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전세 시장에 비상등이 켜졌다. 수요 증가로 가격은 오르는데 매물은 줄어들면서 ‘품귀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일부 수요자들이 매매 시장으로 발걸음을 옮기면서 거래량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전셋값 상승세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관측한다.
5일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4월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량은 총 1만5542건으로 집계됐다. 전세가 9498건, 월세는 6044건이다. 이는 일 년 전 동기(2만3630건) 대비 34.2% 감소한 수치다.
이는 전세 가격이 매섭게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KB부동산 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올해 5월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88.4로 전달 대비 0.4포인트(p) 상승했다.
실제 서울에선 기존 보다 보증금을 상향해 갱신 계약을 체결한 사례도 나오고 있다. 중구 신당동 남산타운 전용면적 84㎡는 기존 보증금 5억5650만 원 보다 오른 6억 5000만 원에 전세 계약을 갱신했다. 성동구 행당동 서울숲리버뷰자이 전용 84㎡ 역시 전세 보증금을 8억4000만 원에서 9억5000만 원으로 올려 갱신 계약을 체결했다.
매물 감소세도 뚜렷하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3만4702건으로, 2월 2만8185건 대비 18.8% 감소했다. 자치구별로 보면 영등포구(-45.9%), 중구(-41.2%), 금천구(-37.1%), 강남구(-30.4%), 마포구(-27.3%) 순으로 감소 폭이 컸다.
전셋값이 뛰고, 매물은 줄면서 공급 부족을 가늠하는 지수인 전세수급지수 역시 큰 폭으로 상승했다. KB부동산이 집계한 서울 전세수급지수는 138.2로, 2021년 11월(140.1) 이후 30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전세 대신 매매로 돌아서는 수요자들이 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서울 아파트 매매량은 지난해 11월 1894건에서 올해 1월 2608건, 2월 2569건, 3월 4210건, 4월 4350건 등으로 상승 중이다.
가격 회복 속도도 매섭다. 실제 강남과 서초, 용산 등의 아파트 매매 가격은 올 들어 전고점 대비 80~90% 가까이 회복한 상태다. 강남구 대치동 ‘개포우성’ 전용 84㎡는 이전 최고가 28억9200만 원 대비 1억800만 원 오른 31억 원에 손바뀜 됐다.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 151㎡은 3억4000만 원 오른 47억9000만 원에 매매가 체결됐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최근 전세 거래량이 줄어든 것은 전세 수요가 매매로 일부 옮겨갔기 때문이라며 “다만 전세 갱신 계약 시 보증금 금액 변동이 없는 경우 신고를 하지 않아도 되는 점을 고려한다면, 미신고 건이 늘어난 것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 전셋값이 많이 올랐지만 2년 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낮다. 때문에 올해는 이와 같은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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