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들이 지배구조 강화를 위해 편법으로 활용했던 자기주식(자사주)이 본연의 모습을 찾을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위원회는 인적분할 과정에서 매번 불거지는 논란을 막을 대책으로 자사주에 대한 신주배정을 제한하고 나섰다.
관련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의 연내 시행을 목표로 한다고 밝혀 자사주를 활용해 적은 비용으로 지주사 전환에 나섰던 기업들의 행보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3일 금융위는 지난해 1월 말 발표된 ‘주권상장법인 자기주식(자사주) 제도개선방안’에 대한 후속조치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이하 시행령 개정안)’과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규정 개정안)’에 대한 입법·규정 변경 예고를 이달 4일부터 다음 달 16일까지 실시한다고 밝혔다.
개정안에는 상장법인 자사주와 관련해 △인적분할 시 신주배정 제한 △공시 강화 △자사주 취득·처분과정에서의 규제차익 해소 등과 같은 내용이 담긴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인적분할 시 자사주에 대한 신주 배정이 금지된다. 현재 자사주에 대해서는 의결권・배당권・신주인수권 등 거의 모든 주주권이 정지되지만 인적분할에 대해서는 법령·판례가 모호해 자사주에 대한 신주 배정이 이뤄져 왔다.
자사주란 회사가 본인이 발행한 주식을 재취득해 보관하는 주식으로 지난 1992년부터 주주환원 등을 위해 상장사 중심으로 단계적으로 허용해 왔다. 그러다 1999년 취득 주식 총수를 삭제해 현재와 같은 제도가 정착됐다.
문제는 국내 기업이 자사주를 본연의 취지인 주주환원을 목적으로 매입하는 게 아니라 대주주의 경영권 방어나 지배력 강화 도구로 악용하는 데 있다. 자사주는 본래 의결권이 없지만 인적분할로 세운 신설법인 신주에는 의결권이 부여되기 때문이다. 이 점을 이용해 신설회사에 대한 지배주주 지배력을 강화하는 방식이 대표적인 사례다.
기업 입장에서는 적은 비용으로 인적분할을 단행한 뒤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대주주 지분과 신주를 교환만 하면 신설법인의 지배력을 확보할 수 있어 지주사 전환 시 인적분할을 주로 사용해 왔다.
선진국에서는 이를 엄격히 제한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 놓고 있다. 독일의 경우 자사주 취득을 금지하고 있는데 주총결의에 의해 자본의 10%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예외적으로 가능하다. 단, 자사주가 자본금의 10%를 넘으면 취득 시점부터 3년 이내 소각 또는 매각해야 한다.
영국과 일본은 자사주 취득을 허용하지만 의결권 등 주주권을 막아 놓았고 미국은 주마다 상이하지만 캘리포니아주는 자사주 취득 시 별도 절차 없이도 소각된 주식으로 간주한다.
인적분할이 물적 분할보다 주주가치 훼손에 대한 우려가 상대적으로 적다고 평가되는 분할 방식임에도 불구하고 주주들의 반감을 사는 대목이 이에 해당한다. 여기에 일반 주주들의 이익을 침해하는 현상도 나타난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자사주 지분율이 높을수록 자사주 마법이 작동하면서 지배주주의 신설회사 지분율이 증가하는 모습이 명확하게 관찰된다. 지배주주가 법인일 경우 분할 1년 전 시가총액 보유 비중이 6.55%였던 반면 분할 2년 후에는 27.09%까지 늘어난다. 반면 외부주주들의 비중은 57.36%에서 48.55%까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시행령 개정안 등이 본격 시행되면 기업들의 자사주 편법 이용 사례가 감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반면, 주가 부양 등 자사주 본연의 기능이 더 부각될 것이라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대주주는 과거 적은 비용으로 할 수 있던 인적분할 방식이 이제는 부담스러운 방향으로 법 개정이 되는 만큼 지주사로의 전환이 둔화될 수 있다”며 “일부 기업이 시행 전 인적분할을 추진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정당한 권리를 가진 주주들이 본인의 권리를 누릴 수 있게 되는 등 주주권 정상화가 이뤄지는 과정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시행령과 규정 개정안을 이달 4일부터 다음 달 16일까지 규정변경예고 기간을 가진 뒤 ‘규제개혁위원회 심사-법제처 심사-차관회의-국무회의 의결’ 등의 절차를 거쳐 연내 시행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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