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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양란의 좌충우돌 해외여행 24] 스페인 쿠엥카에서 4유로짜리 시티투어를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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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준한 절벽 위에 세운 도시인 쿠엥카는 중세 시대에는 철옹성이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파주시와 자매결연을 맺었다고 한다./신양란 작가

[시조시인·여행작가 신양란] 우리 부부의 첫 번째 스페인 여행 때, 쿠엥카에 간 것은 예정에 없던 일이었다. 원래는 마드리드 근처 콘수에그라에 가려고 했다. 하지만 버스 터미널 매표소 직원이 “콘수에그라행 티켓 두 장 달라”는 말에 고개만 계속 가로젓는 바람에 표를 못 샀다. 그렇게 어쩔 수 없이 쿠엥카로 목적지를 바꿨다.

우리가 가진 정보라고는 가이드북에 실린 몇 줄 설명이 전부인 상황이었다. 쿠엥카는 중세시대 요새도시로 절벽 위에 마을이 형성돼 있다. 그 돌산 위에 건물이 매달려 있는 모습이 이색적으로 전망대에 올라가면 구시가지를 조망할 수 있다.

어쨌거나 쿠엥카 버스 터미널에 내렸을 때 하늘은 잔뜩 찌푸려 있었다. 그보다 더 날 당황하게 만든 것은 현지 동선이었다. 나는 세고비아나 톨레도처럼 쿠엥카 역사지구도 버스 터미널에서 걸어서 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사실 그건 아무런 근거도 없는 예측이었다.

마드리드의 버스 터미널. 매표소 직원은 콘수에그라(소설 <돈키호테><div  class=

속 풍차 마을의 배경이라고 알려진 곳)행 티켓을 달라는 내 말에 검지와 중지를 내보이며 고개만 가로저었다. 그게 무슨 의미인지를 아직도 나는 모르겠다./신양란 작가”>

관광객이라도 많으면 따라서 움직일 텐데 비수기인 1월에 날씨까지 꾸물거리는 그날은 우리 말고 딱히 관광객으로 보이는 사람이 없었다. 이름도 처음 들어보는 쿠엥카라는 도시에 아무 준비도 없이 덜렁 떨어진 것이다. 마드리드에서도 통하지 않은 영어가 시골 마을인 쿠엥카에서 통할 리 없으니, 길을 물어볼 수도 없었다.

그때 남편이 말했다. “어떤 사람 블로그를 보니, 버스 터미널에서 1번 버스를 타고 기사한테 마요르 광장에 내려달라고 하니, 기사가 미라도르가 더 낫다며 전망대에서 내려줬대.”

그 말을 듣고 버스 승강장에 붙어 있는 노선도를 보니 대부분 노선에 ‘El Mirador’란 게 있었다. 나는 ‘미라도르’란 단어가 전망대를 뜻하는 거라고 짐작했고, 쿠엥카에서 제일 중요한 관광 명소이기에 모든 버스가 그곳에 가는 거라고 추측했다.

드디어 역사지구에 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고 기뻐하며, 6/7번 버스가 왔을 때 망설이지 않고 올라탔다. 물론 탈 때 기사에게 “El Mirador?”라고 물어봤고, 기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쿠엥카 버스터미널 앞 풍경. 쿠엥카 역사지구는 건너편에서 타야 하는데, 우리 부부는 사진에 보이는 방향(터미널에서 나오면 바로 보이는 곳)에서 잘못 타는 바람에 쇼핑센터가 있는 시 외곽까지 갔다./신양란 작가

그런데 버스가 한참 달려 도착한 곳은 ‘El Mirador’란 이름의 쇼핑센터 앞이었고, 그곳은 버스 종점이었다. 우리로서는 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난감한 상황이었다. 기사가 보기에도 우리가 쇼핑센터에 물건 사러 온 사람들로는 안 보였던지, 검지를 세워 보이며 “Uno(스페인어로 숫자 1을 뜻함), uno.”라고 했다. 1번 버스를 타야 한다는 말인 듯했다.

할 수 없이 6/7번 버스에서 내려 1번으로 갈아탔다. 1번 버스는 버스 터미널 앞을 지나 쿠엥카 역사지구에 닿았다. 처음에 우리가 버스를 탄 곳이 아닌 건너편 승강장에서 1번 버스를 탔으면 쉽게 갈 수 있는 걸 공연히 어렵게 간 것이다. 약간의 시간과 버스비 1유로(1500원)를 낭비하면서 말이다.

마요르 광장에 자리잡고 있는 쿠엥카 시청사. 전면의 건물이 시청사이고, 좌우의 건물은 여행자를 위한 숙소들이다. 이렇게 작은 시청사는 쉽게 만나기 어렵지 않을까 한다./신양란 작가

쿠엥카 역사지구 구경을 모두 마친 후, 버스 터미널로 돌아가기로 했다. 다시 1번 버스를 타면 되는 것을, 이번에는 엉뚱하게도 2번 버스를 탔다. 이때 빗발은 자꾸 굵어지고, 예매해 둔 버스 시간은 다가와 마음이 급해 저지른 실수였다.

마음속으로는 ‘쿠엥카에 오는 관광객들은 대개 버스를 타고 오니, 아마 2번도 버스 터미널 앞으로 갈 거야.’ 하는 생각을 하며 애써 안심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가도 가도 낯선 풍경뿐이었고, 버스 터미널은 나오지 않았다. 초조한 마음에 기사더러 “Estacion de Autobuses(버스 터미널)?”라고 물으니 고개를 젓는다. 이런 낭패가 또 있나.

쿠엥카 역사지구의 도로. 좁은 뒷골목이 아니라, 차들이 다니는 주요 도로이다. 마차가 다니던 시절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이런 도시를 여행하다 보면 타임머신을 타고 중세 시대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 든다./신양란 작가

결국 버스가 도착한 곳은 또다시 El Mirador였다. 그래도 한 번 와 본 곳이라고 반가웠고, 그곳에서는 버스 터미널에 갈 자신이 있었다. 2번 버스에서 내려 6/7번을 타고 무사히 버스 터미널에 내리고 보니, 버스 출발 시간이 빠듯했다. 또다시 약간의 시간과 1유로를 낭비한 셈이었지만, 다행히 마드리드로 돌아가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쿠엥카를 떠나며 나는 남편에게 이렇게 말했다. “우린 4유로짜리 쿠엥카 시티투어를 한 거야. 버스를 잘못 탄 덕분에 쿠엥카 시내를 구석구석 잘 구경했잖아.”

|신양란. 여행작가, 시조시인. 하고 싶은 일, 즐겁고 행복한 일만 하면서 살고 있다. 저서로 <여행자의 성당 공부><꽃샘바람 부는 지옥><가고 싶다, 바르셀로나><이야기 따라 로마 여행>등이 있다.

 버스 노선도에 나오는 ‘엘 미라도르’가 역사지구의 전망대인 줄 알고 갔는데, 대규모 쇼핑센터였다. 쿠엥카 대부분 버스 노선의 종점으로 보였다./신양란 작가

절벽 위에 세워진 도시인 쿠엥카에서 가장 유명한 건축물은 ‘허공에 매달린 집’이다. 안 그래도 아찔한 전망을 자랑하는 도시인데, 거기다 허공에 매달려 있으니 더욱 아찔한 곳이 아닐 수 없다. /신양란 작가
쿠엥카 역사지구의 진짜 미라도르(전망대). 역사지구의 가장 높은 지대이자 버스 종점이므로, 이곳에서 내린 다음 아래로 천천히 내려가며 투어를 진행하는 것이 좋다. 물론 가장 낮은 곳에서 내려 미라도르까지 올라간 다음 버스를 타도 된다. /신양란 작가
기념품 가게에서 팔리는 물건을 보면 그 도시를 대표하는 관광 상품이 보인다. 쿠엥카의 대표 상품은 단연 ‘허공에 매달린 집’이다./신양란 작가
마요르 광장에 자리잡고 있는 쿠엥카 대성당. 파사드(건물 전면부) 부분은 완성되었지만, 건축 중 사정이 생겨 원래의 설계대로 완공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신양란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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