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도어 민희진 대표 |
[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기자] “누명을 벗어서 너무 개운합니다”
민희진 어도어(ADOR) 대표는 지난달 31일 연 기자회견에서 지난 두 달여간 자신에게 제기된 각종 의혹들을 스스로 ‘누명’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전날 내려진 가처분 기각 결정 덕분에 “누명을 벗었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흥미로운 건 법원의 기각 결정문에 불륜이나 반역 스토리에서나 언급될 만한 ‘배신’이라는 단어가 쓰였다는 점이다. 이는 재판부가 민 대표의 행위를 절대 가벼이 여기지 않는다는 방증이다. 법원이 지목한 민 대표의 배신 행위는 크게 세 가지다. ▲뉴진스를 데리고 하이브의 지배 범위를 이탈하려한 것과 ▲하이브를 압박해 어도어에 대한 하이브의 지배력을 약화시키려 한 것 ▲어도어를 독립적으로 지배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다는 것이다. 법원은 민 대표의 배신 시도가 “분명하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민 대표는 ‘배신’은 말장난이며, 감정적 표현이라고 애써 의미축소했다. 배신의 원인은 하이브가 먼저 제공했다고 책임을 전가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하이브에 화해의 제스처를 내밀었다. 마치 본인이 넓은 마음으로 하이브를 품겠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배신의 원인제공자가 누군지를 가리는 것은 쉽지 않다. 다만 민 대표가 그간 내뱉은 말에 적잖은 거짓이 섞여 있었다는 점에 비추어본다면, 하이브를 일방적 원인제공자로 단정짓기는 어려워 보인다. 백번 양보해, 민 대표의 주장처럼, 하이브가 배신의 동기를 제공했다고 치자. 그렇다고 해서 뉴진스를 빼돌리고, 어도어를 사유화하려는 민 대표의 행위가 정당화되지는 않는다. 하이브가 이를 인지하고도 묵인한다면, 하이브는 주주의 이익을 해치는 행위를 자행하는 것이 된다. 배신을 모의한 자회사 대표와 합의하는 것은 야합이나 다름이 없다. 민 대표는 기자회견을 포함, 다양한 방식으로 스스로를 재능있는 경영자라고 치켜세웠다. 그런 자신을 쫓아내려는 하이브를 속좁은 ‘개저씨’들로 간주했다. 속사포처럼 내뱉은 말들 어디에서도 막대한 자본을 지원해 자신의 경영을 지원한 하이브에 대한 최소한의 공치사조차 찾아보기 어려웠다. 민 대표의 화법대로라면 성공은 오로지 자신의 능력에서 비롯됐고, 모든 문제는 하이브의 견제나 간섭에서 기인됐다. 확실한 것은 민 대표가 본인을 지금의 반열에 오르게 한 자본의 역할을 크게 간과하고 있단 점이다. 비빌 언덕 없이 민 대표가 지금의 어도어와 뉴진스를 만들 수 있었을지 의심이다. 민 대표는 단순 자본뿐 아니라 구성원과 조직의 존재도 철저히 무시해 왔다. 어도어의 성공을 위해 분한 하이브 내 구성원들의 노력을 짓밟고 자신의 경영 능력만을 앞세웠다. K팝 아이돌 한 팀이 데뷔해 궤도에 오르기까지 수많은 ‘돈’과 ‘손’이 필요하다는 건 굳이 설명이 필요하지 않은 사실이다. 뉴진스 멤버들의 수련, 데뷔, 활동 과정에는 민 대표와 그의 사람들 외에도 하이브 내 다양한 손들의 지원사격이 있었다. 민 대표는 이런 노력들에 대한 언급은 아끼며 자신과 자신의 사람들의 능력과 성과만을 반복적으로 강조해 왔다. 기자회견 당시 자아 비대란 표현에 스스로 콧방귀를 뀌었지만, 더 나은 표현을 찾을 수 있을까 싶다. 레이블 문제를 지적하며 잔다르크 흉내를 냈지만 하이브란 조직 내부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키지도, 지지를 이끌어내지도 못한 이유를 곱씹어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조직에 남긴 상처도 있지만, 민 대표가 자신을 치켜세우기 위해 엔터 분야 전반에 남긴 상처도 짚어야 할 때가 됐다. 그는 엔터 산업 고도화의 문턱에서 ‘아이돌 빼가기라는 배신이 여전한 곳’이라는 누명을 K-팝 전체에 씌워버렸다. K-팝 생태계에 과연 양질의 자본이 지속적으로 공급될 수 있을 것인가. 화려한 무대 위 등장을 꿈꾸는 수많은 청소년들, 중소 엔터사의 기적을 꿈꾸는 수많은 기획사들은 ‘민희진 사태’ 이후 더 좁고 긴 고난의 길을 가게 됐다. [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송선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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