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창원 김진성 기자] “홈 스틸을 하려고 했는데…”
지난 5일 창원 NC 다이노스-두산 베어스전. 2-2 동점이던 7회초 선두타자 조수행의 스리피트 수비방해 이슈가 터졌다. 두산 이승엽 감독은 퇴장 당했다. 어수선한 상황서 후속타자는 베테랑 정수빈. 정수빈은 NC 왼손 셋업맨 김영규의 가운데로 들어온 패스트볼을 공략, 좌중간 2루타를 터트렸다. 그리고 허경민이 2루 땅볼을 쳤다. 2루 주자 정수빈은 안전하게 3루에 들어갔다.
두산의 2사 3루 찬스. 후속타자는 헨리 라모스. 라모스는 김영규의 초구부터 4구 패스트볼, 포크볼을 잇따라 파울 커트로 걷어냈다. 그리고 5구 포크볼을 참았다. 볼카운트 2B1S. 이때 김영규는 포수 김형준으로부터 공을 넘겨 받은 뒤 슬쩍 3루로 돌아 견제구를 던졌고, 정수빈은 헤드퍼스트슬라이딩을 시도했으나 아웃됐다.
빠른 발로는 KBO리그 그 어떤 선수에게도 뒤지지 않은, 천하의 정수빈이 그 중요한 상황서 심지어 아웃되면 안 되는 3루에서 아웃됐다. 쉽게 보기 힘든 장면이었다. NC는 그렇게 7회초 위기를 극복하고 이닝을 교대했다.
여기에 숨은 1인치가 있다. 이승엽 감독은 6일 창원 NC전을 앞두고 “홈 스틸을 하려고 생각을 했는데”라고 했다. 자신은 퇴장 당한 이후 감독실에서 경기를 보고 있었고, 박흥식 수석코치가 경기를 지휘했다. 알고 보니 정수빈은 상황에 따라 과감하게 홈으로 파고들 생각을 했다.
아무래도 조수행의 수비방해 논란으로 양 팀 모두 살짝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그리고 마운드에는 1루를 보며 투구하는 좌완투수가 있었다. 경험 많고 재치 넘치는 정수빈으로선 충분히 홈 스틸을 시도해볼 만했다. 단, 라모스가 계속 파울 커트를 했기 때문에, 정수빈으로선 타이밍을 잘 살펴야 했다.
그런데 여기서 반전이 발생했다. 김영규는 아마도 1루 NC 벤치에서 3루 주자 정수빈의 리드 폭이 크다는 시그널을 크게 줬을 것이다. 포수 김형준도 체크했을 것이다. 슬쩍 돌아온 김영규가 정수빈의 움직임을 순간적으로 한번 체크한 뒤 견제를 했다. 그 정도로 여유 있는 아웃이었다.
알고 보니 정수빈의 착각이 섞여있었다. 김영규의 5구 포크볼 투구는 피치클락 위반이었다. 구심은 공을 던진 뒤 손으로 반대 손목에 찬 시계를 가리키며 피치클락 위반 사인을 김영규에게 줬다. 그러나 이승엽 감독은 그 제스쳐를 취하며 “수빈이는 타임으로 알아들었다고, 그런 경우가 한 번씩 있거든요. 헷갈릴 때가 있다”라고 했다.
정수빈으로선 심판의 제스쳐로 타임, 다시 말해 볼 데드로 인지하고 3루에서 리드 폭을 크게 했음에도 순간적으로 방심했다는 얘기다. 실제 중계방송을 보면 정수빈이 견제사 이후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고토 고지 3루 코치에게 뭔가 얘기하는 모습이 나온다. 두산으로선 연장 11회 강승호의 대타 결승타로 이겼기에 웃고 넘어갈 수 있었지만, 사실 정수빈의 견제사는 아찔한 장면이었다.
만약 김영규가 피치클락을 범하지 않고 5구 투구를 했다면, 심판진에서 특별한 제스쳐를 취할 이유도 없었고, 정수빈도 긴장감을 갖고 리드 폭을 조절했을 것이다. NC로선 전화위복이었다. 산전수전을 겪은 정수빈도 간혹 실수할 때가 있다. 그래도 정수빈은 올 시즌 23도루로 이 부문 리그 3위다.
만약 정수빈이 견제사를 당하지 않고 홈스틸을 했다면? 경기 흐름은 또 요동쳤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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