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지주 상반기 순이익 8.7조원 달할 듯
ELS 배상액 제외할 경우 10조 웃돌아…’역대 최대’
대출 증가로 이자수익 크게 늘어…또 ‘이자장사’ 논란
올해 주요 금융지주의 실적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은행들이 표정관리에 나섰다. 2분기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보이는 실적 개선세의 원인이 높은 대출 성장세라는 점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현재 은행권에 부채 관리를 주문한 상황이다.
1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의 2분기 순이익은 4조5041억 원으로 추정됐다. 이는 전년동기 4조2813억 원 보다 5.20% 늘어난 규모다.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배상액 1조3234억 원을 충당부채로 반영했던 1분기와 비교하면 6.5% 증가했다.
4대 금융의 올 상반기 합계 순이익 전망치는 8조7332억 원으로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 상반기(9조 1824억)보다 5.0%(4607억 원) 감소했다. 하지만 홍콩 ELS 충당부채를 제외할 경우 10조 원을 넘길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다.
지주사별로 살펴보면 KB금융의 2분기 순이익은 전분기(1조491억 원)보다 38.0%(3997억 원) 확대된 1조491억 원으로 예측된다. 이 경우 KB금융은 ‘리딩 금융’ 타이틀을 되찾을 수 있을 전망이다.
같은 기간 신한금융의 예상 순이익은 1조2973억 원이다. 전분기 (1조3215억 원) 대비 1.8% 줄어든 수치다.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은 각각 9516억 원, 8064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점쳐진다.
당초 시장에서는 H지수 ELS 손실 사태로 은행권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홍콩 H지수의 예상 밖 선전으로 ELS 자율배상 비용 감소가 기대되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고금리 기조 속 가계대출 증가로 이자이익이 불어난 점이 실적 우상향을 견인하는 모양새다. 한국은행의 ‘5월 금융시장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4~5월 은행 대출 순증액은 29조 8000억 원이었다. 1분기 순증액 28조 6000억 원을 이미 넘어섰다.
부동산 시장에 훈풍이 불면서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한 영향이다. 5월 은행 가계대출은 6조 원 늘었는데, 이 중 주담대가 5조 7000억 원 증가해 순증액의 95%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기업대출도 약 7조 원 확대됐다.
상반기 실적 호조의 원인이 ‘대출’로 꼽히면서 은행권의 입장은 다소 난감해졌다. 그간 ‘이자장사’로 돈을 번다는 비난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당국은 2분기 가계대출 급증에 경고까지 한 상황이다. 앞서 12일 긴급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열고 “은행권의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당부한 상태다.
그럼에도 은행권이 이자수익으로 역대 최대 실적까지 기록하자 금융 당국도 당장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고 있다. 금융당국 한 고위 관계자는 “수익성을 이유로 점포와 직원도 줄였으면서 매번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면서 “금융권의 자체적인 노력이 이어지고 있지 않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책 금융 등 상반기에 공격적으로 대출을 늘릴 수 밖에 없는 환경이었다”면서 “하반기부터는 본격 관리에 돌입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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