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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순환경제] 민주당 박지혜 “시대적 변화 읽지 못하는 원전 확대 요구 부끄럽다”

비즈니스포스트 조회수  

박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즈니스포스트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전 세계적으로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운동이 태동되고 성숙해온 과정을 보면 재생에너지 확대는 시장의 요구입니다. 이를 무시하고 원전이 무탄소 전원이니까 재생에너지에 포함시켜달라는 목소리는 시대적 흐름을 읽지 못한다는 걸 그대로 보여주는 셈이라 부끄럽다는 생각이 듭니다.”

변호사로 기후’에너지 관련 활동을 펼치다 더불어민주당 영입인재 1호로 22대 국회에 입성한 박지혜 의원은 “윤석열 정부가 탄소중립에 원전 확대 기조로 접근하는 것은 국제사회 흐름과 어긋난다”고 평가하며 이렇게 말했다.

박 의원은 오는 11월 부산에서 열리는 국제 플라스틱협약 회의에서 우리나라가 의장국을 맡은 만큼 ‘중재자’ 역할을 넘어 ‘리더’로서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바라봤다.

또 금융권의 기후 공시(상장 기업의 기후 관련 정보 공개의무)도 금융위원회가 내실 있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조속히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2대 국회에서 의정활동을 통해 정권이 바뀌더라도 기후 관련 정책과 제도가 정착될 수 있도록 법률을 마련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는 30일 박 의원을 만나 플라스틱 국제협약을 포함한 기후와 관련된 폭넓은 견해를 들었다. 다음은 박 의원과 일문일답 내용이다.

– 플라스틱 국제 협약이 올해 말까지 법적 구속력 있는 합의문을 도출해야 하는데 나라별 이견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각에서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차이를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는데 오는 11월 부산에서 열리는 플라스틱 국제협약 회의 의장국으로서 우리나라가 어떻게 풀어나가야 한다고 보시는지.

“한국은 의장국으로서 구속력 있는 협상이 타결되도록 적극적인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 이번 회의는 ‘파리협정’처럼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목표로 구속력을 갖춘 첫 번째 국제 협약이 될 수 있다. ‘파리협정’도 ‘파리’란 이름이 붙고 계속 회자되지 않나. 프랑스도 파리 협정을 이끌어내면서 탈석탄 선언을 하고 자국의 기후정책을 강화하는 동력으로 삼았던 만큼 우리도 단순한 ‘중재자’를 넘어 의장국으로서 ‘플라스틱 감축’과 ‘탈 플라스틱 산업 육성’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

파리협정은 2015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195개국이 체결했다. 지구의 평균 온도가 산업화 이전 보다 2도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하고 최종적으로 모든 국가들이 이산화탄소 순 배출량 0을 목표로 하여 자체적으로 온실가스 배출 목표를 정하고 실천하자는 내용을 담았다.

– 플라스틱 국제협약이 통과되면 국내 산업계에도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내 정치권이 이와 관련해 어떤 입법 아젠다를 던져 지원해야 한다고 보는지.

“플라스틱을 제작하는 석유화학 산업은 국내 산업 부문 중 철강 다음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이 크다. 단순히 플라스틱 소비를 줄이는 것에서 나아가 생산 과정 자체를 탈탄소화 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여기에서도 핵심은 재생에너지다. 바이오 나프타 등 원료 전환 논의도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전기 크래커’와 같이 공정을 전기화 하고 그 전기를 재생에너지로 공급하는 방식으로 ‘탈탄소화’를 ‘가속화’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기업들이 기존의 스팀 크래커가 아닌 전기 크래커로 전환하도록 하거나 재생에너지 사용 비중을 늘리도록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 석유화학 대기업들은 화학적 재활용 시장에 뛰어들기 위해 대규모 시설투자를 진행하고 있지만 원료수급과 자금조달 문제로 난관에 봉착해 있다. 포장재 업계는 대부분 영세한 기업들이 포진해 있어 대체소재 개발을 위한 자금을 투입할 여력이 없는 현실을 토로하기도 하는데.

“그런 부분들은 당연히 지원을 해야 되는 분야다. 다만 밸류체인에서 역량이 있는 기업들 같은 경우에는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좀 앞으로 나가려는 노력을 보여주는 게 필요한 것 같다. 규모가 작거나 기술력이 부족한 기업들은 국가가 당연히 지원해야 된다.

일단 지금 당장 원료를 전환하는 건 어려운 점들이 있겠지만 사실 RE100 같은 캠페인도 목표를 세우고 계획을 마련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지 재생에너지 100% 바로 하지 않으면 거래를 끊겠다는 건 아니지 않나. 정부가 기업들이 계획을 세울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는 게 중요하다.”

박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인터뷰에서 윤석열 정부의 원전확대 기조와 CF100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윤석열 정부는 ‘원전 강화’라는 국정운영 방향에 따라 CF10 움직임을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CF100 달성을 위해서는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문제를 보완하기 위한 대규모 에너지저장장치(ESS)가 마련돼야 하는 등 RE100보다도 달성이 어렵다는 지적이 있다.

“CF100은 재생에너지100%를 달성한 기업들이 한 발 더 나아가 24시간 탄소 배출을 하지 않는 에너지원에 의존하자는 의미에서 시작된 캠페인이다. RE100보다 달성이 더 어렵다.

정부는 단순히 원자력이 포함된다고 해서 CF100을 추진하자고 하고 있다. RE100 가입 기업이 벌써 430개고 이들은 우리 기업들을 향해 100%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글로벌 무탄소 연합 (24/7 CFE) 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155개 기업 등이 서명을 한 상태다.

글로벌 기업들은 우리 기업들에게 재생에너지 사용을 먼저 요구하고 있다. 국내 기업 경쟁력을 위해서도 재생에너지를 늘리는 게 먼저다. 재생에너지 간헐성은 에너지 저장장치(ESS) 와 함께 수요반응자원(DR) 등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

CF100에 가입한 기업들 가운데 상당수가 대부분 에너지 기술 기업들이다. 그러니까 에너지를 많이 쓰는 제조업체들이 많이 가입했다기보다는 전력 시스템을 모니터링하는 기술을 개발한다든지, 관련 소프트웨어 회사라든지 이런 쪽들이 더 많이 가입한 걸로 알고 있다.”

– 정부여당의 원전 강화나 CF100 추진이 현실에 부합한다는 반론도 있는데 이에 대한 생각은.

“RE100이 전 세계적으로 태동하게 된 배경은 우리가 화석연료를 에너지원으로 쓰던 기존의 시스템에서 탈탄소 전력 시스템으로 전환을 해야 되는데 그러자면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원을 훨씬 더 늘리고 주력으로 전환돼야 된다는 생각이 있었다.

그리고 많은 소비자들이 탈탄소 전력 공감을 하면서 시장에서도 요구하니까 기업들도 우리가 정말 기후변화 대응에 대해 진정성 있는 기업인 걸 보여주려면 논리적으로 제조업체들한테 재생에너지를 쓰라고 요구해야겠다고 하는 것이다.

즉 우리는 더 이상 원전을 쓰지 않겠다, 원전을 쓰고 싶지 않다는 합의가 있는 건데 그걸 무시하고 무탄소 전원이니까 원전까지 포함시켜달라고 얘기하면 시대적 변화의 흐름을 너무 읽지 못한다는 걸 그대로 보여주는 셈이라 부끄럽다는 생각이 든다.

원전을 더 포함시켜달라고 요구할 게 아니라 우리는 지금 후발 주자고 여건상 단기간 안에 재생에너지를 획기적으로 늘리긴 어렵지만 우리 목표가 ‘탄소 중립 2050’이니까 꾸준히 에너지 전환을 추진해 재생에너지 비율도 올릴 것이란 설명을 하고 실제로 늘리면 될 일이다.”

– 지난해 11월 국회 토론회에서 우리 금융권의 기후금융 활동과 대응이 ‘초보적’ 수준에 머물렀다고 평가하신 바 있다. 금융 지주사부터 개별회사까지 금융배출량 등 기후대응 이행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제도적, 입법적 사항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우선 국내 기후 공시(상장한 기업이 기후 관련 정보를 공개하도록 하는 것) 제도를 빠르게 도입해야 한다. 기후 공시 정보는 투자자들의 투자 결정을 돕고 금융배출량을 줄이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장기적으로 스코프3(가치사슬 전체)에 대한 기후 공시가 의무화 될 경우 금융기관 역시 금융배출량을 공시할 의무가 생긴다.

금융위원회는 국내 기업들의 기후 공시 의무화 시점을 2026년으로 연기한다고 발표했는데 금융위가 우리나라 기후 공시의 ‘가이드 라인’을 마련하는 등 제도의 내용을 보완하는 시간을 갖는다면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무작정 미룬다고 우리 기업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미국, 유럽 등 기후 공시 의무화가 본격화 되기 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우리 기업들의 해외 시장 경쟁력을 높이고 기후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 정치권에 입문하기 전 녹색법률센터 상근변호사, 기후솔루션 이사, 플랜 1.5 공동대표 및 이사를 역임하셨다. 기후 관련 활동에서 거둔 성과와 아쉬운 점은 무엇이었는지.

“가장 노력을 기울인 부분은 ‘탈석탄’이었다. 2018년 삼척 석탄발전소 건설 취소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은행들한테 삼척 석탄발전소 건설에 자금을 빌려주지 말라는 캠페인도 펼쳐서 공사비가 5조 가까이 드는데 PF(프로젝트 파이낸싱)를 3조2천억 원밖에 확보 못하게 하는 등 작은 성과들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막아내지 못해 굉장히 아쉬웠다. 기후 운동을 하면서 정치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생각을 했다.”

– ‘기후 정책 전문가’로서 제22대 국회에서 발의하시고 싶으신 법안이나 정책이 있다면.

“우선 1호 법안으로 국내 탄소중립 산업을 활성화할 수 있는 한국판 IRA(인플레이션감축법), ‘탄소중립산업지원법’을 발의하고 싶다. 지금 국내 탄소 중립 관련 산업이 해외로 빠져 나가는 문제가 심각하다.

일례로 한화큐셀이 국내 태양광 생산 시설은 줄이고 해외에 공장을 짓는 식이다. 해외에서 생산을 하는 것이 훨씬 더 이득이 되기 때문이다. 국내 탄소중립 산업 공급망을 활성화해 기후위기도 막고 일자리도 늘리는 정책을 펴고 싶다.

– 22대 국회에 입성한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 서왕진 조국혁신당 의원 등도 기후 및 환경 관련 활동을 펼쳤다. 이들과 어떤 부분에서 정책적인 논의를 할 수 있는지.

“제일 먼저 추진하고 싶은 것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기후특위) 상설화’다. 지난 5월10일에는 8개 원내 정당 당선자가 모여 기후특위 상설화와 함께 입법권과 예산권을 부여해 달라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그만큼 여야 이견이 없는 사안이다.”

– 22대 국회의원으로서 의정활동 포부와 각오는.

“기후위기 해결의 골든 타임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이다. 그만큼 22대 국회에서의 역할이 중요하다. 어깨가 무겁지만 기후 전문가로서 국회에 입성한 만큼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싶다.”

박 변호사는 1978년 경기도 연천에서 태어나 경기과학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조선해양공학과를 졸업했다. 서울대 환경대학원 석사과정과 스웨덴 룬드대 환경’경영대학원 석사과정도 마쳤다. 그 뒤 2005년부터 2007년까지 에코프론티어 서스테이너빌리티 사업부 선임연구원으로 근무했으며 2007년 SK텔레콤의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매니저로 자리를 옮겨 2014년까지 일했다.

2017년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석사과정을 졸업한 뒤 녹색법률센터 상근변호사, 기후솔루션 이사, 플랜 1.5 공동대표 및 이사를 역임했다. 김대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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