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골프 영웅 박세리가 아버지 빚 문제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팬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다. 18일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흘리며 심경을 토로한 박세리의 모습은 많은 이들에게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이런 가운데 2016년 박세리 은퇴식에서 박찬호가 했던 ‘나무’ 연설이 다시금 회자되고 있다. 이날 온라인 커뮤니티 ‘이종격투기’에는 ‘실제 박세리 은퇴식서 박찬호가 했던 말’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에는 지난 2016년 박세리 은퇴식 장면이 담겨 있었다. 당시 박찬호는 일면식도 없던 박세리 은퇴식에 깜짝 등장했다.
이날 박찬호는 박세리의 은퇴를 기념해 특별 제작한 모자까지 쓰고 나타났다. 모자엔 ‘SERI(세리)’가 새겨져 있었다. 박세리가 직접 초대한 손님은 아니었기에 박찬호의 등장은 놀라웠다. 은퇴식 이후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박찬호는 일장 연설을 늘어놓았다.
박찬호는 “오늘 (박세리의) 은퇴식을 한다고 해서 만사를 제쳐두고 왔다. 박세리가 어떤 일을 한 사람이고 어떤 의미인지, 나라가 얼마나 필요로 했던 사람인지 느껴왔다. 어떤 일을 끝낼 때쯤에 그 사람의 가치, 업적, 의미를 느낄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KLPGA, LPGA에서 이렇게 커리어를 축복해 주고 은퇴식에서 축하를 해주지 않나. 얼마나 좋은 성적을 냈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그 자리에 있었다는 것이 LPGA에 진출하는 선수들의 길을 밝게 하는 것 같다. 오랫동안 해온 업적이 더 의미가 있고 후배들에게 교훈이 됐으면 좋겠다”며 박세리의 업적을 높이 평가했다.
박찬호는 자신의 은퇴식을 언급하며 “나도 떠날 때 망설임이 있었고 또 내일 경기가 없다는 것이 실감이 안 나고 두려워지더라. 시련 속에서 다음 경기를 준비하는 것이 더 행복한 것 같다. 은퇴를 하고 나니까 알겠더라”며 은퇴 후 느끼는 감정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내일 경기에 임하는 두려움보다도 은퇴 이후의 허탈함이 힘들었고 (박) 세리도 그런 것을 겪을 것이다. 특히 ‘세리 키즈’들의 활약이 특히 대단하다. 나도 은퇴 이후에 느꼈지만, 후배들이 활약하는 것을 보면서 내가 지금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이 나 자신에게 안타깝고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나 때문에 저 친구가 잘하고 저와 같은 길을 가는 것이 뿌듯하다”며 후배들의 활약에 대한 뿌듯함을 드러냈다.
박찬호는 박세리에게 “너와 나는 나무다”는 얘기를 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린 열매였던 적이 없었다. 나무가 크게 자라서 후배들이 열매를 맺었다. 우린 처음이었기 때문에 나무일 수밖에 없었다. 열매들이 또 다른 씨앗을 뿌려서 울창한 숲을 이루게 우리가 그 일을 해야 할 것이라는 얘기를 했는데 세리도 공감했다. 은퇴도 사실 용기가 필요하다. 세리가 선수 옷을 벗는 것이지 골프를 떠날 수는 없다. 지도자로, 조언자로, 팬으로 바뀌는 것이다”라면서 박세리의 은퇴를 격려했다.
이어 “한국 사람들이 어려울 때 박찬호, 박세리가 영웅 역할을 했다. 그 영웅이라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의지하고 싶은 것이다. 특히 교포들이 그랬다. 전 손톱깎이에 코리아가 적혀있고 컴퓨터 모니터에 삼성이 적혀있고 현대차가 지나가면 굉장히 위안이 됐다.”고 밝혔다.
또 “세리는 그 이상의 몇백 배 더 큰 위안, 의지가 되는 역할을 했다. 선수들과 골프 경기를 보면서 세리를 한국인이라고 얘기했을 때 굉장히 뿌듯했다. 내가 혼자서 이뤄야 할 일이 있었다는 어려움을 세리가 함께 밀어줬다.
그러면서 “지금 한국 스포츠는 세계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원하진 않았지만 나라에 대한 사명감, 책임감을 가질 수밖에 없었던 인연이 있다. 그린 필드 안의 동반자 같다”며 한국 스포츠가 세계에 끼친 영향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끝으로 박찬호는 “영광스러웠다. 골프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돼서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세리의 의미와 가치를 더 깊이 느끼게 됐다. 골프 선수와 투수는 똑같다. 외로움, 철학, 고달픔을 알 것 같다. 플레이할 때 심리적인 것들이 똑같다”고 말했다.
한편 박세리는 아버지와의 빚 때문에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18일 ‘골프 전설’ 박세리 박세리희망재단 이사장은 아버지 고소와 관련한 기자회견 도중 눈물을 흘렸다.
이날 박세리는 “눈물이 안 날 줄 알았는데 화도 난다. 아빠와의 갈등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2016년 은퇴 이후 문제가 터지면 항상 (빚을) 갚아줬다. 이제 한계에 도달했다. 더 이상 아빠 채무를 변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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