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년층이 퇴직 후 재취업에 나설 경우 저숙련·저임금 일자리에 종사하는 경향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중장년 인력의 고용 비용을 높이는 연공서열형 직무체계 대신 성과에 따른 임금체계를 도입해 직무 연속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김지연 연구위원은 13일 ‘직무 분석을 통해 살펴본 중장년 노동시장의 현황과 개선방안’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직무를 △분석 △사회 △서비스 △반복 △신체로 분류해 연령대별 변화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20~75세 남성 취업자는 연령이 높을수록 분석, 사회, 서비스 직무 성향은 낮아지는 반면 신체 직무 성향을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이 높을수록 저숙련·저임금 일자리에 종사하게 된다는 의미다.
이런 직무 변화는 특히 실직이나 퇴직 후 새로운 일자리를 찾게 되면서 발생했다. 50대 미만 분석 직무 종사자는 이직을 하더라도 직무 성향이 거의 변하지 않았지만 50대 이상에서는 직무 성향이 크게 하락했다.
여성의 경우 출산과 육아에 따른 경력단절로 분석 직무 성향이 낮아지는 시점이 30~40대로 남성보다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 분석은 개인의 생산성 관련 변수를 통제한 결과다. 나이가 들수록 저숙련·저임금 일자리로 옮기게 되는 게 업무 능력의 저하에 기인한다고 볼 수만은 없는 이유다.
분석, 사회 직무 등 고숙련·고임금 직무를 수행할 능력이 있지만 채용되지 못하는 중장년층 근로자가 존재한다는 의미다. 현재 노동시장에서 중장년층 인적자원이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근로자 연령과 근속연수가 증가해도 분석 직무 성향이 거의 변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연구위원은 “중장년 인력 수요를 억제하는 과도한 연공서열형 임금체계 대신 직무의 내용과 성과에 따른 임금체계를 확대 도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년 연장의 경우 현재도 법정 정년 이전에 주직장에서 조기퇴직하는 근로자가 많은 점을 고려할 때 법정 정년 연장의 실효성은 낮을 것으로 판단했다. 기계적으로 법정 정년을 늘리기보다 정년퇴직 후 재고용 제도를 활용해야 한다고 봤다.
더불어 출산·육아기 이후 30~40대 여성이 생산성이 낮은 일자리로 이동하는 등 인적자원의 충분한 활용이 이뤄지지 못하는 점도 짚었다.
김 연구위원은 “일·가정 양립에 대한 지원, 가족 친화적인 근로환경 조성을 통해 생산성 높은 일자리에 여성이 남아 있을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다현 기자 da2109@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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