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김경문 감독이 야심차게 선택했던 선수들은 침묵했다. 하지만 한화 이글스는 하위 타순에서 응집력을 발휘하며 신임 사령탑에 첫 승을 선물했다.
한화는 4일 경기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KT 위즈와의 경기에서 8-2로 이겼다.
6년 만에 복귀전을 치른 김경문 감독은 한화 유니폼을 입고 치른 첫 경기를 승리로 장식했다.
김 감독의 ‘한화 데뷔전’ 라인업은 놀라움을 자아냈다. 1번 타자에 올 시즌 3타석만을 소화한 유로결, 3번 타자엔 부상 이후 2개월 만에 돌아온 하주석을 배치했고, 한화 이적 후 1루수와 지명타자로만 나왔던 안치홍이 2루수에 배치된 것.
김 감독은 유로결에 대해 “내가 볼 때는 스타감이다. 오늘 따로 불러서 용기를 줬다”고 했고, 하주석에 대해선 “책임감을 가져달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명장’이, 2군에서 콜업된 이들을 첫 경기만에 전진 배치했다. 자연스레 유로결, 하주석에게 많은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김경문 픽’을 받은 유로결, 하주석은 좀처럼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유로결은 4타수 1안타 1볼넷, 하주석은 5타수 무안타였다.
그나마 유로결은 7회 4번째 타석에서 선두타자로 나서 안타를 때렸지만, 이후 견제에 걸리며 허무하게 아웃됐다.
김경문 감독의 야심 찬 선택은 사실상 ‘실패’에 그쳤지만, 그래도 이날 한화는 승리를 거뒀다.
하위 타순이 집중력을 발휘한 덕이었다.
2회초 1사 후 안치홍, 채은성이 연속 안타로 살아 나갔고, 최재훈이 볼넷을 골라 만루를 채웠다.
0-0에서 선취점이 중요한 순간, 여기서 8번 이도윤의 희생플라이로 3루 주자를 불러들였다. 이후 9번 장진혁이 좌중간을 가르는 2루타로 2명의 주자를 불러들여 3-0이 됐다.
하위 타순의 활약 속에 한화는 기분 좋은 리드를 잡았다. 먼저 공격을 하는 원정경기에선 앞서 나가야 한다는 김 감독의 지론이 정확히 맞아떨어진 순간이었다.
3-1로 쫓긴 6회초, 귀중한 추가점을 내는 상황에도 하위 타순의 활약이 돋보였다. 1사 만루에서 채은성의 3루 땅볼로 4-1이 됐고, 이후 7번 최재훈과 8번 이도윤이 연속 적시타를 때려 6-1까지 벌어졌다. 이 시점에서 사실상 승부가 갈렸다.
8회초에도 최재훈이 1타점 2루타를 때리는 등 하위 타순의 활약은 경기 내내 이어졌다. 이날 한화는 8점을 뽑았는데 이 중 7~9번 타순이 6타점을 책임졌다.
유로결, 하주석의 활약은 신통치 않았지만, ‘2루수 안치홍’은 긍정적이었다. 롯데 시절이던 작년부터 서서히 2루수 비중이 줄어들던 안치홍은 올해 한화 이적 후엔 한 번도 2루수로 나서지 않았는데, 김경문 감독의 ‘공격 극대화’ 전략에 따라 시즌 처음으로 2루수로 출장했다.
김 감독은 “안치홍이 여전히 2루를 커버할 수 있다고 본다”고 했는데, 안치홍은 기대에 부응했다. 강백호의 빠른 안타를 막아내진 못했지만, 눈에 띄는 실책 없이 수비를 소화했다. 5회말 무사 1루에선 배정대의 2루 땅볼을 잡아 병살타로 연결하기도 했다.
어느덧 만 34세의 베테랑에 접어든 안치홍이 예전처럼 ‘풀타임 2루수’를 소화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김 감독은 상황에 따라 안치홍을 2루로 기용할 뜻을 내비쳤고, 한화의 라인업 운용은 좀 더 유연성을 갖게 됐다.
6년의 공백 끝에 현장에 돌아온 김경문 감독의 ‘감’은 모두 맞아떨어지진 않았다. 그래도 한화는 전과 다른 집중력을 보이며 승리를 가져왔고, ‘김경문호’는 기분 좋은 첫발을 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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