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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진국이 무슨 고속철’ 비아냥 듣던 韓, 해외진출 신호탄 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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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진국이 무슨 고속철' 비아냥 듣던 韓, 해외진출 신호탄 쐈다
윤석열 대통령과 샵카트 미르지요예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이 14일(현지 시간)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대통령궁 영빈관에서 공동 언론 발표를 마치고 악수하고 있다. 타슈켄트=연합뉴스

우리나라의 고속철 역사는 지금으로부터 30년 전인 199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정부는 서울과 부산을 잇는 시속 300㎞ 열차 설치를 목표로 고속철 시장의 강자인 독일·프랑스·일본을 대상으로 경쟁입찰을 실시했다. 이때 승자가 ‘테제베(TJV)’ 제작사로 잘 알려진 프랑스 알스톰사다. 알스톰은 독일·일본보다 파격적인 기술이전 조건을 앞세워 입찰을 따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실제 기술이전은 쉽지 않았다고 한다. 알스톰사는 약속과 달리 기술이전 전 과정에서 소극적으로 일관했다는 게 당시 연구진의 한결같은 증언이다. 회의 과정에서 “한국과 같은 후진국이 고속철을 어떻게 만들겠느냐”는 비아냥 섞인 반응도 나왔다. 핵심 기술은 제대로 설명해주지도 않아 우리 기술진이 열차를 뜯어 설계를 그려내는 ‘리버스 엔지니어링’ 방식도 동원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 같은 어려움 속에서도 현대로템(064350)을 비롯한 70여 개의 산학연은 연구에 착수한 지 10년이 넘어선 2008년 동력 집중식 고속철인 ‘KTX-산천’ 개발에 성공하면서 세계에서 네 번째로 자국 기술로 고속철을 개발·상용화한 국가가 됐다. 이후 2021년에는 한 단계 진화한 동력 분산식 고속철인 ‘KTX-이음’ 개발에 성공했고 2022년에는 최고 시속 320㎞의 ‘KTX-청룡’까지 선보이며 또 한 번 성능 향상을 일궜다. 고속철 연구 개발에는 그동안 2조 7000억 원 이상의 민관 자본이 투입됐다.

현대로템과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우즈베키스탄에서 사상 첫 해외 고속철 수주에 성공하면서 우리나라 고속철이 새로운 도약의 단계로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번 수주를 발판으로 유럽을 비롯해 본격적인 해외 진출이 시작될 것이라는 점에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14일 “반도체·자동차와 같은 우리나라가 강점을 보이는 산업에 더해 고속철이 또 다른 먹거리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후진국이 무슨 고속철' 비아냥 듣던 韓, 해외진출 신호탄 쐈다

우즈베키스탄에 공급되는 고속철은 2021년 운행을 시작한 KTX-이음을 본떠 시속 250㎞급 총 42량(7량 열차 6대) 규모다. 최고 시속이 260㎞인 KTX-이음은 시속 300㎞대인 KTX-산천 등에 비해 느리지만 동력 분산식이라는 특징을 지녔다. 별도의 기관차가 앞에서 끌고 가는 동력 집중식과 달리 각 객차 밑에 모터를 분산 배치해 운행하기 때문에 수송 효율과 가감속 성능, 안정성 등이 우수하다.

열차는 우즈베키스탄의 수도 타슈켄트~부하라(590㎞) 구간과 향후 개통 예정인 부하라~히바(430㎞) 구간, 미스켄~누쿠스(196㎞) 구간 등 총 1216㎞에 달하는 노선을 달린다. 차량 제작사인 현대로템은 우즈베키스탄의 사막 기후를 고려해 높은 고온에도 안정적 성능을 유지하도록 설계를 변경하는 한편 외부 먼지나 모래를 차단하는 방진 설계를 추가할 방침이다. 우즈베키스탄의 철길 궤도 폭과 역 플랫폼 높이가 우리와 다른 만큼 현지화 작업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고속철의 첫 해외 진출은 정부의 꾸준한 설득과 지원이 주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열린 샵카트 미르지요예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고속철 등 대규모 교통 인프라 사업에 대한 양국의 긴밀한 협력을 당부했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수출입은행은 계약 성사를 위해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으로 우즈베키스탄에 대한 차관을 결정하면서 물꼬를 텄다. 이는 해외 철도 선진국들이 국제입찰에서 수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구매국에 양허성 자금을 제안하는 관례를 고려한 조치다. 국토교통부와 외교부도 장관회의·정책협의회 등 채널을 지속적으로 가동하며 계약 성사의 가교 역할을 했다.

대한민국에 대한 신뢰 또한 이번 사업을 따내는 결정적 한 방으로 작용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재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중국은 제품만 수출해놓고 기술이전은 제대로 안 해주는 경우가 많지만 한국은 전혀 그렇지 않다”며 “한 번 공사를 맡기면 공기(工期)를 칼같이 맞추고 추가 금액도 요구하지 않아 예측 가능한 파트너라는 신뢰가 제대로 잡혀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한국의 ‘한강의 기적’을 목격한 후발 국가일수록 한국의 성장 노하우를 배우고 싶어하는 의지가 강하다. 한국처럼 다양한 제조업 포트폴리오를 갖춘 나라와 일단 파트너 관계를 맺으면 원전·반도체 등 다양한 분야에서도 협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철도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우즈베키스탄 수출로 본격적으로 해외 고속철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라며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 폴란드 신공항 고속철,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등 수주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경제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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