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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 ‘첫경험’ 삼성전자, 피해 없었지만…위협 요인 상존

데일리안 조회수  

전삼노, ‘강성’ 민주노총 금속노조와 결탁 움직임

첫 파업은 ‘상징성 확보’에 그쳤지만, 향후 더 강성화 우려

금속노조 지부 편입시 줄파업 사업장 전락할 수도

삼성전자 사내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가 5월 29일 삼성 서초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파업을 선언하고 있다.ⓒ데일리안 조인영 기자

삼성전자에서 창사 이래 처음으로 파업이 벌어졌다. 생산 차질 등 피해가 거의 없는 ‘상징적 파업’이었지만 부정적 사안의 첫 단추가 꿰졌다는 점에서 사측으로서는 좋을 게 없는 일이다.

나아가, 노동계의 강성화를 주도해온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이 삼성전자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어 위협 요인은 상존하는 모습이다.

7일 재계와 노동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사내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하 전삼노)은 이날 연가 투쟁에 나섰으나, 생산 차질은 전무한 상황이다.

지난달 29일 파업 선언에 따른 첫 단체행동이지만, 노조 집행부가 일제히 연차를 사용하라는 투쟁 지침을 내리되, 참여 여부는 조합원 자율에 맡겼다. 집행부가 조직적으로 생산 차질을 유도하기 위해 파업 인원을 통제하거나 설비 가동을 방해하는 집회 등을 실시하는 일도 없었다.

지난해 현충일 징검다리 연휴와 비교해도 오히려 올해 연차 사용률이 낮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현충일은 화요일로, 전날인 5일 연차를 사용해 연휴를 즐기는 사례가 많았었다.

전삼노 조합원 수가 삼성전자 전체 직원(약 12만5000명)의 22%에 해당하는 2만8000여명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연가 투쟁에 참여한 인원은 많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전삼노 측은 사상 첫 투쟁을 조합원 자의에 의해 결정하도록 한다는 취지로 참여 인원을 공개하지 않았다.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가 파업으로 생산 차질을 입을 경우 회사는 물론 국가 경제에 큰 파장을 일으킬 것이라는 점에서 노조 집행부가 파장을 최소화하면서도 상징성을 앞세울 수 있는 방식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사측과 전삼노 간 갈등은 여전히 봉합되지 않은 사태고, 전삼노의 투쟁 방식이 계속해서 이번과 같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삼성전자 노사협의회는 올해 평균 임금인상률 5.1%를 골자로 하는 임금조정에 합의했지만, 전삼노는 노사협의회의 대표성을 부정하며 합의 내용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임금인상률 자체에도 이견이 있지만, 부서별 실적과 개인 성과를 평가해 성과급을 차등 지급하는 방식을 뜯어고칠 것을 전삼노는 요구하고 있다. ‘성과에 따른 보상’ 시스템으로 경쟁력을 강화해 온 삼성전자의 근간을 위협하는 내용이다.

나아가 전삼노의 강성화 우려도 심화되는 모습이다. 전삼노는 현재 온건·실리 노선을 걸어온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산하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금속노련)에 속해 있지만, 전삼노 집행부가 강성 노선의 민주노총 금속노조와 결탁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다.


실제, 금속노조는 지난 4월 전삼노 조합원들이 파업을 가결하자 환영성명을 낸 데 이어, 지난달 29일 파업 선언 기자회견에도 최순영 금속노조 부위원장이 참석해 지지발언을 했다. 이번 연가 투쟁을 앞둔 지난 5일에도 금속노조는 지지성명을 발표했다.

민주노총과 산하 산별노조인 금속노조에게 삼성전자는 군침 도는 먹잇감이다. 전삼노가 금속노조에 가입하고 조합원 수를 확대해 교섭 대표노조 지위를 확보하면 민주노총은 다른 양대 노총 중 하나인 한국노총과의 경쟁 구도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고, 국내 최대 기업을 장악했다는 상징성도 얻을 수 있다.

전삼노 집행부 역시 금속노조의 강성 노선과 강력한 조직력이 조합원 확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민주노총 산하 지부로 편입되면 노조 전임자들은 상급 단체를 거쳐 정치권으로 진출할 수 있는 이른바 ‘노동운동가-정치인 테크트리’를 탈 수 있다.

실제,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초기업 노조)은 전삼노가 민주노총-금속노조와 결탁하려 한다는 의혹을 제기해 왔다. 초기업 노조는 지난달 29일 입장문을 내고 “전삼노 행보와 민주노총 회의록을 보면 직원들의 근로조건 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닌, 상급단체(민주노총) 가입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여 그 목적성이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3일에는 초기업노조 삼성전자 DX지부장이 사내 게시판에 전삼노의 비위 행위를 폭로하기도 했다. 폭로 내용에는 전삼노가 조합원 숫자 부풀리기를 통한 근로시간 면제자(타임오프제에 따른 노조 전임자) 조작, 민주노총 금속노조 간부의 전삼노 조합원 활동, 전삼노 집행부의 다중계정 사용 의혹 등이 포함됐다.

금속노조는 파업을 앞세운 강성 투쟁으로 각 사업장 별 사측과 대립각을 세우는 데 특화돼 있다. 현대자동차, 기아, 한국GM,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등 파업으로 유명세를 떨친 사업장들은 모두 금속노조 지부나 지회가 대표 노조로 교섭권을 쥐고 있다. 옛 쌍용자동차(현 KG 모빌리티) 옥쇄파업 사태도 금속노조 쌍용차지부가 대표 노조였을 때 발생한 일이다.

전삼노가 금속노조 산하 지부로 편입될 경우 삼성전자도 매년 교섭 시즌마다 파업 위협에 시달릴 우려가 크다는 게 재계 시각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번 전삼노의 연가 투쟁은 상징적 차원으로, 사측에 실질적인 피해를 주진 않았지만, 앞으로 금속노조의 투쟁 방식을 답습하거나 산하 지부로 편입될 경우에도 이런 식이 되리라는 보장은 없다”면서 “이미 집회에서 총수의 이름을 거론하며 비난하는 방식 등에서 금속노조의 색깔이 드러난 것으로 보이는데, 금속노조가 계속해서 강성 투쟁을 부추기고 있어 전삼노의 다음번 파업은 한층 강도가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데일리안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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