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온라인 증권사인 이베스트투자증권이 25년 만에 인터넷을 뜻하는 ‘이(e)’를 떼고 LS증권으로 사명을 변경했습니다. 범LG가(家)이자 재계 서열 16위인 LS그룹에 편입됐기 때문입니다. 이른바 대기업 계열사가 되면서 후광을 예상하는 분위기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내부적으로는 기대감을 사전 차단하려는 상황입니다. 좀 복잡한 속사정이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의 전신은 1999년 당시 미국 이트레이드증권과 일본 소프트뱅크, 한국 LG투자증권이 합작한 이트레이드증권입니다. 2002년 LG카드 사태가 터지면서 LG그룹이 금융업에서 발을 뺐고, 남은 대주주인 이트레이드재팬 등은 2008년 지분 전량을 사모펀드인 지앤에이사모전문투자회사(G&A PEF)에 매각했습니다.
이때 LS그룹 계열사인 LS네트웍스는 G&A PEF에 지분 30.1%를 출자한 재무적 투자자(FI)로 참여했는데요. 이후 풋옵션 행사로 지분 98.81%까지 확보하며 사실상 직접적인 지배를 하게 됐습니다. 2008년부터 사실상 LS네트웍스가 이베트스투자증권의 실질적인 주인이었던 것이죠. 최근 LS증권 임직원들이 “LS그룹 계열사가 됐다”면서 반기는 분위기가 없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오래전부터 LS와 인연이 맺어져 있던 것이죠. 다만 LS네트웍스는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 유한책임투자자(LP)라 자본시장법상 계열사는 아니었습니다.
LS가 증권사를 직접 품게 된 것은 법 때문입니다. 경영 참여형 PEF는 경영참여 목적으로 투자하는 경우 15년 이내에 지분을 처분해야 하는 자본시장법 조항이 있습니다. 이에 LS그룹은 지난해 이베스트투자증권 인수를 결정했고, 대주주 변경 승인신청을 냈습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월 이를 승인했고, 5개월 만에 편입 절차를 완료하게 됐는데요. 이에 E1→LS네트웍스→이베스트투자증권의 지배구조가 만들어졌습니다.
가까스로 주인이 됐지만, 그 과정에서 LS그룹이 진짜로 증권업을 하겠다는 의지가 있는지 물음표가 붙을 만한 상황이 몇 차례 있었습니다. 대주주 변경 승인을 낼 때도 미적거렸고, 그 이후 금융위가 보완을 요구했을 때도 빠릿빠릿하게 움직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마지못해 인수한 것 같다는 것이 LS증권 내부 분위기입니다. 이 때문에 시너지 효과를 기대한다는 목소리가 별로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그간 LS증권의 상황은 녹록지 않았습니다. 2021년 1608억원 수준이었던 당기순이익은 2022년 297억원, 2023년 287억원으로 매해 줄었습니다. 특히 IB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습니다. ECM(주식자본시장) 분야의 경우 딜 주관 계약이 0건으로, LS머티리얼즈 기업공개(IPO) 인수에 참여한 게 전부입니다.
한 LS증권 관계자는 “삼성증권이나 현대차증권 등 대기업 산하 증권사는 모(母)그룹 소속 직원들의 퇴직연금 관리 등으로 얻는 이익이 쏠쏠한데, (LS그룹과 LS증권은) 아직 검토조차 하지 않았다고 들었다”면서 “대기업 계열사가 됐다고는 하지만, 10년 넘게 이어진 이슈라 특별한 감흥은 없다. 새로 생긴 복지로는 LS그룹의 스포츠 브랜드 프로스펙스 제품 30% 할인 정도”라고 자조 섞인 목소리로 얘기했습니다.
그러나 사명 변경을 계기로 달라질 수는 있겠죠. E1의 단일 최대 주주인 구자열 LS그룹 이사회 의장은 과거 LG투자증권에서 임원을 역임했고, 현 김원규 LS증권 대표 역시 LG투자증권 출신입니다. 김원규 대표는 “이번 사명 변경이 당사의 목표인 상위 10위 증권사로 성장하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브랜드 가치 제고, 시스템 역량 강화, 신사업 진출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때마침 LS증권은 최근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셀리드 등 유상증자 주간사로 연달아 이름을 올렸습니다. 앞으로 LS증권이 IB(투자은행) 관련 딜(거래)에서 두각을 드러낼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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