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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증권, ‘회사채 미매각 불명예’ 명(明)과 암(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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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 회사채 미매각 주요기업과 주관사 명단./사진=금융감독원 전자공시

공모 회사채 미매각 주요기업과 주관사 명단./사진=금융감독원 전자공시

[한국금융신문 이성규 기자] 각종 리스크에 노출된 기업들이 공모 회사채 시장에서 미매각을 면치 못하고 있다. 주관사 입장에서도 물량을 떠안아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특히 KB증권은 모든 미매각 딜(deal)에 참여하는 불명예를 안았다. 부동의 DCM(부채자본시장) 1위를 지키기 위한 전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리테일에서 소화하는 전략을 밑바탕에 깐 무리수라는 얘기도 나온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GS건설은 지난달 27일 1000억원 규모 공모 회사채 발행을 위해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에 나섰다. 희망금리밴드 상단을 100bp(1bp=0.01%)까지 열었지만 280억원 수요만 확인했다.

다음날인 28일 300억원 규모 회사채 수요예측을 진행한 동화기업 역시 300억원 모집에 150억원 주문만 확인했다.

GS건설과 동화기업의 회사채 미매각은 PF 부실로 시작된 건설업종에 대한 투자심리가 여전히 위축돼 있음을 뜻한다. 앞서 수요예측을 진행한 한국토지신탁과 한국자산신탁도 각각 1000억원 모집에 380억원, 670억원 규모 주문이 들어오는데 그쳤다.

건설뿐만 아니라 화학업종 내 일부 기업에서도 미매각이 발생했다. 여천NCC는 1500억원 모집에 250억원, 효성화학은 500억원 회사채 발행에 나섰지만 단 한 건의 주문도 들어오지 않는 등 굴욕을 맛봤다.

회사채 미매각은 주관사 입장에서도 부담이다. 수수료는 챙길 수 있지만 대부분 총액인수 방식으로 진행되는 탓에 물량을 떠안고 다시 세일즈해야 하는 부담이 따른다.

KB증권이 대표적이다. 올해 미매각된 회사채들의 주관사 명단에는 KB증권이 포함돼 있다. 한국토지신탁, 한국자산신탁, 동화기업 등을 단독으로 주관하면서 미매각 물량만 최소 1100억원에 이른다. 공동 주관 물량을 포함하면 1500억원을 넘는다.

KB증권은 리테일 창구를 적극적으로 이용한다는 방침이다. 통상 미매각 물량은 셀다운(sell-down) 형태로 개인투자자들에게 판매된다. 지난해부터 개인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회사채를 매입한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리테일로 흘러 들어가는 물량은 고위험군에 속한다. 과거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회사채가 대표적인 리테일 상품으로 고객들로부터 주목을 받았지만 이들 기업의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긴장감이 높아지기도 했다.

올해는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에 돌입하면서 신용등급은 A급에서 투기등급으로 갑작스럽게 급락했다. 이전부터 태영건설의 유동성 문제가 거론됐지만 금리가 오르고 시장 유동성이 쪼그라들면서 우려가 현실이 된 것이다.

채권시장에서도 예상치 못한 변수는 늘 발생할 수 있다. KB증권이 떠안은 고위험 채권이 리테일 시장에서 소화된 후 문제가 생기면 평판 및 영업 등 타격이 불가피하다.

다만 KB증권의 이러한 공격적 행보가 계산적이면서도 전략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KB증권은 회사채를 중심으로 한 부채자본시장(DCM)의 전통 강자다. DCM을 중심으로 기업금융(IB)은 물론 여타 비즈니스도 확장할 수 있었다.

특히 어려운 상황에 처한 기업의 다양한 주관업무를 맡으면서 관계를 돈독히 한 영향이 컸다. 최근 GS건설 회사채 발행을 위한 공동주관을 맡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간 GS건설 회사채 발행은 NH투자증권이 맡았다.

리스크 분산 차원에서 주관사단을 4곳으로 늘린 가운데 KB증권이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는 후문이다. 향후 GS건설 또는 GS그룹 계열 관련 각종 딜(deal) 주관에서 다소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 있는 입지를 다진 셈이다.

미매각 물량 소화 등에 대해 KB증권은 크게 우려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김성현닫기

김성현기사 모아보기 KB증권 사장이 IB총괄본부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IB총괄본부장을 맡고 있는 주태영 전무도 과거 김 사장과 함께 KB증권 DCM 부문 입지를 더욱 강화한 인물 중 한 명이다. 채권 시장 관련 수많은 리스크를 경험하고 통제한 만큼 충분히 감내 가능하다는 평가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고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신용도가 불안한 기업들은 회사채 시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거나 사모채 혹은 기업어음(CP) 등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며 “공모 발행시장에서 리테일로 넘어가는 채권들의 위험을 간과하긴 어렵지만 상대적으로 공모채 시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가 제한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김성현 KB증권 사장과 주태영 IB총괄본부장은 DCM에서 같이 일한 것은 물론 발행시장과 관련된 많은 경험을 갖고 있어 리스크가 제한적이라는 판단하에 DCM 입지를 더욱 강화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성규 한국금융신문 기자 lsk0603@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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