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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한담] 금감원 ‘꽃’은 검사인데… 금융투자검사국 인기 시들한 이유

조선비즈 조회수  

금융감독원 여의도 본원 /뉴스1
금융감독원 여의도 본원 /뉴스1

어느 기업이나 직원들이 가고 싶어 하는 선호 부서가 있는데요, 대개는 그 회사의 핵심 사업을 담당하는 곳입니다. 금융감독원의 핵심 부서는 바로 ‘감독국’입니다. 괜히 금융‘감독’원이 아닌 것이죠.

자본시장 부문만 놓고 보면 감독국은 자본시장감독국과 자산운용감독국이 있습니다. 두 국은 차례로 증권사, 자산운용사가 파산하지 않도록 자본 비율을 규제하는 부서입니다. 사업 인가권을 쥐고 있어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들이 특히나 잘 보이고 싶어 하는 부서들이죠.

또 하나의 핵심은 금융 관련 제도 설립입니다. 감독국은 금융위원회와 함께 제도를 만듭니다. 지난해 차액결제거래(CFD)의 불투명성을 악용한 소시에테제네랄(SG) 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가 벌어지자 자본시장감독국은 CFD의 실제 투자자 유형과 잔고 동향이 공시되도록 제도를 개선했습니다. 요즘 개인 투자자들의 최대 관심사인 공매도 제도 개선도 자본시장감독국이 진두지휘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가장 힘 있는 조직을 꼽으라면, 아무래도 검사국입니다. 여의도 검찰이란 말이 있을 정도죠. 검찰처럼 금융사에 나가 자료를 가져오고, 이를 분석해 문제를 발견하는 게 검사국의 역할입니다. 지난해 말 ‘상장지수펀드(ETF) 유동성공급자(LP)들이 불법 공매도를 하고 있다’는 개인 투자자들의 주장에 신힌투자증권을 포함한 6개 증권사에 대해 현장 점검을 한 곳이 검사국이었습니다. 검사국이야말로 금감원의 ‘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검사국은 최근 인기가 시들하다고 합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취임하면서 업무 강도가 상당해졌기 때문입니다. 그도 그럴 게 지난해만 하더라도 금감원은 글로벌 투자은행(IB)의 대규모 불법 공매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담당 임직원의 사익 추구, 채권형 랩·신탁 돌려막기 등을 적발했습니다. 모두 큼직큼직한 건이라 투입되는 직원의 수도 많았죠. 한 금감원 임원이 “지난해 은행, 카드, 보험을 합친 것보다 금융투자 검사 횟수가 더 많았다”고 말할 정도였습니다.

검사국은 올해도 바쁠 예정입니다. 금감원은 매년 초 그 해에 몇 번의 검사를 나갈지 밝히는데, 금감원은 올해 금융투자 부문의 수시검사를 134회 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지난해(98회)보다 36% 이상 증가한 수치죠. 은행과 보험, 중소금융 부문은 지난해보다 수시검사 횟수가 같거나 줄었는데, 금융투자 부문만 늘었습니다.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를 더 세밀하게 보겠다는 금감원의 뜻이 숨어있는 것이죠. 주변에 금감원 검사국 직원이 있다면 어깨를 두드려줘야 할 것 같네요.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폭락 사태와 관련해 주가조작을 주도한 의혹을 받는 라덕연 투자자문업체 대표가 지난해 5월 11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뉴스1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폭락 사태와 관련해 주가조작을 주도한 의혹을 받는 라덕연 투자자문업체 대표가 지난해 5월 11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뉴스1

조사국도 검사국과 하는 일은 비슷합니다. 다만 조사 영역이 다릅니다. 검사국의 상대가 금융사라면, 조사국의 상대는 주로 불공정거래를 한 개인입니다. 불공정거래란 미공개정보 이용, 시세 조종, 부정행위 등입니다. 검사국에 있으면 금융사에 대해 공부라도 할 수 있지만, 조사국은 그렇지 않다 보니 대부분의 직원은 조사국보단 검사국을 선호하죠.

‘감독’, ‘검사’, ‘조사’는 비슷한 말처럼 보여도 금감원 내에선 전혀 다른 뜻을 가집니다. 감독은 제도, 검사는 금융사, 조사는 불공정거래에 쓰입니다. 이 단어들만 잘 구분해 써도 금감원을 잘 아는 사람처럼 보일 수 있는 셈이죠.

회계 역시 조사국과 사정은 비슷한데, 이유는 상이합니다. 고과 때문인데요, 금감원은 회계법인에서 일하던 회계사들을 경력 직원으로 채용합니다. 이들은 대부분 회계감독국, 회계감리국 등에 배치되죠.

실무에서 몇 년 있다가 온 경력 직원에 비해 경험이 적은 금감원 신입 직원들은 회계 부서에서 좋은 고과를 받기 힘듭니다. 물론 유능한 직원도 있지만 아무래도 회계사 출신의 경력 직원에게 큰 사건이 배치되는 게 일반적입니다. 이 탓에 직원들 사이에선 회계 관련 부서는 ‘공채들의 무덤’이란 소리도 나옵니다.

최근 가장 인기가 좋은 부서는 공시심사실입니다. 공시심사실은 기업이 내는 증권신고서를 검토하는 부서로, 기업이 상장을 할 때 공시하는 증권신고서를 보고 해당 기업이 적절하게 몸값을 산정했는지 평가합니다. 기업공개(IPO)를 준비하다가 돌연 증권신고서를 정정해 공시하는 기업은 공시심사실로부터 한 번 퇴짜를 맞은 겁니다. 공식적인 정정 사유는 예상 시가총액을 구하는 모델이나 피어그룹(비교 그룹)이 적절하지 않았다는 건데, 사실상 ‘예상 시총이 과도하니 이를 낮춰서 다시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라’는 뜻입니다.

공시심사실이 금감원 직원들의 ‘최애’ 부서가 된 이유는 그 속성 덕분입니다. 하나의 증권신고서를 두고 모든 부서원이 매달리는 게 아니라, 업종별로 나눠 직원마다 특정 회사의 증권신고서를 담당합니다. 그렇다 보니 저연차 직원이라도 다른 부서에 비해 행사할 수 있는 영향력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한 금감원 직원은 “직원들의 선호 부서가 완전히 고정돼 있다기보단 시기별로 달라진다”면서도 “업권을 배울 수 있고, 시장에 영향력을 미치는 부서는 항상 선호 부서로 꼽힌다”고 설명했습니다.

조선비즈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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