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에서 돈을 빌리지 못한 서민들이 제2금융권 문을 두드리고 있지만 대출 받기는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다. 고금리 인상 기조가 좀처럼 꺾이지 않는 가운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구조조정까지 본격화하자 건전성 관리가 시급한 2금융권이 대출 문을 걸어 잠그고 있는 것이다. 결국 2금융권에서도 돈을 빌리지 못하는 저신용자들은 불법 사금융의 유혹에 더욱 쉽게 노출될 수밖에 없다.
3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개인신용대출을 월간 3억원 이상 취급한 저축은행 29곳 중 신용점수가 500점 이하인 차주에게 돈을 빌려준 저축은행은 웰컴저축은행과 세람저축은행 단 두 곳에 그쳤다. 불과 1년 전 7곳에서 취급한 것과 비교해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저신용자로 분류되는 600점 이하 차주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상황이 나은 저신용자들을 제외한 500점 이하 차주들은 사실상 신용대출을 받기 어려운 실정이다.
600점 이하 차주로 범위를 넓혀봐도 29곳 종 12곳만 대출을 취급해 절반이 채 되지 않았다. 이 역시 1년 전 32곳 중 21곳(65.6%)에서 대출을 취급했던 것과 비교하면 상반된 모습이다.
이는 고금리 기조 속에 조달 비용이 커지고 부동산 PF 리스크가 확대된 탓에 부실 관리가 최우선 과제로 대두하면서 너도나도 대출 문턱을 높인 영향이다. 실제 국내 79개 저축은행의 올해 1분기 말 연체율은 평균 8.8%를 기록했는데 이는 3개월 만에 2.2%포인트 급등한 수치다. 건전성 관리에 집중한 저축은행 업계는 같은 기간 1543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당장 부실 리스크로 회사가 흔들릴 수 있다 보니 (저신용자) 대출 취급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저신용자들은 ‘급전창구’로 불리는 카드론(장기카드대출)을 찾아보지만 이 역시도 그림의 떡이다. 지난달 말 8개(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BC) 전업카드사 중 신용점수 500점 이하 차주를 대상으로 카드론을 내어준 카드사는 전무했다. 지난 2월까지만 해도 취급 건이 왕왕 나타났지만 3월부터는 단 한 건도 찾아볼 수 없었다.
501~600점대 신용점수에 대해 카드론이 취급되기도 하지만 사실상 법정 최고 금리(20%) 수준이다. 8개 카드사의 501~600점대 신용대출 금리는 18.34%였으며, 이 중 우리카드는 법정 최고 금리와 단 0.01%포인트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19.9% 금리를 내걸고 있다.
이렇듯 2금융권 내 건전성 리스크가 ‘발등의 불’이 되면서 당분간 서민 대출 창구가 늘어나기 어렵다는 관측이 크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고신용자는 연체 리스크가 확대되고, 저신용자는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리는 실정”이라며 “저신용 외면이 건전성 관리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라고는 하지만 결국 국민 경제에는 좋지 못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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