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업금융의 규모가 급격히 커지면서 금융사의 부실 위험도 동반 상승하고 있다. 기업의 운영자금 조달 수요가 커지면서 기업금융 규모는 2500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특히 회사채 발행 여건이 악화하면서 금융사 대출을 중심으로 기업금융이 늘었다. 금융사 역시 가계부채 관리 강화로 가계대출의 성장이 제한된 상황에서 기업대출의 증가를 반기고 있다. 하지만 최근 기업의 성장성과 수익성이 하락하면서 과도한 기업금융 확대가 금융사의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8일 KDB미래전략연구소가 발표한 ‘최근 기업금융시장 특징 및 리스크 요인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금융의 잔액은 지난해 말 기준 2465조원에 달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기업금융 잔액은 2019년 말에는 0.92배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말에는 1.10배까지 확대됐다.
특히 기업금융은 대출을 중심으로 크게 늘고 있다. 2022년부터 회사채 발행 여건이 악화하면서 은행과 비은행 금융사에서 대출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기업이 증가했다. 기업금융에서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말 73.6%였으나, 지난해 말에는 78.3%로 확대됐다.
금융권 중에서는 상호금융권의 기업대출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상호금융권의 기업대출 증가율은 26.4%를 기록했다. 이어 여전사 14.9%, 저축은행 14.5%, 은행 9.7%, 보험 7.4% 순이었다.
업종별로는 부동산·건설업에 속한 기업의 대출이 가장 많이 증가했다. 부동산·건설업의 지난해 말 대출액은 2019년 말과 비교해 13조6000억원 증가했다. 도소매업(13조3000억원), 숙박업(10조4000억원), 제조업(7조2000억원)을 웃도는 수치다. 기업대출 잔액 역시 부동산·건설업이 563조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처럼 기업금융의 규모가 커지면서 금융사의 리스크도 증가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기업의 성장성과 수익성이 전반적으로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성장성과 수익성이 하락한다는 것은 기업의 채무상환 능력이 저하된다는 의미로 기업에 돈을 빌려준 금융사는 대출채권의 부실화 가능성이 커진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외부감사 대상 기업(외감기업)의 매출 증가율은 지난해 3분기 -5.2%로 역성장했다. 전년 동기 매출액 증가율은 17.5%에 달했으나, 1년 만에 매출이 하락세로 돌아선 것이다. 매출액 영업이익률 역시 지난해 3분기 4.0%로, 전년 동기(4.8%)에 비해 떨어졌다.
고금리·고환율, 경기회복 지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경계감 등 비우호적 경제·금융 여건이 지속되고 있는 점도 기업금융의 리스크 증대 요인이다.
실제로도 기업금융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부동산·건설 업종에서는 연체기업 비율이 증가하면서 기업금융의 부실이 현실화하는 모양새다. 한국신용정보원에 따르면 부동산업의 연체기업 비율은 3.59%로 전 업종을 통틀어 가장 높다. 건설업의 연체기업 비율이 3.15%로 두 번째로 높다.
윤경수 KDB미래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코로나19 이후 기업금융의 급격한 확대로 금융부문의 취약성이 증대된 가운데, 경제· 금융 여건 악화, 기업실적 저하 등을 고려해 기업 신용위험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라며 “국내 기업의 성장성 및 수익성이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금융비용 부담이 민간 소비·투자 등 실물경기 위축으로 연결될 소지가 큰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윤 선임연구원은 “특히 부동산·건설 대출이 코로나19 이후 급격히 확대된 가운데 최근 연체기업 비율이 지속 상승 중인 점 등을 고려할 때 재무구조가 취약한 중소건설사 등에 대한 구조조정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다”라며 “부동산·건설업의 재무건전성 저하, 금융시장으로의 리스크 전이 가능성 등에 대해 사전 대비할 필요가 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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