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에서 종합부동산세(종부세) 폐지 찬성 의사를 밝히면서 또 다시 종부세 폐지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헌법재판소가 지난달 종부세법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지만, 이와는 별개로 정부는 폐지되는 것이 맞는다는 의견을 밝힌 것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종부세 폐지와 함께 재산세를 같이 개편을 모색하는 게 현실적이라는 대안이 나온다.
◇정부는 “징벌적 과세”, 헌재는 “재산권 침해 아냐”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지난 9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종부세 폐지에 찬성한다”며 “종부세는 부동산 수익이 많이 나는 것을 막기 위한 징벌적 과세 형태라 세금의 원리에 맞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박 장관은 “소득이 있으면 소득세·양도소득세를 내고, 물건의 가격에 맞게 재산세를 내 지방자치단체가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기본인데 (과거 정부가) 국세인 종부세를 만들어 부유세처럼 활용했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는 실제로 종부세 중과 대상을 줄이고 있다. 국세청 등에 따르면 지난해 귀속분 개인 주택분 종부세 대상 중 중과 대상은 2597명으로 집계됐다. 2022년 귀속분 48만3454명과 비교하면 99.5%나 줄어든 것이다. 일반세율 적용 대상자 감소 폭(46.9%)의 두배를 웃도는 수치다.
헌재는 지난달 2020년 문재인 정부 당시 시행했던 종부세법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종부세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한다는 주장에 대해 헌재는 “종부세는 일정 가액 이상의 부동산 보유에 대한 과세를 강화해 부동산 가격 안정을 도모하고 실수요자를 보호하려는 정책적 목적을 위해 부과되는 것으로서 입법 목적은 정당하다”며 “소유 주택 수와 조정대상지역 내 주택 소재 여부를 기준으로 세율 등을 차등해 종부세를 부과하는 것은 이런 입법목적 달성에 적합한 수단”이라고 판단했다.
또 헌재는 종부세가 주택이나 토지 소유자들과 그 이외 재산 소유자들을 차별한다는 주장에 대해 “주택은 인간의 기본적인 생존 조건이 되는 생활공간인 만큼 주택과 토지를 다른 재산권의 대상과 달리 취급해 종부세를 부과하는 데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일축했다.
◇법조계 “폐지 추진할 순 있지만 실효성 의문”
이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정부가 헌재 판단과는 별개로 폐지를 추진할 수는 있지만,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문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서가희 법무법인 제현 변호사는 “헌재는 정부나 국회가 만든 법에 대해 정당한지 여부를 판단할 뿐”이라면서 “법을 만든 이들이 폐지할 권한 역시 가지고 있기 때문에 헌재 판단과는 별개로 폐지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그는 “정부는 종부세 도입 당시에 비해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커지는 세금 부담 때문에 폐지를 추진하려는 것”이라면서도 “종부세를 폐지하면 재산세 등 또 다른 세법으로 같은 부담을 안길 가능성이 있어 결국 변화는 크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김예림 법무법인 심목 변호사도 “헌재가 공익의 목적에 따르면 종부세가 권리 침해가 있어도 용인될 만한 수준이라고 본 것”이라면서 “정부에서 권리 침해의 정도 등은 조정할 수 있으니 별개로 보면 되지만, 세수 때문에라도 완전 폐지는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폐지 못해… 정치적 공세”
부동산 업계에서는 이번 종부세 폐지 논란에 정치적 목적이 있는 게 아니냐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동시에 현 상황에서 현실적인 해법은 종부세 규정을 두면서도 재산세를 손보는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종부세가 처음부터 징벌적 과세에서 출발한 것은 맞지만, 정책의 불가역성을 생각하면 폐지는 현실성이 없는 이야기”라면서 “게다가 여소야대 상황에서 정부가 적어도 앞으로 4년간은 폐지될 수 없는 걸 알면서도 이 의제를 꺼낸 것은 무책임한 정치적 공세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절충안으로 종부세를 유명무실한 제도로 놔두면서 공급에 숨통을 트고, 재산세와 통합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 원장은 “종부세는 국제적으로도 우리나라에만 있는 제도여서 폐지 필요성은 있지만 현재 논의는 지나치게 극단적”이라면서 “완전 폐지보다는 종부세와 재산세를 일원화하되 누진율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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