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마이애미 말린스의 메이저리그 40인 로스터에서 제외된 후 산하 트리플A 잭슨빌 점보 쉬림프에 잔류한 고우석이 처음으로 마운드에 올랐다. 그리고 1이닝을 퍼펙트로 막아냈다.
고우석은 8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의 트루이스트 필드에서 열린 2024 마이너리그 시카고 화이트삭스 산하 트리플A 샬롯 나이츠와 원정 맞대결에 구원 등판해 1이닝 동안 투구수 13구, 1탈삼진 무실점으로 ‘퍼펙트’ 투구를 펼쳤다.
고우석은 2023시즌이 끝난 뒤 메이저리그 사무국으로부터 ‘깜짝’ 신분조회 요청을 받았다. 신분조회 요청이 반드시 메이저리그 구단의 계약과 연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빅리그 구단이 고우석에게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분명했다. 이에 고우석은 LG 트윈석의 허락을 구했고,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빅리그에 도전장을 내밀어 보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만족할 만한 규모는 아니었지만, 포스팅이 기한이 마감되기 직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2년 450만 달러(약 62억원)의 계약을 맺는데 성공했다.
고우석은 지난해 너무 늦게까지 진행된 한국시리즈(KS)의 여파로 인해 샌디에이고의 배려 속에서 다른 선수들보다 천천히 시즌을 준비할 수 있게 배려 받았다. 그리고 지난 3월 1일 처음 스프링캠프 무대를 밟았고,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그런데 두 번째 등판에서 1이닝 1실점(1자책)으로 아쉬움을 남기더니, 네 번째 등판이었던 11일 LA 에인절스와 맞대결에서 ⅓이닝 동안 4피안타(1피홈런) 1볼넷 5실점(5자책)으로 최악의 투구를 펼쳤다.
다행히 고우석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를 상대로 무실점 퍼펙트 투구를 펼친 뒤 ‘서울시리즈’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하지만 서울시리즈 개막전에 앞서 진행된 LG 트윈스와 맞대결에서 이재원에게 투런홈런을 맞는 등 불안한 투구를 거듭했고, 결국 고우석은 개막전 로스터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게 됐다. 그리고 미국으로 돌아간 뒤 시범경기 마지막 등판이었던 3월 27일 시애틀 매리너스전에서도 ⅔이닝 3실점(1자책)으로 부진한 채 더블A로 내려갔다.
고우석이 트리플A가 아닌 더블A로 내려간 이유는 바로 ‘배려’ 덕분이었다. 샌디에이고의 트리플A 엘파소 치와와스가 속한 리그가 극심한 타고투저 현상을 보이고 있었던 까닭이다. 이에 샌디에이고는 더블A에서 고우석이 비교적 편하게 빌드업을 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그러나 고우석은 4월 한 달 동안 9경기에 등판해 2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4.76으로 경쟁력이 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고, 결국 ‘타격왕’ 루이스 아라에즈의 반대급부로 마이애미 말린스 유니폼을 입게 됐다.
마이애미로 이적하게 된 것은 고우석에겐 분명 기회였다. 샌디에이고의 경우 포스트시즌 진출 티켓을 놓고 경쟁을 벌이는 팀이라면, 마이애미는 타격왕 아라에즈를 트레이드로 떠나보낼 만큼 올 시즌 성적에 대한 욕심이 없기 때문. 따라서 마이너리그에서 조금만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빅리그의 부름을 받을 가능성이 높았다. 트리플A 잭슨빌 점보 쉬림프에 배치된 고우석은 완벽하진 않지만 나쁘지 않은 모습을 보였는데, 지난달 31일 매우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마이애미가 고우석을 양도지명(DFA)하기로 결정한 것. 쉽게 말해 고우석을 메이저리그 40인 로스터에서 제외한다는 것이었다. DFA가 된 선수의 경우 타구단이 ‘클레임’을 통해 영입을 희망할 경우 팀을 옮길 수 있지만, 관심을 갖는 팀이 없다면 FA(자유계약선수)가 되거나 마이너리그에 잔류할 수 있다. 고우석의 경우 영입을 희망하는 구단이 나타나지 않았고, 결국 지난 5일 마이애미 트리플A 잔류가 최종적으로 확정됐다. 그리고 이날 고우석이 이적 첫 등판에 나섰다.
메이저리그 40인 로스터에서 제외된 만큼 마음고생이 심했을 고우석. 하지만 첫 등판 투구 내용은 깔끔했다. 고우석은 잭슨빌이 10-2로 크게 앞선 8회말 마운드에 올랐다. 고우석은 첫 타자 카를로스 페레즈를 상대로 초구 92.3마일(약 148.5km) 포심 패스트볼로 우익수 뜬공을 만들어내 첫 번째 아웃카운트를 생산했다. 그리고 이어 나온 브라이언 라모스를 상대로는 2구째 88.8마일(약 142.9km) 커터를 구사해 우익수 방면에 뜬공올 유도하며 빠르게 아웃카운트를 쌓았다.
마무리 또한 완벽했다. 군더더기 없이 두 개의 아웃카운트를 만들어낸 고우석은 콜슨 몽고메리를 상대로 6구까지 가는 승부 끝에 93.4마일(약 150.3km) 포심 패스트볼로 파울팁 삼진을 솎아내며 1이닝 무실점 ‘퍼펙트’ 투구를 선보였다.
고우석은 규정상 돌아오고 싶어도 올해는 ‘친정’ LG로 복귀할 수 없다. 따라서 2025시즌이 시작되기 전까지는 미국에 머물러야 하는 상황. 메이저리그 40인 로스터에서 제외된 것은 분명 굴욕적이고, 선수 커리어에서 숨기고 싶은 이력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낙담하긴 이르다. DFA를 겪었던 선수 중에서도 메이저리그에서 훌륭한 커리어를 쌓은 선수들은 셀 수 없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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