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시중은행이 수익성이 떨어지는 일반 지점은 줄이고 고액자산가 대상 점포를 늘리고 있다. 고액자산가 자산관리(WM) 수수료를 통해 비이자이익을 늘리기 위해서다. 앞으로 은행의 성장은 고액자산가와 같은 우량 고객을 확보하는데 달린 만큼 이들을 유치하기 위한 경쟁은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18일 은행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고액자산가 전문 프라이빗뱅커(PB) 센터는 지난 5월 기준 89개로 2018년 말(75개)보다 16% 늘었다. 반면 일반 점포는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금융감독원 정보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4대 은행의 국내 영업점포(출장소 포함)는 총 2826개로 2018년 말(3563개)보다 20.6% 줄었다.
하나은행은 지난 5월 기준 자산관리점포인 ‘골드 클럽’(GOLD CLUB)을 22개, ‘VIP클럽’은 189개를 운영 중이다. 고액자산가 대상 WM 복합점포인 ‘클럽원(Club1)’도 2개 운영 중이다. 최근에는 기존 PB센터에 특화 서비스를 결합한 공간도 만들고 있다. 하나은행은 삼성동 클럽원(Club1) PB센터에 ‘뉴시니어 라운지’를 신설해 연금과 신탁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PB센터 24개, WM 특화점포 59개를 운영 중이다. 국민은행은 지난 4월 서울 반포동에 종합자산관리센터 ‘KB 골드앤와이즈 더 퍼스트’를, 지난 5월에는 ‘KB 골드앤와이즈 역삼 PB센터’ 문을 열기도 했다. 오는 11월 국민은행은 ‘골드앤와이즈 더 퍼스트 도곡센터’도 오픈할 예정이다. ‘KB골드앤와이즈 더 퍼스트’는 금융자산 30억원 이상을 보유한 자산가를 대상으로 차별화된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우리은행은 지난 1월 은행권 최초로 지방에 WM센터인 ‘투체어스W 부산’을 개점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말 고액자산가를 위한 ‘TCW(TWO CHAIRS W)’ 조직을 신설해 이곳에 12명의 지점장급 PB를 배치하기도 했다. 우리은행은 오는 2026년까지 반포, 강북 등 주요 거점에 투체어스W를 20개까지 늘려 고품격 서비스의 양과 질을 확대하기로 했다.
신한은행은 지난 2022년 100억원 이상 자산가 대상 자산관리 브랜드인 신한PWM 패밀리오피스를 신설하고, 강남센터·서울센터·반포센터를 개점했다. 신한PWM 패밀리오피스는 투자컨설팅 등 단순한 자산관리에서 벗어나 개인, 가문, 기업의 생애주기별 일대일 초밀착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아울러 신한은행은 WM 특화점포인 ‘신한 PWM’을 총 25개 운영 중이다.
은행이 PB나 WM센터 등 고액자산가 특화점포 강화에 나선 것은 수수료를 통한 비이자이익 확대하기 위해서다. 비이자이익은 펀드·보험 등 판매로 거둔 수수료나 유가증권·외환·파생에 대한 투자수익 등이다. 자산규모가 큰 고액자산가들은 자산관리 수수료나 투자 규모가 큰 만큼 은행권의 비이자이익 확대에 기여하는 부분이 크다. 아울러 상속·증여, 세무·부동산 등 단순 WM 형태에서 더 넓어진 사업영역은 은행의 미래 먹거리로 평가되는 핵심 사업이다.
하지만 은행이 비자이이익을 늘리기 위해서는 가야 할 길이 멀다. 지난 1분기 국내 은행권 비이자이익 규모는 1조7000억원으로 이자이익(14조9000억원)의 10%를 겨우 웃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전통적 수익원인 예대마진(예금과 대출금리의 차이)을 통한 이자이익만으로는 성장세를 이어가기에 한계가 있으며 최근 금융 당국도 은행권의 비이자이익 확대를 주문하고 있다”며 “비이자이익 확대의 중요성이 커지는 만큼 PB나 WM부문을 강화해야 은행의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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