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경제=이준현 기자]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인공지능(AI) 사업 확장 야욕이 국내 인터넷 기업 네이버를 정조준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네이버와 소프트뱅크의 합작법인인 라인야후에 행정지도를 내리면서, 소프트뱅크가 라인야후의 경영권을 장악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6월, 손 회장은 연례 주주총회에서 AI 혁명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소프트뱅크의 AI 사업 주도 의지를 밝혔다.
그로부터 불과 9개월 후, 일본 총무성은 라인야후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이유로 행정지도를 내렸다.
문제는 행정지도 내용에 단순 보안 강화를 넘어 네이버와 라인야후의 지분 관계 재검토까지 포함됐다는 점이다.
네이버와 소프트뱅크는 라인야후 모회사인 A홀딩스 지분을 각각 50%씩 보유하고 있다. 네이버가 1주만 소프트뱅크에 넘겨도 라인야후 경영권은 소프트뱅크로 넘어가게 된다.
◇ 일본 총무성, 네이버에 라인야후 지분 매각 압박지난 3월 일본 총무성은 라인야후에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 대한 행정지도를 내리면서 네이버와 라인야후의 지분 관계 재검토를 요구했다.
이는 사실상 네이버에 라인야후 지분 매각을 압박하는 조치다.
이른바 ‘라인야후 사태’는 한일 외교문제로 비화됐고,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5월 2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라인야후 사태에 대해 논의했다.
일단 네이버의 라인야후 ‘지분 매각’보단 ‘지분 유지’에 초점을 맞춘 대화였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일본 총무성의 행정지도가 국내 기업인 네이버에 지분을 매각하라는 요구는 아닌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한일 외교관계와 별개의 사안으로 인식하고 있고, 잘 관리해 나가자”고 말했다.
이에 기시다 총리는 “총무성의 행정지도는 한국 기업을 포함해 외국 기업들의 일본에 대한 투자를 계속 촉진하겠다는 기존의 입장에 변화 없다는 원칙하에서 이해되고 있다”며 “이번 행정지도는 이미 발생한 중대한 보안 유출 사건에 대해 어디까지나 보안 거버넌스를 재검토해보라는 요구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일 양 정부 간에 초기 단계부터 이 문제에 대해 잘 소통해왔고 앞으로도 긴밀히 소통해나갈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 손정의, 경영권 탈취 노리는 이유는?손 회장은 지난해 6월 연례 주주총회에서 “AI 혁명의 첨단을 책임지겠다”고 선언했다. 이후 소프트뱅크는 AI 분야에 12조1500억원을 투자하면서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최근 AI 반도체 등에 최대 88조원을 투자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일본 정부도 소프트뱅크의 AI 개발을 위해 슈퍼컴퓨터 정비에 최대 3700억원을 지원하는 등 측면 지원에 나섰다.
소프트뱅크의 라인야후 경영권 탈취 시도는 손 회장의 AI 야망과 직결된다.
라인은 지난 2011년 출시된 한국산 메신저로 지난 2019년부터 소프트뱅크와의 협력을 시작해 2020년 합병을 완료, 라인야후로 재탄생했다.
일본, 태국, 대만 등 108개국에서 2억 명이 사용하고 있는 라인은 인공지능 학습 데이터로서 최고의 가치를 지니고 있는 거대 플랫폼이다.
이러한 방대한 사용자 데이터를 통해 소비자 경향성을 파악할 수 있는 라인은 소프트뱅크의 AI 경쟁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중요한 자산이다. 그러나 현재는 경영권을 네이버와 나누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자유롭게 활용하기 어려운 구조다.
소프트뱅크가 라인야후 경영권을 완전히 장악하면 라인의 2억 명에 달하는 이용자 데이터를 확보해 AI 경쟁력을 단숨에 끌어올릴 수 있게 된다.
◇ 네이버 “모든 가능성 열어 놓고 협상”라인야후 사태 이후 네이버의 입지는 크게 축소됐다.
라인야후 이사회에서 유일한 한국인이었던 신중호 대표가 사내이사직에서 물러나면서 이사회는 전원 일본인으로 구성됐다. 네이버의 의사결정권이 약화된 것이다.
일본 총무성은 라인야후에게 네이버와 지분 관계 재검토를 포함한 행정지도를 내리면서 오는 7월 1일까지 행정지도 조치 보고서를 제출토록 요구했다.
앞서 양측 한일 정상회담이 공감대를 이룬 만큼 관련 보고서에는 네이버 지분 매각 관련 내용이 포함 되지 않을 거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네이버의 지분 조정 문제가 완전히 사라졌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네이버 관계자는 알파경제에 “(지분 매각을 포함)현재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소프트뱅크와 협상 진행 중에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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