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대 방산전시회로 꼽히는 2024 유로사토리가 1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노르 빌팽트 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됐다.
유럽 최대 규모의 지상 무기체계 방산 전시회인 유로사토리는 1967년부터 시작해 격년으로 진행되고 있다. 올해는 60개국 2000여개 업체가 참석했으며 6만여명의 관람객이 방문할 전망이다.
이날 오전 진행된 개막식에는 세계 각국의 군 관계자, 방산업체 등이 참석했다. 석종건 방위사업청장과 최병로 방위산업진흥회 상근부회장 등 우리 관계자들도 개막식에 참가했다. 제복을 입고 온 각국 대표의 군 관계자들은 행사장 앞에서 만나 담소를 나누기도 했다.
세바스티앙 르코르뉘 프랑스 국방부 장관은 개회사를 통해 “2년 전보다 군사 무기의 산업적인 효율성, 군사 무기의 신뢰도를 높이는 데 주안점을 뒀다”고 강조했다. 이어 “무기 생산의 많은 수출, 수입이 이뤄지는데 국가 간 협력해 기술적으로 함께하고 신뢰도를 높이고 노하우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17일(현지시간) 개막한 2024 유로사토리에서 한국산 무기들과 국내 방산업체에 쏠리는 관심은 뜨거웠다. 특히 한국과 수출 협상하고 있는 동유럽 국가 정부 관계자들이 개막식이 끝나자마자 한국관을 찾아 수출 관련 논의를 이어나갔다.
이날 오전에는 한국과 K-9 자주포 수출 협상을 진행 중인 루마니아의 이온-코넬 플레사 획득청 부청장이 한국관을 찾았다. 플레사 부청장은 같은 시각 한국관을 격려차 방문한 석 청장과 만나 수출 관련 논의를 이어갔다. 이 자리에서 루마니아 측은 수출 협상 막바지에 다다른 K-9 자주포뿐만 아니라 수출형 보병전투장갑차 레드백과 K-2 전차 도입에도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석 청장은 이후 취재진과 만나 “현재 루마니아의 K-9 자주포 수출은 9부 능선을 한참 넘은 상태”라며 이날부터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루마니아를 방문하는 일정에서 K-9 수출 협상의 방점을 찍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국내에서는 28개의 방산업체가 참가했으며 1070㎡ 규모의 전시장을 설치했다. 568㎡의 부스를 차렸던 2020년 행사보다 약 1.9배 늘어난 규모다.
주요 업체로는 K-9 자주포를 생산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K-2 전차를 만드는 현대로템, 탄약을 생산하는 풍산, 해외에 총기류를 수출하는 다산기공 등이 부스를 차렸다.
우리 기업들은 동유럽 국가들에 수출했거나 계약이 진행 중인 핵심 무기들을 선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번 전시회에서 다연장 유도무기 체계인 ‘천무’를 유럽에서 처음으로 실물 전시했다. 폴란드도 지난 4월 한화와 천무 72대를 구매하는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천무는 사거리 80㎞, 160㎞, 290㎞ 등 다양화된 미사일 라인업을 자랑하는 무기체계다. 동유럽 국가들이 주로 사용하는 러시아제 122㎜ 구경 로켓을 사용할 수 있어 여러 국가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노르웨이에서도 이번 전시 기간 중 한국관을 찾아 관련 천무 수출 관련 논의를 진행한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다연장 로켓 도입을 검토해 온 노르웨이는 현재 미국 하이마스와 천무를 놓고 고심 중이다.
이부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유럽법인장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서 다연장 로켓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며 “노르웨이나 스웨덴, 불가리아 등 국가에서 많은 문의가 있고 현재 그들 국가에 맞는 솔루션에 따라 변형된 모델로 협상을 진행하고 있고 좋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함께 한국관에서 이목을 끌었던 업체는 현대로템이었다. 현대로템은 자신들의 주력인 K-2 전차의 수출버전인 K-2 EX를 전시했다. K-2 EX는 기존 K-2 전차와 달리 원격무장장치(RCWS)를 탑재했다.
적군의 드론 공격을 방해하기 위해 전파교란장치(재머)와 능동방호장치(APS)를 장착했다. APS는 대전차 전투 중 방호용 목적으로 좌우에 한 세트씩 설치됐으며 한 발은 외부 노출이 돼 있는 형태다. 한 발을 쏘면 자동 장전이 이뤄지고 양쪽에 두 발씩 총 네 발을 쏠 수 있다. 1발당 탄수는 7탄이다. 현대로템은 2022년 7월 폴란드에 K-2전차 180대 수출하는 1차 계약이 실행됐고 후속 계약을 추진 중이다.
다목적유인차량(UGV)도 눈에 띄었다. 무인으로 정보를 획득하거나 부상병, 탄약 등을 수송하는 역할을 한다. 자폭형 드론 등을 장착하면 공격 임무도 가능하다. 최근 현대로템은 UGV 기술을 보완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이밖에도 아직 시연되지 않았지만 현대로템이 구상 중인 K-2 전차의 미래 버전도 선보였다. 이 전차에는 130㎜ 포탄을 적용해 화력을 높이고 다양한 화기를 통해 상황에 맞춰 대응하는 방식을 선보일 예정이다. 또 최종적으로 수소 연료를 사용하는 것이 목표며 2030년까지 개발을 완료할 계획이다.
탄약을 주로 생산하는 풍산은 유로사토리에서 K-9 자주포에 활용되는 재원들을 전시했다. 특히 지난해 개발에 성공한 K-9 자주포용 155㎜ 사거리 연장탄이 눈에 띄었다. 기존 자주포의 사양 변경 없이 탄약 자체의 성능을 변경해 사거리를 늘렸다. 기존에 40㎞였던 사거리는 60㎞까지 50% 늘어났다. 로켓 추진제를 추가로 탑재해 성능 개선에 성공했다.
차세대 방산 무기에 맞춰 탄약을 활용한 드론도 전시했다. 탄약투하공격 소형드론은 개발 완료 단계다. 세 발의 초소형 폭탄을 장착해 날아가면서 투하할 수 있다. 개발이 80% 정도 완료된 동축형 드론도 전시됐다. 동축형 드론은 전장 상황에 따라 다양한 모듈을 결합해 용도를 바꿀 수 있다. 전투 지원, 감시정찰, 폭발, 철갑 관통 등 상황에 맞춘 활용이 가능하다.
이날 풍산의 부스에는 동유럽 등 여러 국가에서 관계자들이 찾아와 무기와 관련해 문의했다. 박우동 풍산 부회장은 시간마다 각국 정부, 군 관계자들과 미팅도 진행했다.
박 부회장은 “풍산의 소재들은 99% 이상이 국산화됐다”며 “다른 경쟁업체보다 품질, 가격, 납기, 고객으로부터 신뢰 등 이점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계 각국에 탄약을 사용 안 하는 곳이 없기 때문에 동유럽 등 여러 국가에서 관심이 많다”고 덧붙였다.
한국관에는 방진회가 구성한 중소기업관도 이목을 끌었다. 중소기업관에는 영풍전자, 코리아디펜스인더스트리 등 13개 중소업체가 자리했다. 142.5㎡ 크기로 마련된 중소기업관에는 각 업체가 작은 부스를 차려놓고 전시를 진행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로템 등 주요 업체들의 바로 앞에 자리해 관람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현장에서는 한국 방산업체들에 대한 뜨거운 관심과 동시에 프랑스와 독일 등 일부 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확산되는 ‘K-방산’ 견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서혁 한국방위산업진흥회 방산정책연구 센터장은 “유럽연합(EU)에서 유럽방위산업전략(EDIS)를 발표하는 등 한국 기업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어 저희도 이번 전시회를 통해 (유럽 국가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전략을 수립하는 계기로 삼으려고 한다”고 밝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4월 25일 프랑스 파리 소르본 대학에서 EU 의회 관계자들을 대상 연설을 통해 “유럽의 자주 국방을 위해 유럽산 장비를 더 많이 구매해야 한다”며 “미국과 한국 무기 대신 유럽산 무기를 사자”고 말했다.
EU도 지난 3월 발표한 EDIS를 통해 오는 2030년까지 EU 국가의 유럽산 무기 비중을 현 20%에서 50%로 확대하고 EU 내부의 방산 거래 규모를 15%에서 35%로 늘려야 한다고 권고했다.
우리 정부가 2027년까지 세계 방산 수출 4위 규모에 진입한다는 계획을 세운 상황에서 유럽 국가들이 한국 정부와 기업들의 방산 수출에 대한 견제가 더 거세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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