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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엔튜닝] 고마워 나의 기타 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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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도서가 = 북에디터 정선영] “뭐해?”

저녁 무렵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응, 기타 치고 있어.”

“네게 취미가 생기다니 정말 대단해!”

불시에 온 친구 전화에 기타 연습 중이라고 말할 만큼 나는 기타를 잡는 시간이 많아졌다. 지난주에 배운 것을 복습하기도 하고 그동안 배우다 만 곡을 뚱땅거리도 한다.

그동안 내가 배우다 만 곡을 열거해본다. 영화 <머니볼> OST ‘더 쇼’(내 쇼는 과연 언제 시작될까), 마룬5 ‘선데이 모닝’(그 그루브를 당최 소화할 수 없다), 레이지본 ‘어기여차’(언젠가 노를 저을 수 있겠지), 장범준의 ‘벚꽃엔딩’(다음 봄을 기다린다), 왬!의 ‘라스트 크리스마스’(지금부터 가열히 연습하면 이번 겨울에 칠 수 있을까?) 등등.

기타 선생님 숙원과는 달리 메트로놈은 켜지 않는다. (지금 이 순간도 제발 메트로놈을 켜고 연습하라는 선생님 잔소리가 저 멀리서 들려오는 듯하다.) 어쩐지 메트로놈만 켜면 혼자서도 잔뜩 긴장을 해 더 엉망이 되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리듬 감각이 없는데 메트로놈까지 켜지 않으니 박자는 제멋대로지만 내 손 끝에서 멜로디가 흘러나오는 게 신기하기만 하다. 그렇게 계속하다 보면 어쩌다 한두 번은 좋은 소리가 나고, 그 한두 번에 나는 매우 기뻐한다.

요 며칠 속 시끄러운 일로 몸살을 앓았다. 친구에게 전화해 하소연할 힘도 없을 때, 그럴 때 내 기타 찰리는 가만히 친구가 되어주었다. 내가 줄을 짚고 튕기는 대로 소리를 내주었다. 물론 좋은 소리도 아니고 정확한 리듬도 아니었다. 늘 그렇듯 뜻대로 되지 않았지만 적어도 찰리와 함께하는 시간 동안은 속 시끄러운 일어서 벗어날 수 있었다.

독서를 할 때와는 또 다른 기분이다. 책 만드는 일이 직업이 되고 한 해 한 해 시간이 더해질수록 독서가 주는 취미의 즐거움을 많이 잃었던 게 사실이다. 특히나 머리가 복잡할 때 책을 잡으면 활자에 집중하지 못해 짜증이 더해진 날도 많았다. 취미로 보는 책은 일로 보는 책과 아예 다른 분야를 골라봐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기타를 칠 때면 머리가 금세 비워진다. 잘 치지 못하기 때문에 집중하느라 딴생각을 못하는 것도 있겠지만, 기타를 끌어안고 있을 때면 어쩐지 마음이 편안해지고 든든할 때가 있다.

물론 아직까지 나는 마음처럼 늘지 않는 기타 실력에 속상해하고 그래서 의무감에 기타를 잡는 날이 더 많다. 하지만 일 년 반 넘게 기타를 배우다 보니 이제는 제법 기타와 친해졌나 보다. 울적한 기분을 달래려 기타를 잡는 날도 오다니! 되는 대로 막 치다가 원하는 소리나 리듬이 나올 때면 기분도 한결 나아진다. 이런 게 음악의 치유 효과일까.

역시나 기타 배우기를 잘했다. 고마워 나의 기타 찰리.

|정선영 북에디터. 마흔이 넘은 어느 날 취미로 기타를 시작했다. 환갑에 버스킹을 하는 게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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