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그룹 내 흩어졌던 수소연료전지 사업을 한 곳에 모아 수소사업 역량을 강화한다. 생산 인프라, 연구개발인력(R&D) 등 관리 체계를 단일화해 비용은 절감하고, 운영 효율성은 높여 수소 사회 전환을 앞당긴다는 전략이다.
◆현대차그룹내 수소조직 일원화…개발·양산 투톱 조직 개편
9일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의 국내 수소연료전지사업 인수를 최종 완료했다고 밝혔다. 지난 2월 양사는 R&D와 생산으로 이원화된 기존 수소연료전지사업을 통합하는 양수도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번 조치에 따라 현대차는 모비스의 수소연료전지사업 설비, 자산, R&D 및 생산 품질 인력 등 기술력과 자원을 한 곳으로 모은다. 현대차 R&D본부 수소연료전지개발센터 내에는 ‘수소연료전지 공정품질실’이 신설되고, 제조기술과 양산품질 조직을 편제해 조직구조를 강화한다.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은 수소전기차의 차량 가격, 연비 등 시장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핵심 부품이다. R&D 와 생산 밸류체인을 연결하면 연료전지의 성능은 물론 생산 품질도 높아져 수소전기차 보급 확대에 직간접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현대차는 2025년 넥쏘(NEXO) 후속 모델을 출시하는 한편 발전, 트램, 항만, 선박, 미래 항공 모빌리티(AAM) 등 비차량 분야에도 수소연료전지를 탑재할 예정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새로운 수소 조직을 통해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고, 생산 품질을 높이는 한편 단일화된 관리 체계로 운영 효율성을 높여 가격 경쟁력도 강화하겠다”면서 “특히 수소전기차 및 차량 외에도 다양한 어플리케이션에 적용할 수 있는 수소연료전지 판매를 확대해 궁극적으로 수소 생태계의 실현을 가속화하겠다”고 말했다.
◆수소는 제2의 석유…수소차 넘어 트램, 발전기, 항만 등 생태계 확장
수소는 청정에너지인 동시에 다양한 방식으로 생산 및 활용이 가능하고, 다른 에너지원 대비 에너지 밀도가 높아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기술 전쟁이 치열한 분야다. 한국 뿐 아니라 미국, 유럽, 일본 등은 수소 경제를 주도하는 국가가 차세대 에너지 패권 경쟁에서 승리할 것으로 보고 ‘총성없는 전쟁’을 펼치고 있다. 현대차그룹도 지구촌 난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일찌감치 수소에너지를 선점하고, 1998년부터 관련 연구에 매진해왔다.
2000년 캘리포니아 연료전지 시범사업(CaFCP:California Fuel Cell Partnership)에 참여해 싼타페 수소전기차를 처음 선보이면서 관련 사업에 두각을 나타낸 현대차는 2004년 연료전지의 핵심 부품인 ‘스택’을 독자개발했고, 2013년에는 투싼ix를 통해 세계 최초로 수소전기차 양산에 성공했다. 2017년 도심형 수소전기버스, 2018년 2세대 수소전기차 넥쏘 출시에 이어 지난해에는 고속형 대형버스급에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을 탑재한 ‘유니버스 수소전기버스’도 내놨다.
수소전기트램, 수소연료발전기, 항만 등 수소 생태계 확대에도 앞장서도 있다. 현대로템과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을 탑재한 수소전기트램을 개발중이며, 전기차를 언제 어디서든 충전할 수 있도록 이동형 수소연료발전기도 개발했다. 데이터 센터와 같이 비상 전력이 필요한 건물에 활용할 수 있는 비상 발전 시스템도 개발중이다.
실제 인도네시아 정부와 유기성 폐기물을 수소로 전환하는 수소 생산 모델을 실증하는 합작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며, 미국 ‘캘리포니아 항만 친환경 트럭 도입 프로젝트(NorCAL ZERO)’의 공식 친환경 상용트럭 공급사로서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 30대를 공급하기도 했다.
정부도 국내 수소 생태계 확장에 힘을 보태고 있다. 2020년 세계 최초로 수소법을 제정한데 이어 보조금 확대, 대중교통 수소차 전환 등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달 신설되는 ‘한일 수소협력대화’ 채널을 통해 일본 정부와 글로벌 수소 공급망 확대를 위한 방안도 논의한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사명감을 가지고 수소 사업에 임하고 있다”며 “수소 생태계 리더십 확보를 위한 그룹사 협업 체계를 강화하고 자원순환형 수소생산, 기술개발, 상용차 확대를 지속 추진해 수소사업 기반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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