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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 K퇴직연금을 묻다 미국①] 자유의 나라 미국, 제도 ‘설계’ 통해 퇴직연금 선진국으로 우뚝

비즈니스포스트 조회수  

2024년 당신의 노후 계획은 안녕하십니까. 올해 한국사회는 퇴직연금을 도입한 지 20년차를 맞았다. 하지만 퇴직연금이 퇴직 이후 안정적 삶을 보장하는 진정한 의미의 ‘퇴직연금’이 되기 위해선 여전히 가야할 길이 멀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비즈니스포스트는 특별취재팀을 꾸려 퇴직연금 선진국을 찾는다. 우리보다 앞서 제도를 도입한 호주, 일본, 미국의 퇴직연금 장단점을 알아보고 국내 퇴직연금제도가 가야할 방향을 모색한다. <편집자 주>

– 미국 글 싣는 순서
① 자유의 나라 미국, 제도 ‘설계’ 통해 퇴직연금 선진국으로 우뚝
② 이병선 모건스탠리 퇴직연금사업부 이사 “연금 백만장자의 비결은 장기투자”
③ 사라 홀든 미국자산운용협회(ICI) 은퇴 및 투자 연구 선임 이사 “노후자산 보호를 위한 50년 역사, 38조 달러 퇴직연금 시장을 만들다”
④ 개리 드로스코스키 뉴욕생명투자운용(NYLIM) 보험솔루션 총괄 “퇴직연금 자산 형성 핵심은 ‘매칭’ 시스템”
⑤ 한동훈 앰플리파이 ETF 아시아 사업담당 총괄 상무 “수익률부터 리스크관리까지, 퇴직연금 자산운용 ETF 역할 커진다”


⑥ 미국 교수 2인(사만다 프린스, 테레사 길라두치) “더 많은 사람들을 위한, 더 나은 퇴직연금을 제안한다”

미국 뉴욕의 한 베이글 가게 메뉴판. 자유의 도시 뉴욕은 베이글 가게조차 소비자에게 수많은 선택을 요구한다.<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뉴욕의 아침은 베이글로 시작된다는 말이 있다.

그러다보니 길을 걷다보면 아침부터 점심때 까지 장사를 하는 베이글 가게를 쉽게 볼 수 있다.

미국 퇴직연금시장 취재를 위해 5월 말 일주일가량 뉴욕에 머무는 동안 이 작은 베이글 가게들조차 이곳이 자유의 나라 미국이라는 점을 수시로 알려줬다.

베이글 하나를 살 때도 빵 종류부터 안에 들어가는 재료 하나하나까지 모두 고를 수 있는 선택의 자유가 주어졌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선택의 자유’는 이처럼 다양한 곳에 적용됐다. 이는 노후생활 안전망의 기능을 해야 하는 퇴직연금도 예외는 아니었다.

미국 뉴욕 배터리 공원에서 바라본 자유의 여신상. <비즈니스포스트>

◆ 미국 퇴직연금 시장의 작동원리 ‘넛지’ 효과

“미국 퇴직연금은 모든 게 ‘넛지’다.”

뉴욕에서 만난 한 퇴직연금업계 관계자는 미국 퇴직연금시장을 한 마디로 정리해 달라는 요청에 이렇게 대답했다.

넛지란 행동경제학에서 사람들이 어떤 선택을 내리도록 유도하는 간접적 개입을 뜻한다. 선택의 자유를 제한하지 않으면서도 사람들이 의도한 결정을 내리도록 상황을 설계하는 것이다.

미국 퇴직연금제도에서 가장 대표적 넛지로는 ‘디폴트옵션’이 꼽힌다.

미국 퇴직연금제도는 2006년부터 가입자가 별도로 운용자산을 선택하지 않으면 디폴트옵션으로 운용되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퇴직연금 사업자들은 대부분 타겟데이트펀드(TDF)를 디폴트옵션으로 제공한다.

그 결과 미국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의 대표격인 401(k)에서 TDF의 비중은 2007년 말 8%에서 2022년 38%로 뛰었다.

미국 퇴직연금은 TDF 증가에 따라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투자자산 비중이 늘어나며 연 평균 7~8%라는 높은 수익률을 내고 있다.

퇴직연금 가입 유도도 넛지 방식으로 곧 바뀐다.

미국에서는 2022년 의회에서 통과된 퇴직연금 혁신법안(시큐어액트 2.0)에 따라 2025년부터 401(k) 자동가입이 시행된다.

기존에는 가입을 원하는 근로자가 직접 401(k)를 신청해야 했던 것과 달리 앞으로는 401(k)를 제공하는 회사의 근로자는 우선적으로 401(k)에 가입된 뒤 향후 원하지 않으면 해지하도록 바뀌는 것이다.

기존의 방식과 같이 선택적으로 가입을 신청할 때 가입률은 50% 미만이나 자동가입을 도입하면 퇴직연금 가입률은 90%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에선 이처럼 퇴직연금 가입도 의무가 아니다.

뉴욕에서 취재 중 만난 한 퇴직연금 가입자는 “미국 정부도 국민들의 노후준비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퇴직연금 가입을 강제할 순 없다”며 “퇴직연금을 가입하지 않을 자유도 보장해야 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실제로 401(k)를 살펴보면 퇴직연금 자산을 운용할 투자상품과 세제혜택 적용방식, 퇴직연금 계좌 적립금액은 물론 퇴직연금 가입여부까지 개인의 선택에 맡긴다.

미국은 사실상 가입 의무조차 없는 상황에서 퇴직연금 선진국이 됐다. 그만큼 자연스럽게 가입과 투자를 유도하는 제도 설계를 통한 넛지가 톡톡한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미국 뉴욕 센트럴파크에서 휴식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 <비즈니스포스트>

◆ 퇴직연금, 은퇴 이후의 삶까지 설계한다

다만 아무리 높은 수익률을 내고 높은 가입률을 보이더라도 ‘연금’이라는 본래의 기능을 수행하지 못한다면 미국이 퇴직연금 선진국 반열에 오르지는 못했을 것이다.

미국을 퇴직연금 선진국으로 자리하게 한 다른 한 축에는 퇴직연금이 실제 ‘연금’으로 사용된다는 점이 있다.

미국의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의 일시금 수령 비중은 20~30대에서 10~13% 수준, 60대 이상에서는 2~5%에 그친다.

퇴직연금의 90% 이상이 일시금으로 수령되는 한국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자산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에서는 퇴직연금 운용 계획을 세울 때 인출 계획까지 세우는 것이 일반적이다”고 말했다.

퇴직연금이 은퇴와 함께 소멸되는 계좌가 아니라 은퇴 이후에도 계속해서 운용하는 상품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은퇴 이후 퇴직연금 계좌에서 매년 얼마씩 인출해서 사용해야 하는지, 충분한 자금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은퇴 이후에도 어느 정도 수익률을 목표로 해야 하는지를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강력한 ‘페널티’도 연금 수령 비중을 높이는데 기여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59.5세 이전에 퇴직연금에서 조기인출하면 기존에 면재됐던 세금은 물론 10%의 페널티도 내야 한다. 일시금으로 수령에는 누진종합소득세를 부과한다.

미국 뉴욕 브루클린 다리에서 바라본 뉴욕 시내 모습. <비즈니스포스트>

미국의 퇴직연금제도는 1974년 시행된 퇴직소득보장법(ERISA)에 기반을 두고 있다. 50년에 이르는 역사를 거치며 발전해온 만큼 후발주자로 나선 여러 나라들의 롤모델이 되고 있다.

한국도 퇴직연금 후발주자인 만큼 미국이 거쳐간 길을 참고하고 있는 여러 나라 가운데 하나다.

물론 미국 퇴직연금제도가 한국에게 정답일 수는 없다.

미국 내에서는 여전히 퇴직연금이 지금보다 더 많은 이들을 포용하고 더 단단한 노후보장 역할을 하도록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수십 년가량을 앞서 간 길에서 한국 퇴직연금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힌트를 얻기는 충분해 보였다. 조혜경 기자

비즈니스포스트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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