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들은 ‘황금알 낳는 거위’로 불리는 ‘비즈니스 클래스'(Business Class)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수요가 제한적인 퍼스트 클래스(First Class) 대신 비즈니스 클래스의 서비스 품질을 높여 잠재 고객을 끌어오려는 전략이다. 개당 판매 수익은 줄더라도 그만큼 더 많은 사람이 이용한다면 오히려 이익이라는 판단이다.
상위 클래스 이용객 수는 회사의 이미지에 영향을 주는 건 물론 수익성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라 관련 내용은 철저히 대외비로 감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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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바뀐 트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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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년 사이 국내외 대형항공사들이 앞다퉈 도입한 비즈니스 클래스는 기존 퍼스트 클래스 장점을 최대한 적용한 게 특징이다. 옆 사람과 나란히 앉아 가지 않아도 되고, 동선이 겹치거나 시선이 마주치지 않도록 지그재그로 설계된 개인화 구조를 갖췄다. 게다가 완전히 누울 수 있는 풀-플랫(Full flat) 시트도 적용됐다.항공사들은 10년 전만 해도 에어버스의 초대형 기종인 A380, 보잉의 자존심 B747 등을 주력 기종으로 삼고 퍼스트·비즈니스 클래스 좌석 수를 늘렸다. 공항에서도 특화 서비스를 제공하며 경쟁했다.
최근엔 보잉 B787이나 에어버스 A350 등 차세대 중대형 기종을 중심으로 기단을 꾸리면서 좌석 배치와 운용 방식에도 변화가 생겼다. 해당 기종은 장거리 운항이 가능하지만 대형 기종 대비 공간 제약이 있는 만큼 효율을 우선할 수밖에 없다. 공간 차지를 많이 하는 퍼스트 클래스 대신 비즈니스 좌석 수를 늘리거나 이코노미석과 비즈니스석 사이의 ‘프리미엄 이코노미’를 추가함으로써 추가 수익 창출을 기대한다.대한항공과 델타항공, 유나이티드항공 등은 B787 드림라이너를 주력 기단으로 삼았고 아시아나항공을 비롯해 핀에어, 루프트한자 독일항공 등은 A350을 핵심 기종으로 내세운다.
신기종 도입과 함께 새로운 비즈니스 클래스 중심 인테리어를 적용하면서도 항공기 내구연한이 많이 남은 기존 보유 기종은 비즈니스 클래스 리뉴얼을 병행하고 있다. 에어프랑스는 지난해부터, 같은 그룹인 네덜란드 로열 더치 항공(KLM)은 지난달부터 비즈니스 클래스 리뉴얼을 시작했다. 루프트한자는 탑승객 맞춤형 객실 ‘알레그리스'(allegris)를 적용한 항공편 운항을 시작했다. 핀에어는 모든 객실 리뉴얼을 마친 A350 기종을 띄우고 있다. 국내 항공사들은 주요 장거리 노선의 객실 인테리어 리뉴얼을 상당 부분 마무리했다.카타르항공 등 중동 지역 항공사들은 신기종을 도입하면서도 퍼스트 클래스를 강조하는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 출발지부터 목적지까지 이동까지 책임지는 소퍼 서비스를 도입하는 등 풀-서비스 패키지로 차별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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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어진 비행시간도 상위 클래스 관심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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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노선의 일부 항공사를 제외하면 대부분 항공기에서 퍼스트와 비즈니스 간 서비스 종류에 차이가 있을 뿐 품질이 비슷한 만큼 탑승객과 항공사 모두 비즈니스 클래스에 관심을 보인다.퍼스트 클래스 티켓 가격은 이코노미 클래스의 5~8배, 비즈니스 클래스는 3~4배쯤이다. 공항에서는 전용 라운지를 이용할 수 있고 게이트에서 우선 탑승할 수 있다. 화물도 우선 처리된다. 기내식과 주류 등 특화된 기내 서비스도 다르다. 이코노미 클래스는 간편히 먹을 수 있는 식사가 제공되지만 비즈니스 클래스 이상에서는 코스 요리를 즐길 수 있다. 마실 수 있는 주류 종류도 차이가 크다.
외항사 관계자는 “소비자가 적당히 만족하는 선, 항공사 수익이 극대화되는 선이 비즈니스 클래스라고 보면 된다”며 “퍼스트 클래스는 비싸지만 여러 모로 운용 효율이 너무 떨어져서 항공사 입장에선 오히려 손해”라고 말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해 비행시간이 길어지면서 비즈니스 클래스와 프리미엄 이코노미 등 보다 편한 좌석에 관심이 증가했다”며 “공항 라운지 이용과 우선 탑승, 우선 화물처리에 대한 요구도 큰 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상위 클래스 이용 시 제공하는 어메니티 키트도 차별화 요소여서 유명 브랜드와의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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