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에서 사망한 고객의 명의로 예금을 인출하고 대출을 실행하는 등의 금융거래가 4만건이 넘게 발생했다. 주로 가족이나 지인 등이 적법한 위임 절차 없이 사망자 명의를 이용해 금융거래를 한 것이다. 현행 비대면 실명 확인 절차로는 명의자 본인 여부를 완벽하게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을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은 이 인터넷은행에 사망자 금융거래에 대한 내부통제를 강화해야 한다며 경영유의 조처를 했다.
3일 금융감독 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이 수시검사를 실시한 결과, 카카오뱅크에서는 2018년 6월 1일부터 지난해 5월 31일까지 이미 사망한 은행 고객의 명의로 계좌 개설 368건, 대출 실행 15건, 예금인출 3만5985건 등 다수의 금융거래가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같은 기간 케이뱅크에서도 사망한 고객의 명의를 이용해 78건의 계좌 개설이 이뤄졌고, 예금인출도 5550건 발생했다. 두 은행에서만 사망자 명의 금융거래가 4만1996건이 발생한 것이다.
금감원은 “사망자 명의금융거래는 제3자에 의한 차명거래 및 범죄 악용 등에 활용될 가능성이 있어 앞으로 사망자 명의 금융거래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 예방 및 사후 점검 노력 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라며 두 은행에 모두 경영유의를 내렸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에서 사망자 명의 금융거래가 대거 발생한 것은 인터넷은행의 경우 비대면으로 금융거래가 이뤄져 필수적인 금융정보만 알면 본인이 아니더라도 금융자산에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면 금융거래는 고객 본인이 직접 창구를 찾아야 하는 것과 달리 인터넷은행의 경우 신분증, 휴대전화, 로그인 아이디(ID), 비밀번호 등의 정보와 신분증 사본이 있으면 금융거래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망자 명의 금융거래는 형법이나 전자금융거래법상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가족이나 지인 등 제3자가 적법한 위임절차 없이 사망자 명의의 예금을 찾거나, 대출을 하면 처벌 대상에 오른다. 실제로 지난 2022년 사망한 형 명의로 3000만원을 비대면 대출받아 적발된 A씨는 법원으로부터 컴퓨터 등 사용 사기죄 혐의로 징역 4개월·집행유예 1년을 받았다.
금감원 관계자는 “사망한 고객의 명의로 이뤄진 금융거래의 경우 통상 사망 이후 은행이 이를 인지하기 전에 이뤄진다”라며 “은행은 행정기관에 사망 신고를 하거나 고객 측에서 사망 신고를 직접 하는 경우, 또는 상속인 거래 조회 요청 과정에서 고객의 사망 사실을 인지한다”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사망고객 명의를 이용한 금융 거래는 가족이나 지인이 비대면으로 하는 경우가 많은데, 현실적으로 (사망 사실을 인지하고) 위임장 등을 확인할 수 없어 적법하지 않은 부분을 잡아내기가 어렵다”라고 부연했다.
금감원은 사망고객의 명의를 도용한 금융거래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사후 내부통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사전적인 내부통제 강화를 위해서는 비대면 인증 과정을 강화한다. 현재 비대면 계좌 개설 등 금융거래는 신분증 사본과 다른 은행 계좌 인증 등을 통해 본인 확인을 한다. 금감원은 현재 인증 과정에서 영상통화 혹은 실시간 사진 확인을 통해 본인을 확인하는 방안을 추가 도입하는 식으로 본인 인증을 강화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사후적인 내부통제 강화는 은행이 사망일 이후에 발생한 거래에 대해 적기에 인지할 수 있도록 관리 체계를 보완하도록 하는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사전 예방이 어려운 만큼 비대면 실명인증 가이드라인에서도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실시간으로 사진을 찍어 인증을 하는 등을 추가로 적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라며 “사후 내부통제도 강화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만약 같은 문제가 계속해서 발생하면 추가적인 방법을 고민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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