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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원전 옆 40년 살았어도 안전…새 원전 우리동네에 지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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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원전 옆 40년 살았어도 안전…새 원전 우리동네에 지어달라”
울산 울주군 서생면에 12일 새울 원전 3·4호기가 자리해 있다. 울산=박신원 기자

“바로 옆 동네에 있는 고리 1호기가 1978년부터 가동됐잖아요. 40년 이상 원전 옆에서 살아보니 원전 덕분에 지역 경제가 활성화되고 고용도 창출된다는 걸 몸소 체감했어요.”

17일 기자가 찾은 울산광역시 울주군 서생면. 마을에 들어서자 아담한 건물들과 바다 풍경 사이로 새울 원전 3·4호기의 웅장한 돔이 모습을 드러냈다. 곳곳에 송전탑들이 줄지어 세워져 있어 이곳이 발전소 도시임을 실감 나게 했다. 고리 원전도 차로 5~10분밖에 걸리지 않을 정도로 가깝다.

서생면 주민들은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대형 원전 건설 계획이 반영되기만을 손꼽아 기다려왔다. 주민들은 ‘누더기촌’이었던 마을이 원전이 들어서면서 차근차근 발전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일반인들 입장에서는 원전이 기피 시설이지만 이곳 주민들에게는 고마운 존재다.

[르포] “원전 옆 40년 살았어도 안전…새 원전 우리동네에 지어달라”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발표되기 전인 올해 5월 서생면에 새울 원전 5, 6호기 유치를 희망한다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사진 제공=서생면주민협의회

주민들은 하루빨리 서생면에 신규 원전이 유치되기를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이곳에는 현재 새울 1·2호기가 가동 중이다. 새울 1·2호기는 각각 2016년 12월과 2019년 8월에 준공됐다. 새울 3·4호기는 올 10월과 내년 10월 각각 준공 예정이다.

여기에 신규 원전 2기가 추가로 유치되면 새울 5·6호기까지 총 6기의 원전이 서생면에 자리 잡게 된다. 옆 동네인 부산 기장군에는 현재 가동 중지된 고리 1호기를 포함해 고리 1~4호와 신고리 1·2호기까지 6기의 원전이 있다. 주변 지역 원전만 총 10기다. 손복락 서생면주민협의회 회장은 “서생면은 신규 원전 건설을 위해 가장 적절한 입지”라며 “한수원 인재개발원 부지를 원전 부지로 활용할 수 있는 만큼 부지 확보가 용이하고 이미 원전이 운영되고 있는 만큼 입지 안전성이 확보돼 있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울주군에 위치한 한수원 인재개발원은 17만 4521㎡(약 5만 2800평) 규모다. 인근에 위치한 한국전력원자력대학원대학교 부지까지 합치면 신규 원전 2기가 들어설 수 있는 면적이다.

통상 신규 원전 건설 과정에서 주민들의 동의를 확보하는 일이 가장 어렵다. 하지만 서생면은 주민들이 한목소리로 원전 유치를 원하고 있다. 김영수 진하1리 이장은 “신규 원전 자율 유치를 희망하는 주민들의 의견은 예나 지금이나 여전하다”며 “서생면에 22개의 마을이 있는데 모든 마을이 다 같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원전 건설을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의 자율 유치 공모를 거친 뒤 부지 선정과 전략환경영향평가 등을 진행해야 한다. 서생면은 부지가 이미 확보돼 있어 부지 선정과 검증을 위한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 다른 지역보다도 빠른 건설이 가능한 조건이다. 11차 전기본 실무안에 따라 2038년까지 신규 건설할 대형 원전 3기의 부지로 울주군이 유력하게 거론되는 이유다. 문재인 정부 당시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이 백지화됐던 경북 영덕의 천지 원전과 강원도 삼척의 대진 원전도 주요 후보로 꼽힌다.

서생면과 인접한 부산 기장군에 위치한 고리 1호기는 2017년 폐쇄돼 해체를 앞두고 있다. 서생면 주민들은 1978년 가동된 고리 1호기의 착공부터 지켜봐왔다. 손 회장은 “고리 원전부터 40년 넘게 지켜본 결과 어떤 특이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사건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며 “원전이 문제가 있다는 건 경험을 바탕으로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르포] “원전 옆 40년 살았어도 안전…새 원전 우리동네에 지어달라”
서생면에 12일 송전탑들이 줄지어 서 있다. 울산=박신원 기자

특히 서생면 주민들은 원전이 들어선 뒤 마을의 발전을 지켜보면서 원전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 지역에는 신고리 1·2호기가 들어선 2005년쯤부터 200~300명의 주민을 고용할 수 있는 일자리가 생겼다. 원전으로 인해 창출된 일자리는 주로 토목공사와 배관 공사, 식당, 청소 등이다. 청년부터 50~60대까지 폭넓은 일자리가 생겼다는 게 주민들의 설명이다. 손 회장은 “원전이 들어서기 전까지는 서생면에 식당도 거의 없었는데 새울 3·4호기 공사가 시작된 후 원전 반경 1㎞ 이내로 식당이 10여 개는 생겼다”며 “연 매출도 1억 5000만 원에서 2억 원 상당은 된다”고 설명했다. 서생면 이구마을에서 14년간 이장을 맡아온 이상배(74) 씨는 “원전이 지어지기 전까지 이 동네는 ‘누더기촌’이었다”며 “원전이 들어오면서 도로포장 등 기반 시설부터 상수도 도시가스까지 마련됐다. 원전이 들어선 후 사고 한번 없이 지금까지 살아왔다”고 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확정된 후 입지 선정에 나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31일 발표된 11차 전기본은 환경부의 전략환경영향평가와 기후변화영향평가를 거친 뒤 정부안을 마련하고 공청회와 국회 보고 등을 거쳐 확정된다.

서울경제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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