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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세 등 처리 법안 산더미…저출생도 골든타임 놓칠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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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세 등 처리 법안 산더미…저출생도 골든타임 놓칠 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야당 의원들이 10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상임위원장 선출 투표를 위해 줄 서 있다. 연합뉴스

기획재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사회 이동성 개선 방안’에는 저출생·고령화와 계층 이동, 청년 고용, 자산 형성 등과 관련한 각종 정책이 총망라돼 있다. 기재부 실무자들도 해당 대책에 사회문제와 관련해 최대한 많은 정책을 포함하려고 애를 썼다는 후문이다. 기재부는 이 대책을 공개하면서 “사회 이동성 개선을 위해 구조 개혁 수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의 결단이 있어야 풀 수 있다는 뜻이었다.

기재부의 바람은 22대 국회 개원 이후 산산이 깨지게 됐다. 여야 갈등이 심해질수록 경제와 민생 분야에서 실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1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이달 중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하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전체회의를 열고 저출생 대책을 종합 분석 및 논의할 예정이다. 다음 달에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과 세제개편안이, 8월에는 내년도 국가 예산안이 속속 발표된다. 시스템반도체·석유화학 등 주요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도 준비하고 있다.

문제는 국회다. 정부가 발표하는 대형 정책은 대대적인 법 개정을 수반한다. 기재부는 올 초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며 12개 입법 과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저출생 대책도 정부회계·세제 관련 법률 개정이 필요한 과제가 많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야당 주도로 정국이 전개되면서 입법이 필요한 굵직한 정책을 추진하기에는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과거에는 연초 경제정책방향뿐만 아니라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도 굵직한 이슈들이 많이 담겼는데 이번에는 (국회 상황에) 어려울 듯하다”고 전했다.

“상속세 등 처리 법안 산더미…저출생도 골든타임 놓칠 판”

세제도 마찬가지다. 대통령실은 종합부동산세 폐지와 상속·증여세 폐지 같은 대대적인 세제 개편을 예고한 바 있다. 그러나 세법 개정은 국회 처리가 필수다. 금융투자소득세의 운명도 야당에 달려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투세로 한국 증시를 이탈한 자금이 해외 주식시장이나 국내 부동산 시장으로 쏠리는 등 경제 전반에 나타날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는 8월 안에는 여야가 합의해 금투세를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에서의 교착 상태가 지속되면 반도체·원전 등 주요 산업 육성도 발목이 잡힐 수 있다. 이미 21대 국회에서 K칩스법 연장안(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정쟁에 밀려 통과되지 못한 사례가 있다. K칩스법은 반도체 등 국가전략기술의 시설투자에 15~25%의 세액공제를 제공하는 것이 골자인데 올해 일몰이 예정돼 있다. 대만이 TSMC 등에 세제 혜택을 주기 위해 연구개발(R&D) 투자액의 25% 감면 혜택을 제공하는 ‘대만판 칩스법’을 마련해 국가 차원에서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인공지능(AI) 산업 육성·규제를 총망라하는 AI기본법도 지난 국회에서 통과가 무산됐다. 원전을 지속적으로 가동하기 위해 필수적인 법안으로 꼽히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특별법도 시급한 처리가 필요하다.

연금과 노동 개혁 같은 구조 개혁이 지연될 것이라는 우려도 많다. 김성현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규제 개혁과 관련해 산적한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그에 따른 부작용이 심화될 것”이라며 “여야 협치가 가장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필상 서울대 특임교수는 “정부 입장에서는 각종 개혁 조치나 정책의 당위성을 국회에 소상히 설명하는 것 외에는 도리가 없다”고 짚었다.

한편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동해 심해 석유·가스전과 관련한 강도 높은 검증을 예고했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미국 액트지오사를 둘러싼 의혹이 커지고 있다”며 “진상 규명 없이는 시추 예산을 늘려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액트지오가 (미국에서) 세금을 체납해 법인 자격이 4년간 정지된 상태였음에도 석유공사가 계약을 체결했고 또 액트지오가 개인의 절세를 위해 만든 페이퍼컴퍼니라는 의혹도 불거졌다”며 “민주당은 산업통상자원위원회를 중심으로 의혹을 철저히 검증할 것이며 정부는 자료 제출 없이는 예산도 없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고 거듭 강조했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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