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AI 업체 루닛이 상장 후 2년간 3733억원에 달하는 유상증자와 전환사채를 발행했다. 해외 시장 진출과 운영자금에 사용하겠다며 상장 당시 조달한 금액의 10배가 넘는 자금을 수혈 받아 투자자들의 시름이 깊어가고 있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루닛은 2022년 7월 기술특례상장으로 코스닥 시장에 입성하며 365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이후 지난해 유상증자를 통해 2018억원, 올해 전환사채(CB)를 발행하며 1715억원의 자금을 추가로 수혈 받았다. 상장 이후 증시에서 조달한 금액은 총 4098억원에 달한다.
루닛은 조달 받은 금액 대부분을 해외 시장 개척을 위한 인수합병(M&A)와 기술개발(R&D), 운영자금 등에 사용했다고 밝혔다.
자금 조달에는 성공했다지만 순탄하진 않았다. 루닛은 지난해 8월 이사회를 열고 총 2018억7221만원 규모의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발행가는 주당 10만8700만원이었다. 조달 자금은 △제품 고도화 및 신제품 개발비 507억원 △신사업 진출 자금 400억원 △타법인 출자 907억원 △해외직원 채용 204억원 등에 사용한다고 밝혔다.
당시 유상증자 후 주주권리 보호 명목으로 1주당 1주의 신주를 새로 지급하는 1대 1 무상증자를 진행하면서 논란을 잠재웠다.
하지만 유상증자 직후 루닛은 2600억원을 들여 유방암 검진업체 볼파라 헬스 테크노롤지 인수에 나섰다. 루닛보다 더 덩치가 큰 회사를 욕심낸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전환사채(CB)로 자금 조달을 추진했다.
루닛은 올해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1665억원 규모, 3자 배정으로 50억원에 달하는 CB를 발행에 나섰다. 전환가액은 5만4872원으로 지난해 유상증자 대비 절반 가까이 하락했다. 자금 조달이 더 어려워졌다는 얘기다.
6개월에 한번씩 유상증자와 전환사채 발행을 거듭하며 루닛의 주가는 5만원대로 급락했다. 지난해 고점(13만4942원)과 비교하면 60% 가까이 하락한 것이다. 주가가 급락하며 5만원대에 제시한 CB의 가격도 리픽싱 3만8000원대로 리픽싱됐다. 전환가액 조정은 주가가 발행가격보다 떨어지면 전환가액을 낮출 수 있다.
2년동안 4098억원의 자금을 수혈 받았는데 주가는 공모 당시로 회귀한 셈이다. 투자자들은 루닛의 자금조달이 회사의 재무구조 개선으로 이어질지 주목하고 있다.
2022년 7월 상장한 루닛은 그해 391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368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며 적자폭을 크게 줄였다. 하지만 올해 1분기 113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며 연간 적자가 다시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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