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조원 규모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을 놓고 시장 점유율 1·2위인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 간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ETF 전체 거래액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개인 투자자를 끌어당기기 위해서다. 5월 한 달간 개인은 국내 상장 ETF를 1조900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순자산 규모 1위 삼성이 먼저 수수료를 최저 수준으로 낮추며 승부수를 던졌다. 그러나 두 달가량 지난 시점에서 미래에셋을 따돌리기는커녕 점유율 격차가 더 좁혀졌다. 개인 투자자의 ETF 투자액만 떼어놓고 보면 오히려 미래에셋이 삼성을 앞서는 상황이다. 개인 투자자의 ‘주식 이민’이 증가하면서 해외 주식 ETF 포트폴리오가 더 다양한 미래에셋으로 자금이 몰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 삼성·미래 0.0001%포인트의 전쟁
삼성과 미래는 0.0001%포인트의 싸움을 벌이고 있다. 삼성은 지난 4월 KODEX 미국S&P500TR·KODEX 미국나스닥100TR 등 미국 증시 대표 지수 추종 ETF 4종의 총보수를 연 0.05%에서 0.0099%로 내렸다. 1억원을 투자하면 운용사에 수수료로 9900원만 내면 된다는 뜻이다. 미래에셋은 보란 듯 지난달 10일 TIGER CD1년금리액티브(합성) ETF의 총보수를 삼성보다 0.0001%포인트 낮은 연 0.0098%로 인하했다. 국내 상장 ETF 중 최저 보수다.
ETF는 상품별 차별점이 크지 않아 운용사들은 최저 수수료를 내세워 소비자를 끌어들인다. 삼성은 선제적으로 수수료 인하 카드를 꺼내고 광고에 수십억원을 쏟아부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의외의 결과가 펼쳐졌다. 삼성 점유율이 하락하면서 두 회사의 점유율 차이가 줄어든 것이다. 금융투자협회 집계에 따르면, 이달 14일 기준 국내 ETF 전체 순자산(150조원) 중 삼성이 38.8%, 미래가 36.4%를 차지했다. 두 회사 점유율 차이는 3월 말 3.6%포인트에서 이달 14일 2.4%포인트로 축소됐다.
개인 투자금의 향방이 희비를 갈랐다. 삼성이 총보수를 인하한 4월 19일부터 이달 14일까지 삼성 ETF의 개인 순자산은 7900억 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반면 미래에셋 ETF의 개인 순자산은 2조3700억원 증가했다. 그 영향으로 이 기간 개인의 ETF 순자산 중 미래에셋의 개인 투자자 비중은 48.7%로 0.6%포인트 상승했으나, 삼성은 31.4%로 1.8%포인트 낮아졌다.
개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를 떠나 해외 주식 투자를 늘린 영향이 일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미래에셋은 주식형, 그중에서도 해외 주식형 ETF를 다양하게 갖췄다는 평을 받는다. 펀드 평가사 에프앤가이드 집계에 따르면, 해외 주식형 ETF 순자산 1·2위가 미래에셋의 TIGER미국S&P500(3조7200억원), TIGER미국나스닥100(3조5200억원) ETF였다. 삼성은 KODEX200처럼 국내 지수 추종 주식과 채권형 ETF에서 전통의 강자로 통한다. 자산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은 삼성생명·삼성화재 등 계열사 자금을 많이 운용하기 때문에 개인보다 기관 투자자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 KB·한투는 톱3 경쟁
삼성과 미래에셋의 양강 구도 속에 톱3 자리를 뺏으려는 곳과 지키려는 곳의 경쟁도 치열하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점유율을 6.5%로 끌어올리며 3위 KB자산운용(7.7%)을 바짝 따라붙었다.
한투운용은 성장 속도가 상대적으로 빠르다는 평이 나온다. 2022년 ETF 브랜드명을 ACE로 바꾼 후 빅테크·반도체·인공지능 등 산업 트렌드를 주도하는 해외 주식 ETF를 잇따라 출시했다. 최근엔 엔비디아·애플·마이크로소프트·구글 등 미국 빅테크 각각의 밸류체인 기업에 투자하는 ETF를 한꺼번에 내놨다.
KB운용도 다음 달 현재 KBSTAR인 ETF 브랜드를 바꾸고 분위기 쇄신에 나선다. 아직 새 이름은 공개되지 않았다. KB운용은 작년 9월 드물게 이차전지주 하락에 베팅하는 ETF(KBSTAR2차전지TOP10인버스iSelect)를 내놔 화제를 모은 것처럼 특색 있는 신상품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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