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이 이사회를 정비하며 지배구조 개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금융 당국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은행 지주·은행의 지배구조 모범 관행’을 조속히 이행하도록 권고한 데 따른 조치다. 경영진을 견제하는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를 쇄신해 책임과 기능을 강화한다는 목표인데, 오랜 기간 이어져 온 ‘거수기’ ‘짬짜미’ 논란이 불식될지 주목된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BNK금융지주 계열사인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은 각각 지난달 28일, 29일 지배구조 내부 규범 중 이사회 구성 및 이사 선임 절차, 사외이사 평가 체계 관련 조항을 개정했다. 양사는 지배구조 내부 규범 중 ‘제11조(이사의 선임 절차)’에 매년 1명 이상의 사외이사를 새로 선임하는 조문을 신설했다. 또 ‘제4조(이사회 구성)’에 “이사회 구성과 관련한 세부적인 절차는 이사 승계계획에서 정한다”는 조항을 추가했다. 경영진과 ‘주고받기식’ 선임을 반복하고 있는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금융 당국이 사외이사 임기 정책과 이사회 승계계획을 마련하도록 한 데 따른 것이다. ‘제5조(이사회 의장)’에서는 이사회 의장의 임기를 1년으로 하되, 한 차례만 연임할 수 있도록 제한을 뒀다.
또 사외이사에 대한 외부 기관 평가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추가했다. 그동안은 2년 이상 재임한 사외이사에 대해서만 필요시 외부 기관 평가를 실시할 수 있었다. 개정된 ‘제19조(사외이사에 대한 평가)’에 따르면 최소 3년에 1회 이상 외부 기관을 통해 사외이사 평가 체계의 적정성에 대해 점검해야 한다.
은행장 선임 시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의 역할을 강화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그동안은 금융지주가 자회사CEO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은행장 후보자를 선정하면, 은행 임추위는 별도의 추가 검증을 진행하지 않았다. 최대 주주인 지주사가 결정하는 대로 이견 없이 따라야 하는 구조였다. 개정된 ‘제11조(이사의 선임 절차)’는 은행 임추위는 지주사에서 선정한 후보자에 대해 심사를 거쳐 이사회에 최종 추천하도록 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달 22일 지배구조 내부 규범 개정을 통해 ‘제12조(사외이사의 권한과 책임)’에 ‘사외이사회’의 역할 등을 명문화했다. 사외이사회는 은행 및 주주사 임원이 맡고 있는 사내이사와 기타 비상무이사를 제외한 사외이사 5인으로 구성된 조직이다. 경영진 견제를 위해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또 금융 당국의 권고에 따라 이사회 지원 전담 조직인 ‘이사회 지원팀’을 독립 구성해 대표이사 후보군 관리 및 평가·검증 업무를 수행하도록 했다. 그동안은 카카오뱅크의 주요 사업 전략을 수립하고 신사업을 지휘해 온 ‘전략팀’ 산하에 있었다. 이밖에 KB국민은행은 지난 20일 지배구조 내부 규범 개정을 통해 이사회의 충실한 업무 수행을 위해 회의 개최 7일 전까지 미리 회의 자료를 사외이사에게 송부하도록 하는 규정을 마련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지배구조 모범 관행은 강제성이 없는 권고안이지만, 금감원이 꼼꼼하게 이행 상황 및 일정 등을 점검하고 보완이 필요한 부문에 대해서는 개선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올해 안에는 모범 관행에 명시된 사항을 차질 없이 이행하기 위해 지배구조 내부 규범을 거듭 손보고 있다”고 했다.
금융감독원은 앞서 지난 3월 8개 은행 지주사와 16개 은행에 지배구조 모범 관행 로드맵을 제출토록 하고, 최근 이행 상황 점검을 마쳤다. 금감원은 지난달 23일부터 시작한 은행 이사회 릴레이 면담에서 보완이 필요한 사항을 논의하고 개선을 권고한다는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사회 면담에서 지배구조 선진화에 대한 적극적 관심과 노력을 당부할 예정이다”라고 했다. 금감원은 은행 지배구조에 관한 감독, 검사 업무 시 모범 관행을 가이드라인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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