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아이러니하죠. 트렌드에 한 번도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다고 말하는 디자이너가 만든 브랜드가 지금 트렌드의 최전방에 있으니까요. 그것도 최소 몇십년 된 빈티지 소재들을 이용해 만든 옷들이 말이에요.
할리우드 배우들과 모델들은 물론 패션 인플루언서들도 앞다투어 팬임을 자처하는 뉴욕 브랜드, 보디(BODE)의 이야기입니다.
미국 애틀랜타 출신의 디자이너 에밀리 아담스 보디가 론칭한 브랜드 보디(BODE)는 히스토리를 간직한 빈티지 패브릭으로 만든 유니크한 워크 웨어로 단번에 패션 월드를 사로잡았습니다. 2016년 브랜드를 론칭하고 1년도 채 되지 않아 뉴욕 패션위크 남성복 컬렉션 무대에 오르더니, 2021년에는 CFDA선정 올해의 디자이너로 뽑히기도 했죠.
에밀리가 만든 보디의 의상들은 과감한 패턴과 정교한 자수, 귀여운 패치워크 등을 활용해 화려함의 끝을 보여주지만 실루엣과 디테일은 오히려 편안하고 자연스러워 자꾸만 눈길이 갑니다. 마치 ‘난 차려입는 것에 관심이 없어’라고 말하지만 잔잔히 아우라를 뿜어내는 사람처럼요.
골동품 수집가였던 할아버지를 따라 어린 시절부터 빈티지 마켓을 돌며 오래된 아름다움의 가치를 찾아다녔다는 창립자 에밀리 아담스 보디. 특히 희귀한 빈티지 직물을 보면 망설이지 않고 수집해왔다는 그녀가 오래된 커튼, 침대 커버, 식탁보 등 옛날 직물을 바탕으로 만든 의상들은 ‘사랑스럽다’는 표현이 부족하게 느껴질 정도로 뛰어난 미감을 자랑합니다.
제니, 김나영, 차정원, 공효진, 코드 쿤스트 등 패션에 관심이 많은 셀럽들은 최소 2, 3년 전부터 보디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곤 했는데요. 수작업으로 한 땀 한 땀 공들여 완성한 흔적이 역력한 아름다운 옷이 패셔니스타들의 눈에 들지 않았을 리 없었겠죠.
이렇게 패션 바이어, 에디터, 스타일리스트 등 ‘옷잘알’들이 나만 알고 싶은 브랜드처럼 비밀스럽게 입던 보디는 지난달 나이키와의 협업으로 가장 트렌디한 브랜드로 급부상합니다.
오리건 대학 미식 축구팀에게만 공급되고 대중에게 판매되지는 않았던 아스트로그래버 스니커즈를 비롯해 경쾌한 줄무늬 패턴이 돋보이는 쇼츠, 빈티지 감성이 물씬 느껴지는 청키한 스웨터 등을 출시했는데, 순식간에 판매됨은 물론 리셀가가 끝없이 치솟을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답니다.
김나영, 금새록, 유준열 등 배우들도 이 협업에 특별한 애정을 드러냈죠.
이 협업을 계기로 보디는 2024년 패션 신에서 가장 핫한 브랜드로 떠오르게 됩니다. 남자가 입어도 여자가 입어도 편안하게 착용할 수 있는 박시한 실루엣과 기분 좋게 따뜻한 느낌을 주는 컬러 차트, 수공예 의상 제작 기법을 접목은 보디의 인기를 견인했습니다.
성공 가도를 달리며 급성장 중이던 보디는 여성복으로 컬렉션 라인을 확장하며 6개월 전, 뉴욕 워스 스트리트에 우먼즈 매장을 오픈하기도 했답니다. 오래된 영화를 속으로 들어간 것처럼 빈티지한 무드의 인테리어는 공간 디자이너인 남편의 솜씨죠. 아늑한 이 공간에는 메사추세츠, 펜실베니아, 오하이오주 등에서 공급받은 빈티지 직물로 만든 독특한 의상과 액세서리들이 자유롭게 걸려 있습니다.
에밀리는 과거 인터뷰에서 “보디의 뮤즈는 특정 인물이 아닌 남편과 나의 친구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들이다”라고 밝힌 바 있죠. 그녀의 옷 한 피스 한 피스에서 따뜻함과 포근함이 느껴지는 건 소중한 사람에게 입히고 싶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애정을 듬뿍 담아 ‘지었기’ 때문 아닐까요?
옷장에 하나 들이려면 큰 맘 먹어야 할 정도로 만만치 않은 가격이지만 향수가 느껴지는 보디의 의상. 하나쯤 품고 있으면 시즌과 트렌드에 관계없이 오래오래 입을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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