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도로 숙련된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인재의 부족은 전 세계적인 도전 과제가 됐습니다. 개인에게 권한을 더 많이 부여하고 혁신적인 작업에 참여할 수 있는 자원과 자금을 제공해 성장 및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합니다.”
1991년 비교적 늦은 출범에도 불구하고 단기간에 세계적인 명문 연구 중심 대학으로 성장한 홍콩과학기술대(HKUST)의 낸시 입 총장은 “인재야말로 혁신을 주도하는 필수적 요소”라고 인재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입 총장은 최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진행한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홍콩과기대 성공의 핵심 요인에 대해 “글로벌 인재 풀과 광범위한 글로벌 연계”라고 지목했다. 입 총장은 신경과학 및 생물학 분야의 석학으로 2022년 10월 총장에 취임해 홍콩과기대를 이끌고 있다. 입 총장이 국내 언론과 인터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홍콩은 중국 본토와 세계를 연결하는 중요한 관문으로 우수한 인재와 글로벌 파트너십을 유치한다”며 “비교적 ‘젊은 대학’으로 변화하는 사회적 요구에 맞춰 혁신적인 교수법과 교육 자원을 신속하게 도입하는 유연성을 갖고 있다”고 소개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을 벤치마킹해 설립한 것으로 알려진 홍콩과기대는 영국 글로벌 대학 평가 기관인 타임스고등교육의 2024 세계 대학 평가에서 64위를 기록해 KAIST(83위), 포항공대(149위) 등을 앞지르는 성과를 올렸다. 입 총장은 “홍콩과 한국 모두 고등교육에서 뛰어난 성과를 내고 있다”며 “이는 양국 정부의 지원책과 첨단 교육에 대한 막대한 투자의 결과”라고 전했다.
입 총장은 ‘인재’의 중요성을 특히 강조하며 “훌륭한 대학을 만드는 것은 결국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는 “STEM 인재를 유치하고 혁신기술(I&T) 기여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다방면의 기회뿐 아니라 최첨단 인프라, 첨단기술을 제공해야 한다”며 “성숙한 법적 시스템을 갖춘 국제금융 중심지인 홍콩은 이상적인 장소”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강력한 교수진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우수 인력 유치를 위한 노력도 소개했다. 입 총장이 취임한 후 홍콩과기대는 의학, 인공지능(AI), 환경과학 등 핵심 전략 분야에서 70명 이상의 우수한 교수진을 새롭게 채용했다. 입 총장은 “다양한 연구 환경, 최첨단 인프라, 훌륭한 파트너십 및 자금 지원 기회를 제공할 뿐 아니라 교수진의 복지에도 큰 관심을 기울인다”며 “주거와 의료 지원 등 가족 친화적인 정책을 시행해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고 했다.
|
홍콩과기대는 연구 성과를 적극적으로 기업 성과로 연결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홍콩과기대는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스탠퍼드대 같은 명문 대학뿐 아니라 에어버스·알리바바·구글·마이크로소프트 등 다국적기업과도 300개 이상의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입 총장은 “연구 성과를 사회의 유익한 솔루션으로 전환하기 위해 ‘기업가정신’을 특히 강조하고 있다”며 “1999년 기업가정신센터(Entrepreneurship Center)를 설립해 창업을 희망하는 구성원들을 장려하고 지원하기 시작했다. 캠퍼스의 모든 이는 기업가정신 개발을 위한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홍콩과기대는 연구 내용을 토대로 상업화해 수익을 발생시킨 경우 당사자에게 최대 70%의 수익을 보장한다. 올해 5월 기준으로 홍콩과기대 교수진 또는 학생이 설립했거나 설립에 관여한 스타트업은 1747개에 달한다. 이 중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 원 이상)만도 10개다. 이들 스타트업의 총평가액은 70조 원을 넘는다. 입 총장은 “이 같은 지원을 받고 창업한 홍콩과기대 출신 기업인들은 모교 후배들에게 취업 기회를 제공하면서 안정적인 선순환을 이루고 있다”고 덧붙였다.
입 총장은 최근 글로벌 첨단산업의 화두로 떠오르는 AI 분야의 경쟁력 강화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홍콩과기대는 최근 QS 세계 대학 순위의 데이터 과학, 인공지능 분야에서 10위권에 진입했다”며 “지난해 튜링상 수상자 등 글로벌 선구자를 초대해 두 차례의 AI 포럼을 개최하는 등 AI 연구·교육 분야에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동서양 간의 지식 교류를 촉진하기 위한 ‘사고 리더’의 허브 역할을 수행하려 한다”며 “AI 관련 인재를 유치하고 유지하는 것 또한 다른 분야와 다르지 않다. 개인에게 풍부한 기회와 성과를 낼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