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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는 여전히 귀(貴)하고 천(賤)함을 따지는 봉건사회(의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모든 일을 한울님의 일이라고 보면 귀천의 관념이 바뀌고 스스로의 일에 긍지를 갖게 된다. 우리가 생각을 어떻게 바꾸냐에 따라 세상이 바뀐다. 생각을 전환해서 세상을 변화하는 게 종교의 일이다.”
현암 윤석산(77) 천도교 신임 교령은 7일 서울 종로구 천도교 중앙총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천도교가 우리 민족에게 준 영향을 이렇게 설명했다. 교령은 천도교 최고지도자로 원불교 종법사와 비슷하다. 동학은 1대 교주 수운 최제우(1824∼1864), 2대 교주인 해월 최시형, 3대 의암 손병희 등을 거쳐 천도교로 변모했다.
윤 교령은 이날 최제우 대신사 탄생 200주년을 맞아 “천도교의 새로운 원년으로 삼고자 한다”며 다양한 기념사업 계획을 밝혔다.
그는 최제우 탄생 200주년을 맞아 대신사의 가르침을 널리 알리는 데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윤 교령은 젊은이들이 고등학교 정도만 마치면 읽고 이해할 수 있도록 ‘동경대전’과 ‘용담유사’를 비롯한 천도교 경전을 알기 쉽게 풀어서 연내에 발간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수년간 ‘동경대전’을 공부하는 사람들을 모아 2년 넘게 번역작업을 했고 ‘용담유사’ 번역은 4년 동안 공을 들였다.
천도교 중앙총부가 소장 중인 경전, 서적, 도첩, 문서 등 여러 자료를 전시(9월)하고 최제우 일대기를 소재로 한 뮤지컬 ‘만고풍상 겪은 손’을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10월)하는 등 천도교 알리기에도 나선다.
또 최제우 탄생 200주년을 나흘 앞둔 10월 24일에는 천도교중앙대교당에서 ‘수운 최제우 대신사 탄신 200주년 기념식’을 개최한다. 이밖에 ‘수운 최제우 대신사 탄신 200주년 기념 동학 유적 사진전'(11월) ‘수운 최제우 대신사 탄신 200주년과 21세기 동학·천도교의 길’을 주제로 한 학술대회(12월)도 추진한다.
윤 교령은 독립운동과 관련된 천도교의 역사를 언급하며 기독교·불교와 함께 3·1운동에 나서는 등 다른 나라에서는 유례를 찾기 어려운 모습을 보여줬다고 자평했다. 그는 “수운 대선사 탄생 100년이 되던 즈음 천도교는 당시 2000만 국민 가운데 300만명이 교인일 만큼 민족종교의 위세를 떨쳤다. 3·1 독립운동 무렵 민족의 구심점과 같았던 천도교가 오늘날 이렇게 쇠락한 것은 그런 임팩트를 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윤 교령은 그럼에도 천도교는 자신이 속한 종단만 위하는 것이 아니라 인류 전체의 문제를 고민한다는 점에서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모든 종교는 기복이 빠질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천도교는 수능100일 기도 같은 것을 하지 않는다. ‘작은 일에 정성 들이지 말라’는 가르침에 따른 것으로 기복을 넘어 어떻게 하면 인류의 삶이 훌륭해질 것인지를 고민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1947년 서울에서 태어난 윤 교령은 한양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한양대 국제문화대학장, 한양대도서관장, ㈔한국시인협회장, 한국언어문화학회장을 역임했다.
교단에서는 천도교 서울교구장, 천도교 교수회 회장, 천도교연구소장, 천도교중앙총부 현기사 상주선도사, 천도교중앙총부 교서편찬위원장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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