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임윤지 기자 = 강남의 한 오피스텔에서 흉기로 모녀를 살해하고 달아난 피의자는 65세 남성 박학선으로 드러났다. 서울경찰청에서 열린 첫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신상공개위)이자, 올해 들어 전국에서 3번째 신상공개된 피의자다.
서울경찰청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신상공개위)는 4일 오후 회의를 열고 박학선(65·남)의 이름과 나이, 얼굴 사진(머그샷) 공개를 의결했다. 서울경찰청 홈페이지에서 관련 정보를 확인할 수 있으며 공고 기간은 7월3일까지다.
경찰 관계자는 “범행의 잔인성 및 피해의 중대성이 인정되는 점, 범행 증거가 충분한 점 등을 고려할 때 공공의 이익이 있다고 판단했다”며 “피의자가 공개 결정에 서면으로 이의 없음을 표시해 오늘부터 30일간 신상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 씨는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구의 한 오피스텔 사무실에서 교제하던 60대 여성 A 씨로부터 이별 통보를 받고 A 씨와 그의 딸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뒤 도주한 혐의를 받는다. 13시간 만인 다음 날 오전 서울 남태령역 인근에서 체포됐다.
지난 2010년 도입된 신상공개위는 경찰 내부위원 3명, 외부위원 4명 등 7명이 참여한다. 공정성과 독립성을 위해 비공개로 진행된다. 공개 여부는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특정강력범죄법)에 따라 범행 수단의 잔인성, 재범 가능성, 국민 알권리를 고려해 결정한다.
경찰 수사 단계에서 피의자의 신상정보를 공개하려면 4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특정중대범죄 피의자 등 신상정보 공개에 관한 법률(중대범죄신상공개법)에 따르면 ①범행 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했을 것 ②피의자가 그 죄를 범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을 것 ③국민의 알권리 보장, 피의자의 재범 방지 및 범죄예방 등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할 것 ④피의자가 미성년자(만 19세 미만)가 아닐 것 등이다.
이날 진행된 회의는 서울경찰청에서 열린 올해 첫 신상공개위였다. 지난달 ‘서울 소재 의대생 여친 살인 사건’ 당시 피의자 최 모 씨(남·25)의 신상공개 여부에 관심이 쏠렸으나 경찰은 유족 측 입장을 고려해 신상공개위를 열지 않기로 한 바 있다.
이날 박 씨를 포함해 올 들어서만 총 3명의 신상이 공개됐다. 경찰은 박 씨에 앞서 다방 업주 2명을 잇달아 살해한 혐의를 받는 이영복(57)과 이별을 통보하려 한다는 이유로 여자 친구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 김레아(26)의 신상을 공개했다.
지난해의 경우 또래 20대 여성을 살해한 정유정(23)과 신림역 칼부림 사건의 조선(33), 신림동 공원 강간살인 사건의 최윤종(30) 등 9명의 신상이 공개됐다. 역대 두 번째로 많은 수치다.
연도별로 보면 △2010년 2명 △2012년 1명 △2014년 1명 △2015년 2명 △2016년 4명 △2017년 1명 △2018년 3명 △2019년 5명 △2020년 9명 △2021년 10명 △2022년 5명이다.
2020년과 2021년에는 ‘N번방 사건’과 관련해 각각 7명과 2명의 신상이 공개됐다. N번방 운영자 ‘갓갓’ 문형욱과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이 대표적이다. 2022년에는 일명 ‘강남 납치살인 사건’과 관련해 신상공개된 피의자만 5명으로 단일 강력사건 중 최다를 기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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