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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년 만에 우리나라가 다시 석유·가스를 발견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산유국 지위를 되찾을지 주목받고 있다. 올 연말 정부가 동해 심해에 최대 140억 배럴로 추정되는 석유·가스를 캐기 위한 탐사 시추 작업에 들어가면서다.
3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이날 대통령실은 산업부의 ‘경북 포항 일원 동해 심해’에 대한 탐사 시추 계획을 승인했다. 정부는 연말 탐사 시추를 시작해 이르면 2035년부터 생산에 들어가겠다는 복안이다.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는 동해가스전(1998년) 이후 26년 만에 산유국이 된다.
이 지역은 기존 동해가스전 주변에 위치해 있다. 그간 석유공사는 동·서·남해 및 한일공동개발구역(JDZ) 등에서 총 48번의 시추를 해 왔다. 그 결과 석유공사는 지난해 포항 일원 동해 심해에서 석유·가스 부존 가능성을 발견했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동해 심해 석유·가스 추정 매장량이 최소 35억 배럴에서 최대 140억 배럴이라고 밝혔다. 이 가운데 가스는 75%, 석유는 25% 수준으로 추정된다. 이는 동해가스전의 300배가 넘는 규모로, 우리나라 전체가 천연가스는 최대 29년, 석유는 최대 4년을 넘게 쓸 수 있는 양이다.
특히 석유·가스 개발이 실제로 이뤄진다면 우리나라 에너지 안보가 크게 강화될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우리나라는 에너지의 97~98%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제 정세에 따라 에너지 가격 변동성이 크다. 따라서 산유국이 될 경우 에너지 가격이 크게 안정화되면서 국내 산업 기반이 공고해지고 기업의 경쟁력이 향상되는 등 국가 경쟁력이 크게 강화될 전망이다. 생산량에 따라 수입 의존도가 높은 석유·가스의 에너지 자립은 물론 수출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회의론도 나오고 있다. 여러차례 산유국에 대한 희망이 있었지만, 좌초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1976년 박정희 대통령은 영일만에서 석유가 발견됐다고 발표했지만, 1년 만에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판명되며 개발 중단됐다.
또 세계 최대 규모 석유 매장량이 기대됐던 ‘제7광구’도 지지부진하다. 제7광구는 JDZ 구역으로, 사실 우리나라보다 일본 열도에 가깝다. 일본과 공동개발 중이지만 2020년부터는 일본이 독자적으로 해양과학 조사를 진행 중이다.
이날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가능성이 높은 수준”이라고 평했다. 이어 “석유공사가 동해만 해도 27번 시추 시도를 했다”며 “그동안은 결과가 좋지 않았는데 지난 12년간 모은 자료를 가지고 이번에 정밀 분석한 결과 상당히 높은 수준의 매장량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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