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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개원 특별인터뷰] 정대철 헌정회장 “국회 지정좌석제 폐지하고 여야 ‘다름’을 인정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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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철 대한민국헌정회 회장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헌정회관에서 아주경제 한준호 편집국장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정대철 대한민국헌정회 회장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헌정회관에서 아주경제 한준호 편집국장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정대철 대한민국헌정회 회장은 이제 문을 연 22대 국회가 초반부터 ‘여야 강대강’ 구도로 치닫는 것에 대해 “상대방을 인정한다는 민주주의 대원칙이 퇴행한 것 같다”며 우려하고 ‘본회의장 고정좌석제 폐지’ 등 여야 소통을 강제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정 회장은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헌정회관에서 아주경제와 만나 “지금 정치권 상황은 전쟁 상태인 것 같다”며 “여야 간 만남도, 대화도, 토론도, 타협도 없는 상태인데, 정치를 다시 회복시켜야 한다”며 이같이 진단했다. 

또한, 그는 대통령 중심제 국가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책임과 역할에 주목하고 “대통령은 야당 대표뿐만 아니라 야당 의원들을 계속 만나 경청하고 대화하고 설득해야 한다”며 “정의감을 유연성있게 사용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하는 인터뷰 전문.

 

정대철 대한민국헌정회 회장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헌정회관에서 아주경제 한준호 편집국장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정대철 대한민국헌정회 회장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헌정회관에서 아주경제 한준호 편집국장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지난해 3월 헌정회장에 취임하고 어떤 일을 하셨는지 소개 부탁드린다.
 
헌정회가 위기라고 생각했다. 정치적으로 자기 위상을 지니지 못했고, 전직 국회의원들의 친목단체 역할밖에 하지 못했다. 헌정회가 정치에 직접 참여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정치 후배들에게 충고와 진언을 할 수 있는 기관으로, 일종의 정책 대안 제시 기관으로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했는데 그걸 잘 못했다. 지금은 어느 정도 그런 역할을 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할 자신이 있다.
 
헌정회 내부 일을 소개하면 헌정회관을 새로 짓는 것이 확정됐다. 부지 3000평 중 900평이 헌정회 공간이고, 600평은 국회 연수기관이 들어선다. 1500평은 공동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헌정 공제회’ 기금을 추진하고 있으며, 경기도 파주에 조성되는 국립묘지에 헌정회 묘역 교섭 등의 일을 하고 있다.
 


-국가 주요 원로들이 모인 헌정회를 대표하고 있는데, 지금의 국회 상황을 보고 후배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지금 정치권 상황은 전쟁 상태인 것 같다. 정치 실종, 정치가 없어졌다. 여야 간 만남도, 대화도, 토론도, 타협도 없는 상태인데, 정치를 다시 회복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새롭게 국회에 들어온 의원들에게 말하자면 대한민국 정치인에게는 크게 3가지 소명이 있다.
 
첫 번째는 민주주의다. 우리가 민주화는 어느 정도 됐지만, 민주주의를 우리 사회에 깊이 뿌리내리게 하는 일이 남아있다. 두 번째는 경제다. 우리가 세계 230여개 국가 중 10~14위권 국가가 됐지만, 계속 경제를 성장시켜 5대 강국 안에 들어가도록 만들어야 한다. 여기에 양극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극복해 함께 더불어 잘사는 사회, 공정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세 번째는 남북문제다. 남북이 평화롭게 공존하고 나아가 궁극적으로 언젠가는 평화적으로 통일을 이루는 길을 고민해야 한다.
 
-3가지 소명을 실현하기 위해선 결국 여야 협치가 필요할 것 같은데, 정 회장님이 생각하는 협치는 어떤 형태일까요.
 
기본적으로 민주주의는 나와 상대방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이 된다. ‘Agree to disagree’ 다름에 대한 상호인정과 이해가 필요하다. 그런데 다름을 잘못된 것, 틀린 것, 나쁜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듯하다.
 
또 여야 모두 ‘힘의 논리’를 너무 빨리 쓰려고 하는 것 같다. 야당은 다수결 원칙에 대한 큰 고민없이 각종 이슈를 빨리 해치우려 한다. 여당 쪽도 거부권을 남발하고 검찰 등 권력기관에 의한 사정 논리에 기대는 모습이다. 그러한 힘의 논리는 마지막 단계에서야 써야 하는데, 그렇지 않기에 정치 경직을 넘은 정치 실종 상태인 것이다.
 
-정 회장님이 현역 의원이던 시절이 여야 협치가 더 수월했다고 생각하는지.
 
그때가 지금보다 나았다. 여야가 강하게 싸워도 어떻게든 타협을 했는데, 지금은 상대방을 인정한다는 민주주의 대원칙이 퇴행한 것 같다. 자기들의 논리만 내세워 정치를 파행으로 끌고 가는 것이 걱정스럽다.
 
대한민국은 자랑스러운 나라다. 원조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 2차 세계대전 후 식민지에서 독립한 85개 국가 중 산업화와 민주화에 성공한 유일한 나라다. 그런데 정치에서는 상식을 초월한 일들이 벌어져 안타깝다.
 
내가 여당 대표를 할 때 나보다 선배였던 야당 대표들을 찾아갔다. 오지 말라고 해도 대표실을 밀고 들어가 노력하니 열 가지 중 한두 가지는 해결이 됐다. 정치인도 사람이다. 만나고 토론하면 문제가 해결된다. 그런데 다들 대화 노력은 안하고 뻣뻣이 앉아만 있어 난감하다.
 
나는 1977년 보궐선거(9대 국회)에서 당선돼 초선 의원이 됐다. 당시 박정희 유신시대에 정권비판은 긴급조치 위반이었지만, 나는 정기국회 본회의에서 “정권적 차원에서 물러나고, 유신을 철폐할 용의가 없느냐”고 발언했다.
 
공화당이 발칵 뒤집어져 긴급 의원총회가 열렸고 나를 선친처럼 국회에서 쫓아내고 감옥에 보내야 한다는 말까지 나왔다. 그렇지만 공화당 선배 의원들이 개별적으로 찾아와서 “할 말 했다. 용기 잃지 말고 열심히 하라”고 격려해줬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 유신시대 때도 여야가 자주 만나고, 대화하고, 서로 설득하고 타협했던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지금은 이러한 관행이 많이 줄어든 것 아닌가. 한마디로 우리 정치권이 퇴행적인 정치문화를 만들어가고 있지 않나 걱정된다.

 

정대철 대한민국헌정회 회장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헌정회관에서 아주경제 한준호 편집국장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정대철 대한민국헌정회 회장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헌정회관에서 아주경제 한준호 편집국장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22대 국회에서도 야당이 숫자로 입법을 밀어붙이고, 여당은 거부권을 남용하는 악순환이 계속될 것 같다. 이것을 멈출 묘안은 없을까.
 
개인적으로는 국회 본회의장 고정 좌석제를 폐지했으면 한다. 우리나라 의원들은 각자 명패가 놓인 지정된 자리에 앉게 하지만, 민주주의 선진국인 미국이나 영국은 여야 의원들이 정해진 자리 없이 아무 자리에나 앉는다.
 
이를 통해 여야 의원들이 섞여 자연스레 대화를 나누고 상호 정책의 차이점을 고민할 수 있다. 아주 작은 것이지만, 여야에게 잦은 만남의 기회를 줄 수 있지 않을까. 또 여야 정책협의회나 중진회의 같은 것을 상설화해 수시로 만났으면 좋겠다.
 


특히 윤 대통령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대한민국은 대통령에게 막대한 권한이 부여되는 대통령 중심제 국가다. 대통령의 책임은 크고 결정적일 수 밖에 없다. 다만 윤 대통령이 야당을 동반자로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 걱정이다.
 
-지난 4월 총선에서 여당이 참패하고 윤 대통령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나는 등 다소 변화된 모습을 보여 이제 협치가 되겠구나 하는 인상이 있었다.
 
그러한 일이 일회성으로 그치면 안된다. 특별한 행사가 아니라 계속 전화하고 만나야 한다. 정치는 계속된다. 사실 대통령이 취임 후 2년 만에 처음 야당 대표를 만났다는 것이 희한한 일이다. 대통령은 야당 대표뿐만 아니라 야당 의원들을 계속 만나 경청하고 대화하고 설득해야 한다.
 
-역대 대통령들을 직간접 경험했을 것 같은데 우리나라 대통령에게 꼭 필요한 자질이 있다면.
 
아주 어렸을 때부터 역대 대통령을 모두 만나본 것 같다. 이승만 대통령은 6‧25 전쟁 때 부산에서 봤다. 당시 8살이었는데 경남도청에 있었던 대통령 집무실을 선친과 함께 방문했고 이 대통령이 용돈을 주셔서 받은 추억이 있다.
 
선친이 1904년생이었고, 김대중 대통령(DJ)은 1924년생, 내가 1944년생으로 서로 20년 터울이다. DJ가 정치신인 시절부터 우리 집에 자주 놀러왔는데,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나에게 담배를 알려줬다. 박정희 대통령은 내가 유신을 비판했지만 청와대로 초청해 술자리를 함께 했다. 박근혜 대통령과도 16대 국회 때 외교통일위원회(외통위) 활동을 같이하며 이야기를 자주 나눴다. 이명박 대통령은 친구 사이다.

대통령은 국가운영에 필요한 문제 본질과 핵심을 꿰뚫고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고심해서 중요한 것을 선택하고 그것에 집중해야 한다.
 
또 국정운영을 본질적으로 ‘윈윈(win-win)게임’으로 끌고 나가려는 지도자가 돼야 한다. 여야 양편 서로 이익이 되는 해법을 찾아 협력하는 지도자가 되야 한다. 큰 방향에서 모두가 승리를 거두도록 이끌어야 한다. ‘나 혼자 무조건 이겨야겠다’고 하면 정치가 안 된다. 지는 것이 이기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아울러 신뢰와 존경에 기초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상호 신뢰와 존경은 대통령의 성공적인 국정운영을 위해 필수적이다. 통치는 결코 거칠고 고단한 싸움이 아니며 그렇게 되어서도 안된다.
 

-윤석열 대통령과는 자주 만나시나.
 
지난 대선 전후해서 만났고 전화도 가끔 하는 관계다. 최근 정진석 비서실장을 통해 전화가 와서 만나자고 했다. 또 만나면 야당 정치인들과 더 만나라고 이야기할 작정이다.
 
20년도 넘은 이야기지만 당시 검사였던 윤 대통령이 나를 찾아왔었다. 갑자기 이름도 모르는 검사가 찾아왔다고 해서 놀라서 만나보니, 나랑 비슷하게 생겨 자신의 별명이 ‘검찰청 정대철’이라면서 “원판을 한번 뵈러 왔다”고 하더라. 서울대 법대 후배기도 해서 그 이후 자주 만났다. 지난 대선 때도 선거대책위원장을 부탁했는데, 내가 그걸 하면 민주당에 못 돌아가니 사양했다.
 
사실 2016년 동교동계 사람들과 함께 민주당을 떠나 안철수(현 국민의힘 의원) 의원과 국민의당을 했었다. 그때 20대 총선을 앞두고 내가 안 의원에게 “아주 좋은 검사가 하나 있다”고 윤 검사를 추천해 권은희 당시 수사과장과 함께 비례대표 공천이 확정됐었다.
 
그런데 사흘 뒤 윤 검사가 ‘지금까지 내가 한 것이 마치 국회의원이 되려고 한 행동처럼 될 것 같다’며 거절했다. 내가 안 의원과 같이 식사하며 계속 설득했는데 끝내 고사했다. 순수성과 정의감이 있는 사람이다.
 
-검사 윤석열과 대통령 윤석열은 어떤 차이가 있다고 보나.
 
검찰의 때를 벗어야 했는데 아직도 검사 같다. 그게 제일 큰 문제다. 유연성 있게 같이 이길 수 있는 제3의 방도를 찾는 노력을 해야 하는데, 흑백 논리 사고가 너무 빠르고 타협이 없다. 대통령이 되고 2년 지나면서 좀 나아지고, 이번 총선을 통해 더 큰 변화가 나타나면 좋을 건데 요새 모습은 크게 변하는 것 같지 않아서 걱정이다. 정의감 있고, 기본은 돼 있는 사람이다. 그러나 정의감을 좀 유연성 있게 썼으면 좋겠다.
 
-윤 대통령은 남은 임기 3년도 여소야대 정국을 헤쳐나가야 한다. 조언할 것이 있다면.
 
정치는 여야 다른 의견을 조정해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이다. 대통령이 더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나서 야당과 동반자로 같이 가야 한다. 생각은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이해하고 타협해야 한다. 대통령 중심제 국가에서 모든 결과는 결국 대통령이 진다. 윤 대통령은 그에 대한 깊은 이해가 부족한 것 같다. 이번 총선에서 패배하고 반성한다고 말을 했지만 행동이 뒤따르지 않은 것 같아서 안타깝다.
 
본인이 정치 경험이 없으니 정치 경험이 풍부한 사람들을 핵심 참모로 써야 한다. 본인의 친구(이철우 연세대학교 로스쿨 교수) 아버지이기도 한 이종찬 광복회장 같은 이들을 원로자문단으로 초빙해 기회가 있을 때마다 물어봤으면 좋겠다.
 
사실 이번 채상병 특검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를 보면서 답답해졌다. 개인적으로 윤 대통령이 특검을 수용하고 “나는 사단장 이상을 처벌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권면했다”라고 솔직히 토로하는 것이 좋지 않았을까.

또 국민 70% 이상이 특검에 찬성하고 있는데, 국민의힘이 먼저 이를 받아들여 윤 대통령을 설득해 정국을 풀어가는 것도 방법이다. 민주당 역시 총선승리에 취해 강경노선으로 가서, 갑자기 탄핵투쟁 노선으로 몰고가는 것은 슬기롭게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여론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이 집권을 목표로 한다면 여당에 양보할 것은 양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정대철은 어떤사람? 

대한민국헌정회는 역대 대한민국 국회의원들로 구성된 초정파적 국가원로단체로, 정 회장(5선, 9‧10‧13‧14‧16대)은 헌정회장 선출이 직접 투표 방식으로 바뀐 2009년 이후 최초로 당선된 민주당 계열 인사다.
 
정 회장은 1944년 서울 중구에서 독립운동가 출신 정일형 전 외무부 장관과 대한민국 최초 여성 변호사 이태영 여사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정 전 장관은 지역구(서울 중구) 8선 국회의원이자 김대중 전 대통령(DJ)의 정치적 스승이다. 이 여사는 호주제 철폐 등 수많은 여성운동을 이끌어 신사임당을 대신할 5만원권 도안 후보 1순위로 꼽힌다. 장남은 정호준 전 의원(19대)으로 3대에 걸쳐 국회의원을 배출한 정치명문가다.

정 회장은 선친이 1976년 ‘3.1 민주구국선언 사건'(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임을 선언해서 투옥된 사건)으로 의원직을 상실하면서 열린 1977년 중구 보궐선거에 무소속 입후보해 당선되면서 33세 나이로 의원이 됐다. 현역 의원시절 여야 가리지 않는 소통과 폭넓은 인맥으로 유명했고, 박정희 유신독재를 정면 비판하는 결기있는 정치인으로 평가받았다.

그는 전두환 신군부 독재 시절 김영삼 전 대통령(YS)과 함께 민주화 운동을 했고, DJ와 사상 최초 평화적 정권교체를 이룩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경선 때부터 지지해 16대 대선 ‘노풍(盧風·노무현 바람)’에 기여하며 정권 2인자 집권여당(당시 새천년민주당) 대표를 역임했다.

이후 현역 의원에서 물러나 민주당 계열 정당 상임고문으로 있다가 2016년 DJ 측근 동교동계 인사들과 안철수 의원(현 국민의힘)이 주도한 국민의당에 합류했다. 2018년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합당에 반대해 탈당했고 2022년 더불어민주당에 복당했다. 
 

 

정대철 대한민국헌정회 회장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헌정회관에서 아주경제 한준호 편집국장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정대철 대한민국헌정회 회장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헌정회관에서 아주경제 한준호 편집국장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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