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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 LG가(家) 식자재 업체 아워홈의 구미현 회장이 취임과 동시에 매각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원하는 기업가치를 받을 수 있을지 불투명하고, 정관의 ‘우선매수권’이라는 제약사항이 있어 실제 매각까지는 난관이 예상된다.
20일 식품·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구 회장은 전날 취임사에서 “주주 간 경영권 분쟁을 근원적으로 끝낼 수 있는 방법은 ‘전문경영인에 의한 합리적인 회사 경영’ 즉, ‘사업의 지속 발전을 지향하는 전문기업으로 경영권 이양’이라고 판단했다”며 “본인을 포함한 주요 주주 지분을 유능한 전문기업에 이양하면서 아워홈 직원들의 고용 승계와 지위 보장을 명문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31일 오빠인 구본성 전 부회장과 이사회를 차지하면서 예상됐던 행보다.
비상장사인 아워홈 지분은 고 구자학 명예회장의 장남인 구 전 부회장이 38.56%, 둘째 구 회장이 19.28%, 셋째 구명진씨가 19.6%, 막내인 구지은 전 부회장이 20.67%를 보유하고 있다. 오너가 네 남매 지분이 98%가 넘는 가족회사이다.
2년 전 구본성 전 부회장이 매각을 추진할 당시 기업가치는 언론에서 2조 원으로 거론되나 실제로는 1조 원에서 최대 1조 5000억 원 사이로 알려졌다. 기업공개(IPO)를 논의했던 특정 증권사의 밸류에이션 평가에서는 1조 원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반해 매각을 시도하는 입장에서는 2조 원을 훌쩍 넘는 수준의 기업가치를 원한다.
아워홈의 피어 기업(비교 기업)은 신세계푸드, CJ프레시웨이, 현대그린푸드 등이다. 이들 기업들은 최근 실적 개선세를 이어오다 올해 들어 성장세가 꺾였다. 시가총액은 신세계푸드 1500억 원, CJ프레시웨이는 2500억 원, 현대그린푸드는 4200억 원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실적과 사업이 유사한 피어 기업의 시총이 5000억 원을 넘지 않는다”며 “매출이 증가해도 밸류에이션을 더 높게 받긴 힘들다”고 말했다.
아워홈은 프랜차이즈와 휴게소 등의 식자재유통과 단체급식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 1조9835억 원, 영업이익 943억 원으로 최대 실적을 올렸으나 향후 실적 업사이드(성장성)가 높지 않다는 게 IB업계의 평가다. 또 매각 후 LG그룹의 캡티브 마켓이 사라지면 지금의 성과를 이어가기 쉽지 않다. 지난해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은 약 1600억 원이다.
최근 한상원 한앤컴퍼니(한앤코) 사장과 구본성 전 부회장이 몇 차례 만난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앤코의 인수 가능성도 제기됐다. 한앤코가 지난 2020년 대한항공 기내식 사업부를 인수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한앤코측은 이를 부인했다.
또 하나 관건은 정관에 담긴 우선매수권이다. 아워홈 정관에 따르면 한 주주가 주식을 매각할 경우 다른 주주들에게 주식을 우선적으로 팔아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구본성 전 부회장과 구 회장 지분이 57.84%인데, 만약 구지은 전 부회장이 우선매수권을 행사하면 경영권을 확보하기 어렵다.
게다가 수년 째 가족간 경영권 분쟁을 일으키며 불협화음을 내온 기업이라는 점은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이 투자를 꺼리는 요인이다. 구지은 전 부회장은 지난 2004년 아워홈 상무로 입사해 2015년에 부사장에 올랐으나 오빠에 의해 5개월 만에 보직 해임, 사보텐·타코벨 등을 운영하는 외식 기업인 캘리스코 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캘리스코는 아워홈에서 식자재를 공급받았는데 구본성 전 부회장이 식자재 공급을 중단하기로 하면서 법적 분쟁까지 가기도 했다. 결국 구지은 전 부회장은 신세계푸드에서 식자재를 납품 받았다.
이후 2021년 보복 운전 논란을 일으킨 구본성 전 부회장을 구지은 전 부회장이 몰아낸 뒤 대표이사에 올랐고, 틈틈이 구본성 전 부회장의 지분을 정리하려 했으나 실패했다. 올해 장녀인 구미현 회장이 구본성 전 회장과 손을 잡으면서 구지은 전 부회장은 다시 회사를 떠나는 처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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