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신문 이성규 기자] 메리츠증권이 자회사인 메리츠캐피탈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담을 덜기 위해 지원에 나선다. 이에 메리츠증권의 자산건전성이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하지만 실질적인 리스크는 ‘통합 메리츠’가 어떤 방식으로 통제하는지 여부에 달렸다. 메리츠금융그룹의 통합 효과를 증명할 수 있는 본 시험대에 오르는 셈이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은 오는 17일 메리츠캐피탈 유상증자에 참여한다. 규모는 2000억원(400만주)이며 주주배정 방식이다. 현재 메리츠증권은 메리츠캐피탈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어 지분율 변동은 없다.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메리츠캐피탈은 발행가능주식 총수를 7000만주에서 8000만주로 늘렸다. 국내와 해외 부동산 관련 높은 익스포저를 통제하기 위해 사전에 준비를 한 셈이다.
메리츠증권은 메리츠캐피탈 증자 참여와 동시에 3334억원 규모 PF 관련 자산을 매입한다. 메리츠캐피탈 자산건전성과 자본적정성은 개선되지만 메리츠증권이 그 부담을 모두 떠안는 격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메리츠증권의 증자 참여와 자산매입이 신용도에 부담이 된다고 밝혔다. 다만 수익성과 손실흡수능력을 고려하면 신용등급에 즉각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평을 내놨다.
메리츠증권이 매입하는 부동산 PF자산은 대부분 요주의이하자산으로 파악된다. 메리츠증권은 부동산금융 강자인 만큼 해당 자산들을 평가해 부실자산 정리, 회생가능자산 관리 등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개발 경험도 갖고 있는 만큼 다양한 방법으로 리스크를 최소화할 전망이다.
메리츠금융그룹은 지난해 4월 그룹 통합 작업을 완료했다. 메리츠금융지주가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 지분을 각각 60.89%, 53.39%에서 100%(주식교환 방식)로 끌어올린 것이다.
그룹 내 상장사는 기존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이었으나 개편을 통해 메리츠금융지주만 남게 됐다. 일명 ‘통합 메리츠’의 출범이다.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메리츠금융그룹은 재무 유연성이 확대됐다. 예를 들어 메리츠화재가 지주에 배당을 확대하고 지주는 메리츠증권이 발굴한 투자처에 자금을 투입하는 것이다.
메리츠금융그룹은 통합 전에도 각 계열사별 협업이 두드러졌다. 하지만 자금조달 등 금융거래는각 계열사별 독립적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었다. 통합 이후에는 지주를 중심으로 각 계열사들이 하나처럼 움직일 수 있게 됐다. 메리츠금융그룹이 개편 과정에서 강조한 자본 배분 효율성이 높아진 것이다.
실제로 이 효과가 표면적으로 드러난 곳은 주식시장이다. 메리츠금융지주 주가는 통합 이후 두 배 넘게 올랐다. 현재 주당순자산비율(PBR)은 약 1.5배다. 여타 국내 금융지주사들은 0.5배도 넘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 관련 투자 시 메리츠화재, 메리츠증권, 메리츠캐피탈 등이 공동투자에 나서는 협력 형태도 더욱 강화됐다. 각 계열사 상황에 따라 투자금을 조정해 리스크를 분산시키는 격이다.
큰 틀에서 보면 이번 메리츠증권의 메리츠캐피탈 부동산 PF 자산 인수도 같은 맥락이다. 다만 일반 투자와 달리 리스크 관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통합 메리츠’는 효율적 자본 배분을 기반으로 ‘만년 저평가’인 금융지주사도 높은 밸류를 부여받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금융도 성장 가능한 산업이라는 것이다.
이제는 효율적 자본 배분이 리스크 관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보여줄 차례다. 메리츠금융그룹은 성장에 이어 또 하나의 시험대에 오른 상황이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메리츠금융그룹은 통합 전에도 리스크 관리 등에서 계열사 전반 깐깐하기로 유명했다”며 “특히 부동산금융 부문에서 경험이 많아 담보가치 평가는 물론 자산매입과 매각 등에서도 효율성을 추구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통합 이후에는 계열사간 자본 이동이 상대적으로 자유로워진 만큼 이전보다 리스크 관리 능력이 증대된 것은 부인할 수 없다”며 “메리츠금융그룹이 현 상황을 잘 극복해 나간다면 리스크 관리 부문에서 업계 교과서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성규 한국금융신문 기자 lsk0603@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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