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로 10·29 이태원 참사 분향소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길로 가도록 공식 선포합니다. 감사합니다.”(이정민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
이정민 위원장의 울음 섞인 한마디를 끝으로 499일간 서울광장을 지켰던 이태원 참사 합동 분향소가 운영을 종료했다. 희생자 영정 사진은 종교 인사들 도움으로 내려져 유가족들 품에 안겼다. 오랜만에 아들·딸 영정을 품에 안아 든 유가족은 사진 속 얼굴을 쓰다듬으며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유가족은 영정을 품에 안고 3명씩 줄을 맞춰 서울광장을 한 바퀴 돌아 부림빌딩으로 향했다. 복받쳐오르는 감정에 끝내 울음을 참지 못하고 흐느끼기도 했다. 참사 500일을 하루 앞두고 분향소는 서울광장에서 약 200m 떨어진 중구 을지로1가 부림빌딩 1층 실내로 옮겨졌다. 부림빌딩 1층은 오는 11월 2일까지 ‘임시 기억·소통의 공간’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16일 오후 1시경 서울시청 앞에 설치된 분향소에서 운영 종료식과 4대 종단 추모의식이 시작됐다. 희생자를 기리는 보라색 리본과 조끼를 맞춰 입은 유가족들은 조용하고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희생자 159명 이름을 불렀다. 사회를 맞은 이미현 시민대책회의 공동상황실장이 이름을 호명하면 유가족들이 “기억하겠습니다”라고 화답했다.
이날 의식은 분향소를 지켰던 500여 일 동안 설움을 기억하는 동시에 안전 사회로 나아가는 첫걸음이 되도록 다짐하는 자리였다. 이 실장은 “임시기억소통공간 ‘별들의집’은 이곳 서울광장에서 2~3분 거리지만 이태원 참사 진상 규명을 위한 새로운 출발지가 되려면 시민 여러분이 기억해주시고 희생자들의 기억들을 살펴봐주셔야 한다”고 외쳤다.
희생자 유가족 이기자씨는 “이곳 서울 분향소는 녹사평역에서 시청으로 옮겨와 24시간 교대하며 지켜낸 곳”이라며 “아이들 영정을 눈물로 올리고 가슴을 때리고, 억울함과 분노를 분향소에서 표출했다.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을 다스린 장소”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분향소는 사라지고 기억공간으로 이전하지만 유가족들의 마음은 또 다른 새로운 시작”이라고 힘줘 말했다.
박석운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공동대표는 “작년 2월 4일 참사 발생 100일 당시 유가족들이 영정을 가슴에 안고 용산 대통령실 앞을 지나 광화문광장까지 행진했다”며 “많은 시민들이 일치 합심으로 경찰 침탈을 막아내 짧은 시간 내에 설치 완료할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이어 “1년 8개월 지나도록 진상 규명은 안 되고 책임자 처벌은 꼬리 자르기식”이라며 “이태원 참사 추모 투쟁은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나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전날 분향소를 찾아 “가족을 잃은 참담한 심정은 여전히 어떤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을 것”이라며 유족을 위로했다. 서울시는 복지정책실을 통해 지난해 2월부터 총 54회에 걸쳐 유가족과 면담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당초 유가족 측이 참사 100일을 하루 앞두고 서울광장 앞에 분향소를 설치하자 서울시는 이를 불법 시설물로 규정하며 양 측은 갈등을 빚었다. 시는 지난해 4월 초까지 발생한 변상금 2900만원을 부과해 골이 깊어지기도 했다.
다만 갈등 중에서도 설날 떡국행사를 비롯한 각종 행사 진행과 장비 반입 등을 협조하며 대화 채널을 유지해 왔다. 이후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 국회에서 통과되면서 분향소 이전과 추모 공간 건립 논의가 급물살을 탔고 유가족 측과 분향소를 자진 이전하기로 합의했다. ‘별들의 집’이 위치한 부림빌딩은 서울시 소유 건물로 지하철 2호선 을지로입구역과 가까워 시민 접근성이 높아 시와 유가족 간 협의 끝에 새로운 장소로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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