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땅 짚고 헤엄치기’식 투자로 막대한 재산을 쌓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그가 오픈AI 내부정보를 이용해 본인이 투자한 스타트업들에 혜택을 몰아주는 식으로 사익을 취하고 있다는 의혹이다.
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올트먼은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활발하고 공격적인 개인투자자로 꼽힌다. 회사 서류 등을 검토해 보니 그가 관리하는 자산만 올해 초 기준 최소 28억 달러(약 3조8000억원) 정도다. 오픈AI CEO로 일하며 받는 연봉은 6만5000달러(약 8920만원)에 불과한 것과 대조된다.
올트먼이 운영하는 벤처 펀드는 레딧, 에어비앤비 등 유명 업체를 포함해 400개 이상에 투자했다. 특히 올트먼은 최근 인공지능(AI)과 관련한 기업에 과감한 투자를 했다. 지난해 투자한 사이버보안 소프트웨어 업체인 에이펙스 시큐리티(Apex Security)와 AI 데이터센터용 전력난을 해결해 주는 재생에너지 스타트업 엑소와트(Exowatt) 등이 대표적이다.
공교롭게도 올트먼이 투자한 스타트업은 곧 오픈AI의 고객 혹은 파트너사가 되는 사례가 잦다. 올트먼 개인 자산이 투자된 업체와 오픈AI 간 깜짝 협업을 통해 올트먼이 막대한 돈을 손에 쥐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올트먼이 2021년 3억7500만 달러를 투자한 원자력 에너지 스타트업 헬리온(Helion)은 지난해 오픈AI의 최대 투자사인 마이크로소프트(MS)와 첫 계약을 맺었다.
최근에도 마찬가지다. 오픈AI는 지난 5월 소셜 뉴스 웹사이트 업체 레딧(Reddit)과 콘텐츠 학습 계약을 맺었다. 이 회사 주식 7.6%를 보유해 3대 외부 주주인 올트먼이 보유한 지분 가치는 계약 이후 6900만 달러(약 947억원)나 오르며 총 7억5400만 달러(약 1조349억원)가 됐다.
논란이 일자 오픈AI는 공식 채널로 올트먼이 이번 계약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오픈AI 측은 올트먼의 개인 투자가 이해관계 충돌을 일으킬 가능성을 일축했다. 브렛 테일러 오픈AI 이사회 회장은 “올트먼이 일관되게 정책을 따르고 본인 투자에 관해 투명하게 공개한다”며 “올트먼은 CEO의 역할에 전적으로 집중하고 있다”고 WSJ에 말했다. 또한 그는 독립 감사위원회가 잠재적인 이해 충돌을 조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오픈AI에서 올트먼이 축출될 당시 그의 개인 투자 문제가 불거졌던 점에 비춰볼 때 오픈AI 측 해명을 곧이곧대로 믿기는 힘들다는 반론이 상당하다. 당시 올트먼 축출에 동의한 이들은 그가 투자 문제에 있어 솔직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올트먼이 본인 소유 스타트업 지분을 공개하지 않는 등 정보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아 오픈AI의 향후 계약이 올트먼의 개인 이익으로 돌아갈 가능성을 가늠하는 것이 어려웠다는 것이다.
이는 일반적인 기업 경영진 투자 윤리와도 상충한다고 WSJ는 지적했다. 대다수 회사의 이사회는 경영진이 외부 스타트업 지분을 크게 소유하는 것을 막는다. 경영진이 본인 소유 업체에 도움을 주는 식으로 투자 등 협업 기회를 이용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올트먼을 지지하는 쪽에서는 그가 예전부터 스타트업 투자를 활발하게 했기 때문에 그의 투자를 문제 삼는 것은 지나치다고 반박한다. 그는 2009년 결제 서비스 업체 스트라이프(Stripe)에 1만5000달러를 투자해 회사 지분 2%를 확보했다. 스트라이프는 기업 가치가 650억 달러로 치솟아 올트먼의 지분 가치도 13억 달러로 함께 뛰었다. 이 밖에도 올트먼은 2014년 이전에 40개 기업에 투자한 경험이 있다.
다만 올트먼은 2014년 이후 벤처캐피털 와이 콤비네이터(Y Combinator) CEO 재임 기간에도 본인 개인 벤처 펀드 하이드라진(Hydrazine)을 운영해 레딧 등 유망 스타트업 지분을 모으는 행보를 이어왔다고 WSJ는 지적했다. 올트먼이 2019년 와이 콤비네이터에서 사임 요청을 받은 이유도 당시 오픈AI 등 개인 투자 건에 집중했기 때문이라고 매체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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