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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를 초일류 기업으로 도약시켰다고 평가받는 이건희 선대회장의 ‘프랑크푸르트 선언’이 7일로 31주년을 맞이한다. 그룹 경영진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마누라와 자식 빼곤 다 바꾸라’던 이 회장의 서슬에 삼성은 기존의 방식을 완전히 갈아엎고 품질 중심으로 전환하며 휴대폰을 비롯한 주력사업을 세계 1위 자리에 올렸다.
31주년이 다가오면서 재계로부턴 삼성의 새 비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믿었던 반도체사업의 천문학적 적자, 주도권을 놓친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비롯해 새롭게 개척한 폴더블폰의 흔들리는 장악력 등 최근 삼성의 복합위기를 지켜본 결과다.
6일 재계에 따르면 프랑크푸르트 선언 당시 연간 매출 28조원, 자산 41조원에 그쳤던 삼성전자의 규모는 지난해 기준 연간 매출 258조원, 자산 455조원으로 10배가량 불어났다. 시가총액도 3조원에서 452조원으로 증가했다. 다만 삼성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이를 기념하는 별도의 행사는 열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삼성을 둘러싼 대내외 경영환경은 31년 전 변화를 이끈 ‘신경영’ 선언 수준의 위기 돌파 전기를 요구하고 있다. 대표 사업인 반도체 부문은 지난해 15조원에 육박하는 적자를 냈다. AI(인공지능) 시장 개화로 HBM 수요가 대폭 확대됐지만, 대응이 늦었던 삼성은 SK하이닉스에 주도권을 뺏긴 상황이다. 파운드리에서도 후발업체인 미국 인텔에 쫓기고 있다. 여기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직원이 주를 이루는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 7일 첫 단체 행동으로 연가 투쟁에 나설 것으로 예고하면서 우려는 커진다.
반도체 외에도, 접었다 펴는 폴더블폰 시장을 처음 연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중국 화웨이에 해당 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내줬고 이 기간 가전 사업에서는 경쟁사인 LG전자와 영업이익이 2배 가까이 벌어졌다.
삼성전자도 물론 전방위적 위기 극복에 나서고 있다. 우선 지난달 21일 미래사업기획단장을 맡고 있던 전영현 부회장을 DS 부문장으로 임명했다. 수요 감소로 저조한 실적을 기록한 사업부는 인력 재배치에 나서거나, 임원 출장 시 이코노미석을 이용하도록 하는 등 비용 절감 방안도 마련했다.
지난해 말 신설한 미래사업기획단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10년 이상 장기적인 관점에서 삼성의 미래 먹거리 아이템을 발굴하는 역할을 맡은 미래사업기획단이 이 선대회장 시절 이차전지와 바이오제약 등 5대 신수종 사업을 발굴한 신사업추진단에 비견되는 결과를 내놓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삼성전자의 대형 M&A(인수합병) 행보도 주목된다. 최근 미국 HVAC(냉난방공조) 설비 전문 기업인 레녹스와 유통 전문 합작법인을 설립한 삼성은 다국적기업 존슨콘트롤즈의 HVAC 사업부를 약 8조원을 투자해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프랑크푸르트 선언이 상징적 의미에 그치지 않은 건, 당시 이건희 회장의 강력한 의지와 각오가 사장단을 비롯해 전사적으로 전달된 영향이 크다”면서 “중요한 메시지가 나오고 대대적 변화의 계기가 마련돼야 하는 시점이라는 데에 대부분의 기업들이 공통된 시각일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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