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씨 집안 사람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상처 입은 복씨 집안 사람들을 일깨운 도다해의 사랑과 희생은 그의 바람처럼 값진 결실을 맺을 수 있을까.
JTBC 드라마 ‘히어로는 아닙니다만'(극본 주화미·연출 조현탁)이 복잡하게 얽긴 인물들이 사랑으로 상처를 치유하고 아픔을 회복하는 이야기로 주목받고 있다. 앞뒤가 딱 맞아 떨어지는 치밀한 설계로 각 인물들의 상황을 촘촘하게 쌓아 올린 드라마는 이제 단 2회 만을 남겨 둔 상황. 저마다 위기에 놓인 주인공들이 과연 어떤 결말을 맞을지 궁금증이 증폭하고 있다.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은 대대로 초능력을 물려 받은 복씨 집안의 사람들과 그 가족 앞에 나타난 의문의 인물 도다해를 둘러싼 이야기다. 판타지로 설정된 여러 인물이 맺은 관계를 휴머니즘 짙은 이야기로 담아내고 따스한 희망의 메시지까지 녹여 넣으면서 시청자를 사로잡고 있다.
총 12부작 가운데 앞으로 남은 2회 동안 ‘히어로가 아닙니다만’이 풀어야 할 이야기는 복잡하게 얽혀 있다. 그 가운데 시청자의 관심이 단연 집중된 부분은 행복했던 과거의 순간으로 돌아가는 능력을 지닌 복귀주(장기용)가 도다해(천우희)를 구하고 죽는 것으로 예견된 자신의 운명을 바꿀 것인지 여부다. 이를 막기 위해 도다해는 사고사로 위장해 복귀주의 곁을 떠났지만, 운명은 이들을 다시 만나게 했다.
● 초능력 보다 값진, 인간애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의 주인공들은 저마다의 능력을 지녔다. 집안의 가장인 복만흠(고두심) 여사는 대대로 물려받은 초능력의 중심에 있는 인물. 예지몽을 꾸는 능력을 활용한 주식 투자와 로또 당첨 등으로 큰 돈을 손에 넣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불면증에 시달리면서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하고, 어렵게 잠들어 꾼 꿈들의 정체도 모호하기만 하다.
복 여사를 근심에 빠지게 하는 근원은 아들 복귀주. 10여년 전 아내를 사고로 잃은 상처로 인해 어두컴컴한 방에서 술로 시간을 보내는 복귀주 앞에 집안의 돈을 노린 인물 도다해가 접근한다. 의심 속에서도 복귀주는 도다해를 통해 잃어버린 능력을 되찾기 시작한다.
최근 초능력 소재의 드라마가 다양한 방식으로 제작되고 있지만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은 장르물에만 치우치지 않는다. 서로 다른 이유이지만, 삶의 과정에서 깊이 상처받은 인물들이 사랑으로 관계를 회복하는 이야기에 더 집중한다. 작품의 근간을 이루는 정서는 마음을 움직이는 ‘짙은 인간애’다.
이 같은 작품의 주제를 가장 선명하게 드러내는 존재는 천우희가 연기하는 도다해. 어린 시절 부친이 큰 빚을 남기고 죽자, 악랄한 빚쟁이인 백일홍(김금순) 여사의 손에서 자라면서 이른바 가족 사기단의 일원이 된 인물이다. 이들의 새로운 목표로 복씨 집안이 낙점되고, 도다해는 복귀주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하지만 이내 그 가족의 아픔과 상처를 바라보면서 연민을 넘어 사랑의 감정을 키운다.
천우희는 복잡다단한 캐릭터 도다해의 감정을 깊이있게 표현하면서 드라마의 완성도를 높인다. 최근 주연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에이스 쇼’에서 선보인 이른바 ‘광기의 연기’로도 화제를 모았지만, 사실 천우희의 여러 얼굴을 입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은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이다.
뿐만 아니라 각각의 역할에 녹아든 배우들의 활약도 돋보인다.
장기용은 군 복무를 마치고 택한 첫 번째 작품인 이번 드라마에서 아내를 잃은 슬픔, 어린 딸을 사랑하지만 그 마음을 표현할 줄 모르는 서툰 아빠의 마음을 아우르면서 한층 성숙한 연기력을 보인다. 그동안 로맨스 드라마에 집중했던 장기용의 달라진 변화가 반갑다는 시청자의 반응도 이어진다.
복씨 집안의 손녀 복이나를 연기하는 배우 박소이도 빼놓을 수 없다. 그가 왜 ‘연기 천재’로 불리는지 스스로 증명해 보이고 있다.
눈을 보면 상대방의 속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을 지닌 복이나는 온갖 상처로 마음의 문을 닫았지만 도다해를 만나 서서히 변화한다. 그의 변화는 극중 아빠인 복귀주는 물론 사기꾼 일당의 마음까지 바꿔 놓는다. 영화 ‘담보’부터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까지 출연하는 작품마다 눈에 띄는 활약을 해온 박소이의 실력은 이번 드라마에서는 더욱 빛을 발한다.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은 남은 2회 동안 아직 풀지 못한 이야기를 쉼 없이 펼칠 예정. 특히 어린 시절 도다해의 부친이 남긴 빚을 독촉하다 가짜 가족으로 얽힌 사기꾼 엄마 백일홍(김금순)이 어떻게 변화할지에도 시청자의 관심이 집중된다. 극중 백일홍 여사는 복씨 집안의 돈을 가로채려는 악역이지만, 미워할 수 없는 ‘마력’을 지닌 인물로도 주목받고 있어서다.
이에 더해 현대인의 질병인 비만으로 하늘을 나는 능력을 상실한 복동희(수현)의 자아 찾기를 향한 시청자의 응원도 이어진다. 복동희는 혹독한 다이어트 끝에 모델 시절의 몸을 되찾았지만 성형외과 의사인 남자친구에게 그렇게 당하고도 또 다시 결혼 사기를 당할 위기에 처해 있다.
과연 복동희는 사기의 위험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아를 찾을 수 있을까. 죽을 운명으로 예언된 복귀주는 도다해와 해피엔딩을 맞을 수 있을까. ‘히어로는 아닙니디만’의 마지막 이야기에 시선이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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