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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동해 석유전 매장 가능성을 꺼내들면서 제주도 남단의 ‘7광구’가 다시 조명을 받게 됐다. 세계 최대 규모의 석유가 매장됐을 가능성이 제기되지만 공동 개발국인 일본의 미온적 태도로 사업은 답보 상태에 빠져 있다.
3일 서울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일본과 공동으로 50년 넘게 개발을 추진 중인 ‘한일 공동개발구역(JDZ)’은 사실상 중단 상태다. 7광구 개발을 위한 한일 공동개발협정이 내년 종료될 경우 현재 대륙붕 상당수에 대한 점유권을 인정받은 일본이 단독 개발에 나설 가능성이 큰 것으로 평가된다.
7광구로 불리는 JDZ는 제주도 남단이자 일본 규슈 서쪽에 위치한 대륙붕(육지의 연장 부분) 일부 구역이다. JDZ는 7광구와 4광구, 5광구 일부를 포함하며 총면적은 2557㎢로 남한 면적의 70% 정도에 해당한다. 7광구의 지리적 위치는 한반도보다 일본 열도에 더 가깝다. 1974년 한일 대륙붕 공동개발협정 체결 당시에는 대륙붕 경계 기준에 대한 국제법 기조가 ‘자연연장론’이어서 한국에 유리했다. 한반도에서 시작하는 대륙붕이 오키나와 해구까지 이어진다는 점에 착안해 한국 측이 대다수 지역에 대한 점유권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1985년 국제사법재판소(ICJ)는 대륙붕의 경계 기준을 기존의 ‘연장론’이 아니라 거리에 기반을 둬 판단하는 리비아·몰타 판결을 내리게 된다. 이후 대다수 지역이 일본 측에 포함돼 일본 정부는 7광구에 대한 공동 개발을 사실상 중단시킨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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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입법조사처는 올 4월 ‘한일 대륙붕 공동 개발 체제 종료 대비 방안’ 보고서에서 “가장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는 2025년 6월 이후 일본이 7광구 공동개발협정 종료 통지를 한 후 7광구의 경계를 한국을 배제한 채 중국·일본 간에 획정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일 대륙붕 공동개발협정의 종료 시점은 2028년 6월 22일이지만 내년 6월 22일부터 두 나라 중 한쪽이 일방적으로 협정 종료를 통지할 수 있다. 보고서는 이어 “아직 한국이 한일 대륙붕 공동개발협정의 미래와 동중국해 대륙붕 문제와 관련해 관리할 수 있는 변수들이 남아 있다”며 “향후 모든 가능성에 대비한 정부의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재로서는 양국의 합리적인 선택은 2028년 이후에도 동 협정의 JDZ를 유지하고 실질적인 대륙붕 탐사·개발이 가능한 협력 체제를 수립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이와 관련해 일본 측이 적극 협조하면 사업은 계속 진행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에너지 업계에서는 외교적 차원에서 이를 풀지 않으면 개발 협정이 머지않아 종료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업계는 7광구를 당장 개발할 수 있도록 준비를 끝내놓은 상태”라며 “일본 정부가 독자 개발을 위해 ‘시간 끌기’를 하고 있는데 정부가 이를 외교적으로 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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