으로 드러났고, 관련 대출이 여럿 취소되는 등 중국 역시 빈틈이 없는 것은 아니다.
스타브리디스는 “아프리카의 전략적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며 “2050년이면 지구상 인구 4명 중 1명은 아프리카에서 살게 될 것이다. 일관된 전략이 없다면 미국은 계속해서 영향력과 지정학적 이점을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