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광주 심혜진 기자] KIA 타이거즈 베테랑 사이드암 김대유가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팀을 구했다. 한 달만에 다시 돌아온 1군 무대에서 존재감을 발휘한 것이다.
김대유는 20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홈경기에 앞서 1군 엔트리에 등록됐다.
좌완 불펜 이준영이 팔의 뻑뻑함을 느껴 말소됐기 때문이다. 빈자리를 김대유가 채우게 됐다.
4-2로 앞선 7회초 무사 2, 3루서 김대유가 마운드에 올랐다. 장현식이 먼저 올라왔지만 박동원에게 솔로포를 맞은 데 이어 문보경에게 안타, 구본혁에게 2루타를 맞고 고개를 숙였다.
김대유가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올라온 것이다. 첫 타자 박해민을 삼진으로 처리하며 첫 아웃카운트를 잡았다.
그리고 신민재 타석에서 분위기를 바꾸는 아웃카운트가 나왔다. 3루 주자 문보경을 잡아낸 것이다. 문보경의 리드 폭이 큰 것을 본 포수 한준수가 바로 3루로 뿌려 문보경을 아웃시켰다.
2사 2루가 됐고, 김대유는 풀카운트 승부 끝에 신민재에게 볼넷을 허용했지만 홍창기에게 유인구를 던져 헛스윙 삼진으로 솎아냈다. 이렇게 극적으로 올 시즌 첫 홀드를 적립했다.
경기 후 만난 김대유는 “어린 친구들이 휴식일이어서 운 좋게 그런 상황에서 등판했는데 내가 잘했다기 보다는 진짜 팀이 도와줘서 그런 아웃카운트(견제사)도 잡아 주고 이런 것 때문에 더 힘을 받을 수 있어서 더 결과가 좋게 나온 것 같다. 운도 따른 것 같다. 이겨서 좋다”라며 밝게 웃었다.
김대유는 “기회를 주신 감독님과 코칭스태프에게 감사드린다”고 인사를 한 뒤 “제가 잘했다기보다는 팀이 도와줬다. 좋은 아웃카운트(문보경 견제사)를 잡아주고 이런 것 때문에 힘을 받아 결과도 따랐던 것 같다”고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현재 KIA 불펜은 힘겨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이준영이 말소됐고, 최지민도 제구 난조로 흔들리고 있다. 이번에 올라온 김대유의 역할이 커질 전망. 앞으로 위기 상황에서 기용될 가능성이 커졌다.
김대유는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올라가는 게 불펜 투수들에겐 힘든 일일 수도 있는데 즐거운 일이다”라며 “서로 서로 막아주면서 가는 게 불펜이 할 일이고 그러면서 팀이 단단해지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나와서 (장)현식이도 좋고 저도 좋다. 이렇게 내가 백업을 해 줄 수 있으니 더 기분 좋다. 이게 팀이다”라며 선수 혼자가 아닌 팀 전체가 막는 것임을 강조했다.
친정팀 LG를 상대로 잘해 더욱 뜻깊다. 넥센(현 키움), SK(현 SSG), KT를 거쳐 지난 시즌까지 LG에서 활약했다. 11월 박동원의 FA 보상선수로 지명돼 KIA 유니폼을 입게 됐다.
김대유는 “신경을 쓰기보다 내려놓았다. 2군에서 감독님과 코치님에게서 내려 놓는 법을 많이 알려주셨다. 그래서 이런 경기에서도 큰 욕심 없이 들어가 오히려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생각한다. 감사드린다는 말 전하고 싶다”라면서 “작년에 LG전에 안 좋았는데 나도 모르게 많이 의식을 많이 했더라. 의식을 안하려고 했는데도 무의식적으로 의식을 하면서 힘이 더 들어갔던 것 같다. 그러면서 미스가 나며 사구가 많았다. 결과가 안 좋았으니 바꿔보자고 생각했고, 쉽게 던졌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김대유가 이닝을 실점없이 잘 막자 장현식이 그에게 다가와 폭 안겼다. 김대유는 “나같아도 안아줄 것 같다”고 웃은 뒤 “현식이와 캐치볼 파트너인데 항상 ‘서로서로 도와야 한다. 그래야 다같이 살아서 성적이 나는 거다’라고 얘기를 하는데 그 도움을 처음으로 준 것 같다. 그래서 나도 좀 너무 안고 싶었다”고 만족해했다.
최근 KIA의 불펜이 흔들리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당장 좀 힘들다고 얘기하시는데 지금까지 잘해왔기 때문에 흔들려보이는 거다. 점수를 주는게 투수이기 때문에 지금 그런 상황들이 좀 생긴다고 해서 친구들이 흔들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며 “그냥 쭉 가면 어차피 자기 에버리지가 나온다. 잘하고 있다. 옆에서 나도 많이 도와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